
PIR은 집값이 가구의 연소득 대비 몇 배인지 보여주는 지표다. 서울의 중간소득(5분위 중 3분위) 가구가 중간가격대(5분위 중 3분위) 주택을 산다고 가정했을 때 18.5년은 모아야 서울 내 중간수준의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집값이 오르면서 젊은세대는 물론 모으고 불려 이미 집을 소유하고 있는 기성세대들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직 집이 없는 자녀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성세대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을 보면서 자녀가 조금이라도 주거부담을 덜 수 있도록 고심하고 있다.
“자녀 내 집 마련은 내가 도와야지”…증여 택하는 부모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17년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서울에서 주택 증여는 10만8454건 이뤄졌다. 비교 범위를 2013년 3월부터 2017년 5월까지 4년 2개월로 같게 정했을 때 서울의 증여 건수는 4만6147건에 불과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증여가 폭증한 셈이다.
늘어난 증여와 관련해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김영진(남·60대·가명) 씨는 세금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이들도 있겠지만 급등한 집값에 괴로워하는 자녀 때문일 것이라는 견해를 전했다. 그는 “30년 넘게 일해 온 직장에서 은퇴한지 얼마 안 됐다”며 “열심히 살아왔지만 아들에게 해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그러던 중 교제 중인 여자친구와 결혼을 계획 중이라는 아들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내 집 마련하기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자식에게 직접 들으니 정말 현실이 원망스럽고 무조건 도움을 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부모로서 도리를 다해야겠다는 생각에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증여해줬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내가 젊었을 땐 열심히 일하면 내 집을 마련하는 게 어렵지 않았는데 직장을 구한 지 얼마 안 된 아들의 월급으로는 서울에 아파트는커녕 빌라나 낡은 주택도 사기 힘들어졌다”며 “아들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부부가 상의 끝에 얼마 전 구매한 서울 마포구 소재 주택으로 이사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은 증여를 앞두고 최대한 세금을 깎으려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엄청난 자산가는 아니라는 의미다. 김 씨는 “결정을 하고 봤더니 세금이 엄청났다”며 “그래서 세무사와 수차례에 걸쳐 분석을 했는데 최종적으론 2억8000만원 정도의 세금을 내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대표는 “최근 들어 자녀에게 집을 증여하는 분들이 늘었는데 이들이 모두 강남에 사시고 돈이 많은 분들이 아니다”면서 “특히 내 집 하나 있고 여윳돈도 얼마 없는 분들도 자녀를 위해 현금을 일부 증여해 전세를 낀 집을 사게 하고 자녀 명의로 빌라를 사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형편 되는 대로 방법 가리지 않고 사둬야 사랑하는 내 자식이 편안하다”
지방에 거주하는 이진성(남·가명) 씨는 2019년 말 인천 소재 아파트 한 호실을 아들 명의로 무순위 청약을 통해 매입했다. 당시엔 거주 지역과 상관없이 일명 ‘줍줍’을 할 수 있었다. 그는 성인인 자녀에게 5000만원을 세금 없이 증여해 계약금을 내도록 했다. 중도금의 경우 대출로, 잔금은 세금이 들더라도 도움을 줄 예정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에는 이러한 방법 외에도 기성세대들이 ‘빌라’를 사는 케이스도 적지 않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아파트 대신 상대적으로 경제적 부담이 적은 빌라라도 매입해 기존의 아파트를 자녀에게 주고 부모세대는 빌라에서 거주하기 위함이다.
덕분에 빌라 시세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가’ 한국부동산원의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를 통해 전국 빌라의 3.3㎡(약 1평)당 월별 중위 매매가를 조사한 결과, 올해 7월 서울은 2038만원으로 나타났다. 6월(1986만 원)보다 2.6% 상승했고 1년 전인 지난해 7월(1878만 원)과 비교하면 8.5% 올랐다. 표본을 한 줄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 있는 가격이 중위 매매가다.
김영수(남·50대·가명)씨도 자녀들을 위해 빌라를 한 채 매입했다. 그는 “요즘 투자를 투기로 보는 눈이 많아 조심스럽지만 아들이 다 컸는데 자산도 불려주고 싶고 집값도 오르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집이 한 채인 형편에 공동명의로 돌릴까 아니면 재개발 가능성이 빌라를 매입할까 고민하다 익숙한 갭 투자를 통해 노후 빌라를 매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은 재개발 이슈가 없는 지역에 1억원 이하를 투입해 노후 빌라 한 호실을 매입했다”며 “언젠간 개발이 될 것으로 희망한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사랑하는 내 자녀는 집 한 채 없이 평생을 떠돌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파트 경매도 생각해 봤지만 시세 수준에 물건이 나와 포기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잘 몰랐는데 주변에서 경매는 부동산 하락장에 들어가는 거라고 하더라”며 “그러나 요즘은 워낙 수요가 많고 물건이 적다보니 경매가격도 크게 메리트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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