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인 가운데 정치권에서 과세 유예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과세를 유예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발의되고 있는데다 대선 후보 공약으로 될 가능성도 제기돼 당분간 가상화폐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납세자 상식 수준에서 사회적 합의 거쳐 과세해야”
정부는 작년 12월 국회에서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가상자산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연 250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 세율 20%를 적용해 분리 과세할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의 과세 강행 방침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일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병욱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상화폐 과세 유예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병욱 의원은 “현재 가상자산은 개념 정의조차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아 가상자산의 정의에 따라 과세의 범위나 과세 분류 등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과세는 국민의 재산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만큼 납세자들의 상식에 부합하는 수준에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정무위원회에서 가상자산 이용자는 보호하면서 건전한 시장을 조성할 수 있는 법안들이 발의돼 있고 논의를 앞두고 있다. 가상자산 과세는 이러한 법안이 통과된 이후 논의되는 것이 순리이고 상식이다”며 “납세자가 응당 누려야 할 보호장치는 마련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무리한 과세를 추진하려는 과세당국은 당장 고집을 멈추고 경청하는 자세부터 갖추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노웅래 의원도 “과세 시행을 앞두고 가상자산으로 인한 소득의 분류 및 인프라 부족, 다른 투자자산과의 과세 형평성 등의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면서 과세 유예 입장을 밝혔다.
노 의원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보호없는 과세는 있을 수 없다”면서 “그동안 거래소가 제멋대로 가상자산을 상장하고 폐지시킬 때, 세력들이 투자자를 비웃으며 시세조작을 할 때 정부는 무엇을 했느냐”며 “지금은 그 무엇보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의 안정, 산업의 육성·보호에 주력해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이어 3일 노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가상자산 과세 현안점검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가상화폐 과세와 관련해 “연기하는 방향으로 당에서는 검토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라며 “조만간 당정 또는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주된 추진 방향에 대해 밝히고 논의를 시작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가상화폐 주요 투자층인 2030세대 표심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가상자산기본법 발의… 투자자보호·산업육성 위한 관련근거 마련
가상 화폐 유예와 관련된 정치권의 움직임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있다. 과세를 1~2년 늦추는 법안이 여야를 막론하고 4건이나 발의된 상태다. 윤창현·유경준·조명희(이상 국민의힘) 의원, 노웅래(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가상화폐 과세 유예를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여기에 지난달 28일 국민의힘 가상자산특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창현 의원은 가상화폐 시장을 장려하고 거래질서와 투자자 보호 등을 골자로 한 ‘가상자산산업기본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제정안은 가상자산 사업자의 인가·불공정 행위의 금지 등 이용자 보호와 감독에 대한 방법과 절차, 가상자산 산업의 건전성과 경쟁력 향상을 위해 정부가 가상자산산업발전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민·관, 산·학·연이 참여하는 가상자산정책조정위원회를 운영해 가상자산산업발전기금을 설치하도록 했다. 가상자산산업발전기금은 가상자산 관련 기술을 발전시키고 가상자산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재원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설치하는 별도 기금이다.
아울러 정책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처 간 의견 조정 및 정책의 성과를 평가하는 한편, 민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가상자산정책조정위원회를 두되, 국무총리가 관장하도록 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으로 추진될 블록체인 기술 발전 관련 부분까지도 함께 아우를 수 있도록 했다.
윤창현 의원은 이번 정기국회 법안 심사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금융위원회와 국무조정실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윤 의원은 “향후 가상자산을 기능별, 산업별로 분류해 분류된 가상자산이 관련 개별 산업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산업법 전반을 개정하는 2차 입법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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