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 아파트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조사는 전체의 1.6%만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 세금으로 직결되는 공시가격을 조사하면서 개별 가구 특성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국토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은 주택공시제도 도입 당시부터 공동주택을 기준호와 개별호로 나눠 공시가격 조사방식을 차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1400만가구가 넘는 공동주택의 가격을 전수 조사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란 것이 그간 이렇게 조사해온 명분이다. 물론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동주택은 원칙적으로 모든 호에 대해 동일한 방식의 전수조사를 통해 공시가격을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관련 예산도 호당 조사단가(1370원)에 전국 공동주택 호수를 곱해 산출하고 있다.
현재 기준호는 단지 내 동일 면적별 로얄층(최고값), 최저층(최저값)을 표준적인 호로 보고 거래사례, 평가선례, 민간시세정보, 방매사례 및 세평가격 등을 종합 참작해 ‘직접’ 공시가격을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개별호의 경우 기준호 가격에 층별‧위치별 효용비를 곱해 공시가격을 ‘간접’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효용비는 대상 부동산이 최초로 조사대상에 편입된 시점에 조사돼 시스템에 기록되며 일부 특성치 변동사항만 조사자들이 업데이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공동주택 중 직접 공시가격이 산정된 기준호는 전체 공시호수의 7.6~7.8% 수준에 불과했으며, 공동주택 내에서도 아파트 1.6%, 연립 18.5%, 다세대 36.1%(2021년 기준) 등 주택 유형별로 기준호 비중도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표본이 1.6%에 불과한 아파트는 국내에서 가장 흔한 주거 형태란 점에서 주변 시세나 과거 감정평가 사례를 활용한 실질적인 조사가 너무 적다는 평가다. 적다는 것은 신뢰하기 어렵단 의미로 풀이된다.
이처럼 소수의 표본으로 공시가격을 매기다 보니 산정 오류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19년에는 서울 성동구 ‘갤러리아포레’ 2개 동(棟) 230가구의 공시가격이 통째로 정정되는 일도 있었다.
당시 이 아파트 앞에 다른 고층 주상복합이 건설되면서 일부 저층 세대의 조망을 가리게 됐는데, 조사자가 이 사실을 모른 채 일률적으로 공시가격을 매기다보니 저층부 공시가격이 고층부보다 더 큰 폭으로 올랐다. 주민들의 이의 신청이 있기 전까지 조사자는 물론, 정부도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이헌승 의원은 “국민들은 당연히 모든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이 같은 방식으로 조사될 것이라 믿고 있는데 정부는 조사 방식에 차등을 두고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도 하지 않고 있다”며 “공시가격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근본적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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