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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게임차트를 석권한 ‘배틀그라운드’를 앞세워 게임업계 지각변동을 일으켰던 크래프톤이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1월 기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주가가 가장 많이 하락한 종목에 등극한 것이다. 배틀그라운드 이후 이렇다 할 히트작을 내놓지 못한 상황서 최근 내놓은 신작 게임까지 흥행에 실패한 게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크래프톤이 ‘원히트 원더(one-hit wonder, 하나의 작품만 큰 흥행을 거둔 아티스트 등을 의미함)’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주변의 평가가 힘을 얻는 모습이다. 배틀그라운드와 유사한 성격의 게임들이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원히트 원더’ 크래프톤, 신작 흥행실패로 고평가 논란 심화…1월 주가 40% 곤두박질
관련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게임소프트웨어 개발 및 서비스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 곳이다. 2017년 출시한 배틀그라운드의 대성공을 기반으로 단숨에 굴지의 게임사로 자리매김했다. 배틀그라운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 게임 소프트웨어 유통망 ‘스팀’에서 역대 최대 규모 동시접속자 기록을 갈아치운 이력이 있다. PC, 콘솔 포함 7500만장 이상의 누적 판매고를 기록하면서 역사상 5번째로 많이 판매된 게임에 등극하기도 했다.
배틀그라운드 흥행은 크래프톤의 꾸준한 성장세로 이어졌다. 지난해 3분기에도 크래프톤은 5219억원의 매출액(연결)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42.3%나 확대된 규모며, 국내 게임업계 ‘빅3’에서 한 개 축을 맡고 있는 엔씨소프트(5006억원)의 기록을 넘어선 것이기도 했다.
게임업계 지각변동을 일으킨 크래프톤은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또 한 번 주변을 놀라게 했다. 지난해 8월 10일 코스피에 상장한 크래프톤의 공모가(49만8000원) 기준 시가총액은 24조4000억원이었다. ‘게임 대장주’였던 엔씨소프트는 물론 주요 대기업들을 웃도는 규모였다.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았지만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22조1997억원으로 코스피 19위에 등극할 수 있었다. 당시 엔씨소프트의 시가총액은 20조원에 못 미쳤었다.
이후에도 크래프톤은 40만~50만원대 주가를 유지하는데 성공하며 게임 대장주로서의 지위를 굳히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승승장구하던 크래프톤을 향한 주변의 우려가 커지게 된 건 최근의 일이다. 지난해 말 46만원이던 주가가 지난달 28일 27만4500원까지 내려앉은 것이다. 하락폭은 무려 40.33%로 해당 기간 중 코스피 하락률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광주에서 대형 붕괴 사고를 낸 HDC현대산업개발(-36.90%)보다도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는 점이 관심을 끌었다.
오는 10일 크래프톤 총 발행주식의 31.66%에 해당하는 1550만주가 의무보유 해제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악재로 지목된다. 보호예수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풀릴 경우 수급 충격으로 주가가 추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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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
크래프톤의 주가 하락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는 ‘고평가 논란’이 지목된다. 크래프톤은 IPO 과정에서부터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평가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회사 매출 대부분을 배틀그라운드 단 한 개의 게임에서 가져오는 ‘원히트 원더’가 엔씨소프트는 물론 SK텔레콤, 삼성생명, KT&G 등 주요 대기업보다 높은 시가총액을 형성했다는 점에서다. 이 같은 고평가 논란이 지속되던 가운데 증시가 하락장에 접어들면서 여타 종목보다 빠르게 주가가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이후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신작 ‘배틀그라운드 : 뉴 스테이트(뉴 스테이트)’도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뉴 스테이트는 사전 예약자 수 5500만명을 기록하는 등 출시 전부터 주변의 기대를 모았던 게임이다. 출시 나흘만에 전 세계 다운로드 수 2000만건을 돌파하기도 했다. 증권가는 뉴 스테이트의 올해 매출액이 2조원 이상일 것으로 관측했다.
단 뉴 스테이트는 초반의 기세를 이어가는데 실패했다. 앱 정보 제공 회사 센서타워에 따르면 1월 초 기준 뉴 스테이트의 미국 안드로이드 마켓 게임 부문 매출 순위는 303위에 불과했다. 한국 내 순위도 277위에 그쳤다. 센서타워는 뉴 스테이트 매출을 11월 64억원, 12월 12억원 등으로 추정했다.
아직 배틀그라운드의 인기가 굳건하다곤 하지만 출시 6년차에 접어든 만큼 크래프톤이 하루빨리 개발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크래프톤은 뉴 스테이트에 이어 올해 초 서바이벌 호러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출시할 예정이다. 배틀로얄 게임 ‘프로젝트 타이탄’, 서바이벌 슈팅 액션 게임 ‘프로젝트 카우보이’ 등도 개발 중에 있지만 아직 출시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갈 길 바쁜데 ‘유사 배틀그라운드’까지 발목…“승소해도 본전” 부담도
배틀그라운드와 유사한 성격의 게임들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해 나가는 점도 크래프톤에겐 부담요소다. 특히 표절의혹이 제기될 정도의 ‘유사 배틀그라운드’까지 속속 등장하면서 크래프톤의 고민은 깊어지는 분위기다. 저작권 침해 혐의 등으로 고발하면서 나름의 대응에 나서고 있다지만 실익이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크래프톤은 지난달 10일 싱가포르 게임사 ‘가레나’를 저작권 침해 혐의로 고발했다. 가레나가 출시한 모바일 배틀로얄 게임 ‘프리 파이어’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오프닝, 게임 구조 및 플레이, 무기의 조합 및 선택 등 여러 측면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에서다.
업계 관계자들은 해당 소송과 관련해 “크래프톤이 승소해도 본전”이라는 평가다. 혐의 입증을 위해 상당한 수준의 역량 투입이 불가피함에도 승소 여부는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소송 기간 중에 시장 점유율 관련 손해를 피할 수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프리 파이어는 동남아, 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인도 시장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매출기록을 뛰어넘은 점이 눈길을 끈다. 인도시장은 크래프톤의 신성장 동력으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컨설팅업체 KPMG에 따르면 인도 모바일 게임 시장규모는 연평균 32% 성장해 2024년까지 37억5000만달러(약 4조5338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은 “게임에 대해서는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악용해 일단 게임을 출시하고 수익을 얻은 다음 게임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소송이 끝날 때쯤 다른 게임을 출시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일련의 상황에 따라 주변의 우려가 커지며 크래프톤 수장이 직접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지난달 25일 크래프톤 사내 게시판에 ‘우리 사주를 가진 구성원들에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경영진의 일원으로 책임감을 무겁게 느낀다고 밝힌 것이다.
장 의장은 해당 글에서 “대내외에서 많은 기대를 받았던 ‘펍지 뉴스테이트’의 저조한 초기 실적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줬고 미국이 돈을 거둬들이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줄었다”며 “크래프톤은 상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투자자들의 크래프톤 주가 해석에 관한 혼돈도 여전히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규 게임 개발, 신규 사업 확장 등 꾸준히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시장의 인정을 받게 되면 회사의 가치도 자연스럽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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