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순자산 70조원을 넘어서며 투자자금을 끌어당기고 있는 가운데 테마 ETF가 주목받고 있다. 향후 예상되는 장기적인 사회·경제적 트렌드 변화에 투자하는 ETF로, 트렌드 변화로부터 수혜를 입는 기업의 주식으로 이뤄진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2차전지, 친환경, 전기차 등이 대표적인 테마다.
수익률도 코스피 등 시장대표 지수를 압도하고 투자자 취향에 맞는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어 새로운 투자처로 자리잡고 있다. 웹툰·드라마, 골프, 명품 등 이색적인 테마 ETF도 출시된 상태다. 하지만 같은 테마라고 해도 상품마다 수익률 차이가 커 주의해야 한다. 투자하기 전 구성 종목, 운용 전략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테마형 ETF 규모 13.6조… 전체 ETF 19% 차지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일 기준 국내에 상장된 ETF 종목의 수는 총 540개, 전체 운용 규모(순자산총액)는 71조396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업종테마’로 분류된 테마형 ETF 종목 수는 총 80개, 순자산총액은 13조2676억원에 달했다. 전체 ETF 시장의 약 19% 수준이다. 이는 2020년 말(3조779억원)과 비교해 1년여 만에 4배 가량 커진 규모다.
ETF는 ‘개미’들의 새로운 투자 트렌드로 급부상했다. 개인은 지난 1년간 ETF 시장에서 8조8918억원을 순매수했는데 이 중 테마 ETF 상위 3종목에만 4조원 가까이 쏟아 부었다. 해당 종목은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 △TIGER 글로벌리튬&2차전지SOLACTIVE(합성) 등이다. 특히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의 규모는 2조3617억원으로 삼성전자, 카카오, NAVER 등에 이어 개인의 ‘최애(最愛)’ 종목이었다.
수익률도 나름 준수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여파로 코스피가 2600선으로 밀려났지만 테마 ETF는 중심을 잡았다. 지난 1년 간 10% 이상 상승률을 기록한 종목들은 6개에 달했다. ‘TIGER 글로벌자원생산기업(합성H)’의 경우 1년(27.27%), 6개월(16.28%), 3개월(11.73%), 1개월(7.49%) 등 1년 내내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투자범위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거래소에 상장된 테마 ETF 유형은 대체로 반도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미래차, 2차전지,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등이지만 작년부터 이색적인 종목들이 등장했다. 특히 20·30대들이 주로 소비하는 K-콘텐츠, 명품, 골프 등과 관련한 ETF 종목들도 대거 나오면서 수익률뿐만 아니라 투자에 재미까지 키웠다.
K-콘텐츠 관련 종목으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Fn 웹툰&드라마’가 있다. 웹툰·드라마를 제작·유통하는 기업들에 투자하는 종목이다. 포트폴리오는 CJ ENM, NAVER, 카카오, 스튜디오드래곤, 위지윅스튜디오 등으로 이뤄졌다. K-POP(케이팝)에 투자하는 ETF도 있다 바로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Fn K-POP&미디어’다. 하이브, CJ ENM, 에스엠, JYP Ent,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등 연예기획사 또는 콘텐츠 제작사에 투자한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골프업계가 급격히 커지자 골프 관련 ETF도 등장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Fn골프테마’가 대표적이다. 이 ETF는 골프웨어를 판매하거나 골프장을 운영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종목이다. 편입 기업은 골프존, 이마트, 휠라홀딩스, 코오롱인더 등이다. 최근 20·30대들도 고가의 골프웨어·골프용품 등을 소비하며 업계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상태라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명품에 투자하는 ETF도 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글로벌럭셔리S&P(합성)’다. 이 ETF가 추종하는 ‘S&P 글로벌 럭셔리 지수’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에르메스, 케링 등 파리거래소에 상장된 주요 명품 브랜드 기업을 비롯해 테슬라, 나이키 등에도 높은 비중으로 투자한다. 지난 8일 기준 1년 수익률은 15.15%로 상당히 높았다.
수소 관련 ETF도 이달 15일 상장을 앞두고 있다. KB자산운용의 ‘KBSTAR글로벌수소경제’가 대표적이다. 이 ETF는 전 세계 수소 관련 핵심기업 총 30개를 한 번에 담을 예정이다. 편입될 기업은 프랑스 에어리퀴드, 미국 플러그파워, 한국 두산퓨얼셀 등이다. 한화자산운용도 수소 테마 ETF인 ‘ARIRANG 글로벌수소&차세대연료전지MV’ 등을 상장할 예정이다. 플러그파워 등 수소 연료전지 등에서 이익의 절반 이상을 얻는 기업을 선별해 편입한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용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당장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부채 증가와 인구 고령화 등 저금리, 저성장을 뒷받침하는 구조적 요인들은 여전하다”며 “희소한 성장에 대한 수요가 향후 5~10년간 꾸준히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하므로 ETF를 통한 테마 투자는 미래에도 계속 확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미래차 테마인데 中기업은 41%, 韓기업은 -18%
투자를 하기 전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테마가 똑같아도 수익률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추종하는 기초지수와 구성 종목, 운용 전략 등이 각 ETF마다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한 테마와 구성 종목들이 얼마나 밀접한지도 확인해야 한다. 특정 테마를 표방하고 있지만 해당 사업의 비중이 작은 기업을 담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와 ‘HANARO Fn전기&수소차’는 미래차(전기·수소·자율주행 등)라는 동일한 테마를 추구하지만 작년 4월 2일부터 이달 8일까지의 수익률은 각각 40.80%, -18.09%로 천지차이였다. 전자는 BYD, CATL 등 중국 전기차 관련 시가총액 20위 기업에 분산투자하는 ETF로 Solactive China Electric Vehicle 지수를 추종한다. 반면 후자는 FnGuide 전기&수소차 지수를 추종하며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차, 연료전지, 2차전지 등 5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 중 상위 30개 종목을 담는다. 해당 종목은 현대모비스, 기아, 현대차 등 국내 기업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어떤 테마형 ETF가 시장을 주도할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는 ‘ETF 투자, 11대 테마에 주목하라’는 책을 통해 △전기차 △클라우드 △중국 바이오 △중국 소비 △반도체 △인공지능(AI)·로봇 △원격의료 △메타버스 △사이버보안·핀테크 △이커머스(E-Commerce) △ESG·친환경 등 11가지를 유망 테마로 꼽았다. 기존 게임과 소셜미디어를 메타버스로 통합했고 ESG·친환경을 새롭게 추가했다.
이들은 메타버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PwC에 따르면 전 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2019년 455억달러에서 2025년에 4764억달러, 2030년에는 1조5000억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모바일·온라인게임이 메타버스 산업을 선제적으로 이끌고 있다. 게임업계는 샌드박스(Sandbox) 게임을 개발하며 목표를 달성해 성취감을 얻는 것을 넘어 아바타로 가상의 세계를 탐험하는 체험을 시도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업계도 메타버스에 관심이 많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2020년 9월 메타버스 공간인 ‘제페토’에서 아이돌그룹 블랙핑크의 가상 팬 사인회를 열었다. BTS도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포트나이트’에서 ‘다이너마이트’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하고 온라인 콘서트로만 약 500억원의 매출을 냈다.
또한 테마형 ETF가 연금저축, DC형 퇴직연금, IRP 등 연금계좌를 운용하는 투자자에게 매력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는 테마형 ETF가 보유한 주식의 높은 변동성으로 포트폴리오 위험을 높일 수도 있지만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러한 단점은 희석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승원 미래에셋자산운용 ETF마케팅부문 본부장은 “테마형 ETF는 투자 대상을 선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4차 산업혁명의 급속한 전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시대 도래, 환경의 중요성 부각 등 현재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장기간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테마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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