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은 경상남도 양산의 사저 앞 시위대에 격렬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마침내 지난달 말 과격 집회를 한 보수 성향 단체 회원들을 모욕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러한 ‘반지성’ 시위는 정확히 5년 전 민주당이 줄기차게 했던 행위다. 여야 양진영이 스스로 자성하지 않는 한 반복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란 지적이 나온다.
양산시 평산마을의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는 지난달 10일 퇴임 후 보수단체와 보수성향 유튜버 6~7곳이 번갈아가며 집회를 열고 있다. 문제는 집회·시위 과정에서 확성기를 이용하여 고성과 욕설을 내뱉는 일부 단체 때문에 사저 주변 마을 주민이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70~80대 동네 주민 10명이 소음 스트레스로 식욕부진·불면증 등을 호소하며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경찰에 접수된 신고는 205건에 달한다. 소음과 관련한 내용이 105건으로 가장 많았고, 시비 및 기타가 81건이었다. 문 전 대통령이 퇴임하고 내려오기 전까지는 없던 일이다. 경남도청에도 과격 집회를 제한하거나 처벌해달라는 민원이 700건 넘게 접수됐다.
문 전 대통령 자신도 지난달 15일 페이스북에 “집으로 돌아오니 확성기 소음과 욕설이 함께하는 반지성이 작은 시골 마을 일요일의 평온과 자유를 깨고 있다”고 적었다. 민주당도 잇따라 비판하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전 대표는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이런 무도한 정권이 돼야 하겠느냐”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도 트위터에 “집안에 갇힌 생쥐 꼴이다”라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 등은 옥외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는 장소에 전직 대통령 사저를 추가하는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양산 비서실의 시위대에 대한 경고 하루 만에 보수 성향 단체 회원 4명을 모욕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문 정부 청와대 출신 국회의원 17명은 “5년 전 대한민국은 폭력 행위 한 번 없는 평화적 촛불시위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며 “일부 반이성적 인사들의 무참한 행태를 우리가 막아내자”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 민주당은 2017년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쥐XX…” 등의 막말을 쏟아낸 시위가 4개월간 벌어졌을 때 오히려 시위에 참가하고 독려했었다.
2017년 10월부터 이 전 대통령의 서울 논현동 사저 앞에서 구속을 촉구하는 단체들의 시위가 매일같이 진행됐을 때 ‘쥐를 잡자 특공대’ ‘이명박심판범국민행동본부’ 등이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될 때까지 1인 시위·단식운동·촛불집회 등을 이어갔다. “쥐XX 나와라” 등 욕설을 외치거나 ‘적폐청산을 위한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을 하기도 했다.
2017년 12월 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시위 현장을 방문해 “BBK의 진실을, 다스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함께 찾아내자”며 이 전 대통령 구속을 촉구했고, 2018년 1월에도 민병두 전 민주당 의원이 시위 현장을 찾아 지지발언을 했다. 당시 대통령 사저 인근 주민도 불편을 겪었다. 그랬던 민주당이 이제는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에 대해 ‘윤 대통령이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물론 과도한 시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반지성이 작은 시골 마을 일요일의 평온과 자유를 깨고 있다’는 말에 ‘너희는 반지성으로 나라를 깨지 않았느냐’고 해도 끝이 없다. 해결책은 문 전 대통령 측에서 모두 제시했다. 문 대통령 측이 비판한 ‘반지성’ ‘무도한 정권’ ‘반이성적 행위’를 여야 진영 모두 안 하면 된다. 송영길 전 대표 말 대로 이제는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 나라로 회복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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