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6-10-30 21:49
뉴스
[이슈진단] 침수차 중고 매물 우려
폭우·태풍으로 차량 침수 피해 ‘사상 최대’… 중고차 유통 주의보
침수 차량 1만8000여대… 추정 손해액 2183억원 넘어
중고차 시장 유입 우려 확대…‘침수차 환불’ 개정안 발의
금감원·국토부·소비자원 등 관련 당국 총력 대응키로
▲ 지난달 15일 침수 차량 임시보관소로 마련된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주차장에 흙탕물을 뒤집어쓴 침수 차량이 주차돼 있다. 손해보험사들은 이곳에 임시사무실을 차리고 수백 대에 달하는 침수 차량을 옮겨 피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남충수 기자] ⓒ스카이데일리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올해 차량 침수 피해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침수 사실을 숨긴 중고차가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 당국은 침수차의 불법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손해보험(손보)사 사후처리 과정을 점검하는 한편 중고차 구입 시 꼼꼼하게 확인할 것을 소비자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13일 손보협회에 따르면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7일까지 전체 12개 손보사에 접수된 차량 침수 피해 건수는 6762건으로 집계됐다. 낙하물로 인한 차량 피해 신고가 포함됐다. 손해액은 546억3200만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됐다.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이 높은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 등 4대 손보사에 피해 접수가 집중됐다. 7일 기준 태풍 힌남노로 4대 손보사에 접수된 차량 침수 피해는 5748건(추정 손해액 478억원)으로, 전체의 85% 이상을 차지했다.
 
힌남노가 주로 경북 포항과 경남 지역을 휩쓸면서 해당 지역에 피해가 집중됐고, 덕분에 과거 태풍보다 차량 침수 피해 규모가 비교적 적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앞서 수도권 집중호우로 입은 피해는 훨씬 더 컸다. 손보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8일까지 전체 12개 손보사에 접수된 차량 침수 피해는 1만1685건, 추정 손해액은 1637억1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낙하물 피해를 포함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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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지역에 폭우가 집중되면서 외제차 피해가 전체 침수 피해 규모를 키웠다. 외제차 침수 피해 건수는 3834건에 달했다. 피해 침수차 3대 중 1대가 외제차였다. 추정 손해액은 무려 955억8000만원에 이른다. 
 
대형 4사에 접수된 차량 침수 피해는 9932건, 추정 손해액 1391억5000만원, 이 가운데 외제차 피해는 3259건, 손해액은 812억4000만원이었다.
 
이로써 올 여름 수도권 집중호우와 태풍 힌남노로 12개 손보사에 접수된 차량 침수 피해를 단순 합산하면 1만8447건, 추정 손해액 2183억4200만원에 달한다. 이는 역대 최대 손해액이다.
 
이전까지 가장 큰 차량 침수 추정 손해액은 2020년 7~9월의 1157억원(2만1194대)이었다. 2003년 태풍 매미가 4만1042대(911억원)로 가장 많은 침수 대수 기록을 유지했다.
 
▲ 중부지방 집중호우로 발생한 차량 피해 추정손해액이 1600억원을 돌파한 가운데 15일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주차장에 마련된 보험사 침수차량 집결 장소에 서울 등 수도권에서 침수 피해를 입은 차량이 모여있다. ⓒ스카이데일리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관측된다. 침수 피해를 보상하는 자동차보험 자기차량손해담보(자차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보험사에 피해를 접수하지 않은 차량이 적지 않다는 점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자차보험 가입률은 72.7%다.
 
이러한 대규모 차량 침수 피해로 침수 차량 일부가 조만간 중고차 시장에 매물로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고차를 구입했더니 침수차였음을 뒤늦게 알아챘다'는 등의 피해 신고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자차보험에 가입해 전손(전체 멸실) 처리된 침수 차량은 반드시 폐차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중고차 유통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보험사는 수리비용이 차량 가격을 초과해 전손 처리할 경우 같은 모델의 중고차 평균시세로 보상해준다.
 
자차보험으로 수리받은 침수 차량은 기록이 남기 때문에 중고차로 유통되기 쉽지 않다. 문제는 자차보험 미가입 차량이다. 침수로 수리를 받아도 기록이 남지 않아 정상적인 중고차로 둔갑할수 있다.
 
또한 자차보험에 가입했더라도 가입자 과실로 보상 대상에서 제외돼 피해를 접수하지 못한 차량이나 전손 처리되지 않고 부분 손해 처리된 차량 또는 자차보험 가입자가 이해득실을 따진 뒤 손보사에 접수하는 대신 자비로 수리해 중고차로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관련해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은 중고차 판매업자가 차량의 침수 사실을 속이고 판매할 경우 ‘90일 동안 환불’을 보장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침수, 주행거리 등 사항을 속이고 판매한 경우 90일까지 환불기간을 법률로 보장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김병기 의원은 “중고차 판매업자들이 내부 세차를 하고, 안전벨트 등 침수사실을 알 수 있는 부품을 교체하는 등으로 침수사실을 감추고 판매하고 있어 일반 소비자가 단기간에 침수사실을 인지하기 곤란한 상황”이라며 “현행법으로 30일 이내에만 환불할 수 있어 소비자 보호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김의원은 이어 “최근에 출시된 차량은 과거와 다르게 자율주행 등 전자부품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어 침수로 인해 오작동, 급발진 등 사고 발생위험이 크다”며 “판매 후 일정기간 사용을 했더라도 사고 위험을 고려해 법률로 환불을 장기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이번 법률 개정으로 자동차 판매업자들이 침수차량을 속여 판매한 경우에는 아무런 이익도 보지 못하고 환불을 해줘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 침수차량을 속여 판매하지 못하도록 계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서울과 경기북부 등 수도권에 폭우가 내린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대 도로가 침수돼 차량이 빗물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지난달 24일 손보업계와 간담회를 진행해 집중호우로 발생된 차량침수 피해 상황에 대해 긴급 논의에 들어갔다. 국민 안전과 직결된 중요 사안인 만큼 차량침수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보상처리와 중고차 시장에서 침수차량의 불법 유통을 차단하기 위한 폐차 확인 절차 등 손보사의 사후처리 프로세스를 점검하기로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 손보사에 접수된 침수 차량은 1만1988대, 추정 손해액은 1549억원에 이른다. 이중 전손 차량은 7026대로 전체의 58.6%로 집계됐다. 
 
금감원은 이번 집중호우로 폐차 처리한 차량은 폐차증명서 확인 후 보험금을 신속하게 지급토록 손보업계에 협조를 요청했다. 불가피하게 보상처리가 지연되는 경우 피해 차주에게 가지급금(추정손해액의 50%) 지급제도를 안내하는 등 소비자 불편 최소화를 당부했다.
 
또한 침수차량 불법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폐차 진위 여부를 재점검해 전손차량 모든 건에 대해 폐차처리 현황을 금감원에 보고하도록 했고 침수 이력관리 강화를 위해 수리가 가능한 분손(부분 손해) 차량의 경우 보험 보상시스템에 차량 침수 이력을 반드시 기록할 것을 지시했다. 이외에도 보험사가 자동차보험 가입·갱신 시 계약자에게 차량침수 이력을 안내하도록 하는 등 침수차량으로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개선도 함께 추진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0년 8월11일부터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침수 중고차 관련 상담 건수가 총 198건으로, 관련 피해가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침수 중고차를 구입한 소비자가 사업자와 자율적 분쟁해결이 어려운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1327소비자상담센터’ 또는 ‘소비자24’를 통해 상담 또는 피해구제 신청을 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중고차 구입 시 먼저 보험개발원의 카히스토리에서 차량번호를 입력해 사고기록과 침수 등의 정보를 조회하고, 보험 처리를 하지 않고 중고차 매물로 나온 차량일수도 있기에 침수 흔적이 있는지 차량 상태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며 “매매계약서 작성 시 ‘침수차량일 경우, 이전등록비를 포함한 구입가 전액을 환급한다’는 특약사항을 기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올 10월부터 교통안전공단과 정비·성능상태점검·중고차 매매 과정에서 침수 이력이 은폐되지 않도록 상시 모니터링을 실시할 방침이다. 연 2회, 장마철 등 침수차가 주로 발생하는 시기 지자체 등과 침수차 불법유통 합동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아울러 침수 사실을 속여 중고차를 판 업자는 영업을 취소시키고, 피해 이력을 기재하지 않은 성능상태 점검자에게는 2년 이하의 징역을 부과하기로 했다. 전손 침수차량 폐차 의무를 따르지 않은 원소유자에 대한 과태료도 3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대폭 올렸다. 아울러 매매·정비업계·성능상태점검자, 소비자, 행정기관이 공유할 수 있는 공식적인 침수 기준 및 침수차량 관리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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