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8일과 9일 서울 및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지대가 낮은 서울 강남권을 비롯해 인천 등 지역에서 침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거리 곳곳에 방치된 전동킥보드가 침수돼 화재나 감전 등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해당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전동킥보드를 수거해 수리하러 나선 상황이다. 하지만 침수 등 자연재해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보험에 업체 대부분이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모든 수리 비용을 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각종 규제로 킥보드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부담이 가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체 점검 나선 업계… “침수 피해 규모 컸다면 손해 ‘막심’했을 것”
공유형 전동킥보드는 개인형 모빌리티(PM)로 소비자들이 각 업체별로 일정 요금을 결제하고, 이용 후 인도 가장자리나 별도로 마련된 지정 주차 구역에 보관·주차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공유 전동킥보드의 주차구역에는 대부분 비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구조물이 설치돼 있지 않아 장마철 호우경보가 발효된 상황에도 야외에 그대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수마가 강타한 수도권 지역에 수많은 전동킥보드가 비에 잠겼고, 업체는 강남 등 일부 지역에 침수된 킥보드를 수거해 자체적으로 수리 및 점검을 진행하고 나섰다. 침수 피해로 발생한 비용도 크지 않고 킥보드도 정상적으로 가동되지만 만일의 사고를 우려해 대비하겠다는 취지다.
주목할 대목은 규모가 큰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전동킥보드 업체가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으로 소규모여서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침수 등 자연재해가 발생해도 피해를 보상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자동차의 경우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번 폭우로 발생한 다량의 침수차량은 보험사 및 완성차 업체를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전동킥보드의 경우 보험 의무 가입 규정이 없다. 보험사 역시 전동킥보드 업계 규모가 작기 때문에 PM 업계를 대상으로 한 상품을 만들지 않고 있다.
그래서 피해가 발생하면 업체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전동킥보드를 수리하거나 점검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업체 측에서 전액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동킥보드 업체 관계자는 “이번 강남 지역에서만 100여대의 침수피해가 확인돼 일괄 수거해 점검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우리 업체의 경우 관련 보험에 가입돼 있었지만, 피해가 경미하고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 보상받는 절차를 거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자연재해와 관련한 보험 등에 가입돼 있지 않다”면서 “이번에는 침수 피해가 크진 않았지만 만약 컸다면 보상 받을 길이 없어 손해가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침수 킥보드, 화재·감전 등 안전사고 우려도… “PM법 만들어야”
문제는 전동킥보드가 배터리 등 전력으로 구동되는 구조인 만큼 물에 취약해 이용자들이 안전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연식이 오래된 배터리를 사용하거나 벗겨진 전선 피복 등이 침수된 킥보드를 이용할 경우 누전 가능성이 있다”며 “직접 확인해야 알 수 있겠지만 오랜 시간 물에 빠진 킥보드는 부품이 정상적으로 작동된다 하더라도 온전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잦은 고장을 일으킬 수 있어 적절한 수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서울시 관악구에서 전동킥보드 수리점을 운영하는 김성모(가명) 씨는 “전동킥보드의 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로 제작되는데 물에 닿을 경우 화재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전력이 새나가 감전의 위험도 있다”며 “컨트롤러 등 세부적인 부품도 제 기능을 상실하기 때문에 침수 킥보드의 경우 수리보다는 폐기를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3월 한국소비자원은 Kaabo Mantis8 전동킥보드 등 수입킥보드 2종류에 대해 배터리 감전 위험으로 제품의 시중 유통을 차단된 바 있어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배터리 불량은 화재 등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안전인증을 받은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면서 “배터리에 이상이 있을 경우 즉시 폐기하거나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전동킥보드의 감전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전동킥보드 제품의 방수 성능이 침수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안심하고 이용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일례로 공유형 전동킥보드 업체 씽씽은 2020년부터 배터리 방수 등급을 ‘IP67’ 수준에서 ‘IP68’ 등급으로 고도화시키기도 했다. 지바이크사에서 운영 중인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지쿠터’와 빔 모빌리티 역시 컨트롤러, 배터리 등 주요 부품을 IPX7 등급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IP등급은 방수·방진 정도를 측정하는 국제표준으로, IP이후에 붙는 10의 자리 숫자는 방진 정도를, 1의 자리 숫자는 방수 정도를 말한다. IPX8 등급은 0.15~1m 수심에서도 견딜 수 있어 완전 방수와 비슷한 수준을, IPX7 등급은 같은 수심에서 30분간 견딜 수 있는 수준을 의미한다.
한편 전문가들은 전동킥보드 업계가 부정적인 시선과 엄격한 규제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 폭우 사태가 안전사고 우려, 보상 규정의 부재 등 전동킥보드 업체의 부담이 가중되는 형태로 돌아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부의 규제 일변도식 PM규제 탓에 사업에 난국을 맞이한 전동킥보드 업계가 생존을 위해 기를 쓰고 있는데 이번 폭우로 또 적잖은 피해를 감내하게 됐다”며 “심지어 라임, 뉴런모빌리티 등 업체들은 한국에서 사업을 철수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개인형 모빌리티의 재원 및 이용행태는 자전거, 자동차 등 기존 이동수단과 엄연히 다름에도 PM 규제를 자동차, 자전거 등 기존 모빌리티에 끼워 맞추는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하고 있어 효율적인 PM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PM총괄관리규정 등을 만들어 헬멧 착용 의무, 강화된 주차 및 견인제도 등 업계를 옭아매는 규제를 풀고 지속적인 관심을 바탕으로 산업 활성화를 일궈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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