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라는 모토가 낯설지 않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1000만 명이라고 했는데 최근 반려인구가 급증했다. 반려동물은 반려인의 삶과 밀착하면서 가정 내에서는 이미 가족의 일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이들을 ‘생명체’가 아닌 ‘물건’으로 취급하는 법·제도 때문에 배상문제나 사체 처리 등의 사안이 발생했을 때 반려인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에 이번 기획팀은 이슈포커스 주제를 ‘더 나은 반려동물 사회를 향해서’로 잡고 반려동물에 대한 제도적 규정의 문제점, 유기동물의 입양과 안락사, 마지막 이별 절차에 따르는 문제 등을 짚어봤다.
|

최근 1500만 반려인구 시대라고 일컬어지고 있으나 반려인구 통계는 사실상 조사기관에 따라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통계청은 2020년 개‧고양이를 비롯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가구 수를 약 313만 가구라고 밝힌바 있다. 가구당 평균 인구를 2.3명으로 단순 계산해보면 반려인구는 약 720만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KB금융그룹의 조사결과는 완전히 결이 다르다. 이 조사에 따르면 2020년말 기준 전국 반려동물가구는 604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약 30%를 차지한다. 역시 가구당 평균 인구 2.3명으로 계산하면 반려인구는 약 1400만으로 크게 늘어난다. 이는 통계청 자료의 거의 2배에 해당한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가 지난해 발표한 통계에서는 638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수로는 약 1467만, 즉 1500만에 가깝다. 반려인구 1500만 시대는 농식품부의 통계에 근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인구의 약 4분의 1이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셈이다. 대부분의 반려인은 반려동물을 하나의 가족으로 여긴다. 그런 점에서 반려동물과 관련한 법과 제도가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살펴봐야할 시점이 됐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대한민국 민법은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한다. 반려동물에 해를 끼친 경우, 재물손괴죄를 물을 뿐이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국민이 반려동물에 대해 가지고 있는 법 감정과는 크게 동떨어진 대목이며, 이에 대해 법 개정과 인식 개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현행 민법상 동물 지위 문제점 지적… 국회내 개정 움직임 일어
현행 민법 제98조는 물건을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으로 정의하고 있고, 동물은 이 중 유체물로서 물건으로 취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과 손해배상은 그 잔혹함에 비해 처벌 정도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16년 4월 600여 마리 고양이를 끓는 물로 죽인 범인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함으로써 사실상 무죄나 진배없는 판결을 내렸던 일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행위에 대한 처벌수위(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가 낮아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행법이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해 그에 따라 낮은 수준의 처벌이 집행되는 반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많은 국민은 반려동물을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의 하나로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주에서 자영업을 하며 반려동물을 집과 일터 모두에서 키우고 있는 A(32)씨는 이같은 반려동물에 대한 법적 지위와 그에 따른 처벌 강도와 관련해 “현재 우리나라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의 감정에 배치된다. 반려 동물에 적합한 법적 지위를 바로잡는 관련 입법을 하고 그에 따른 처벌 역시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에서도 관련입법 활동이 진행중이지만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0월1일, 법무부는 동물의 비(非)물건화를 명시한 민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현행 민법 제98조는 물건을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유체물에 해당하는 동물은 물건으로 취급된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개정 민법 제98조에는 1항에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규정과 2항에는 ‘동물에 대해서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라는 규정을 내용으로 한다.
하지만 본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 안건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계류상태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7월22일 신주운 외 5만 명의 서명을 받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민법 개정안(민법 제98조의2 신설) 통과 촉구 청원이 국회입법청원에 올라오기도 했다.
이 청원에서 청원인 신씨는 “동물보호법이 제정된 지 30년이 지나고 동물권 인식이 확산되는 사회적 변화에도 여전히 진행 중인 동물 잔혹사의 기저에는 ‘동물은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이 깔려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로 인해 우리 사회는 법감정과 괴리된,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미약한 처벌과 동물 피해에 대한 납득할 수 없는 배상 등의 한계를 어찌할 수 없는 안타까움으로 목도해올 수밖에 없었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신씨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향해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이 담긴 민법 개정안 안건을 조속히 심의하고 통과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국회 내에서도 동물복지 향상에 관심이 있는 의원들이 모인 연구단체인 ‘동물복지국회포럼’을 중심으로 입법을 위한 움직임도 펼쳐지고 있다. 이 단체는 국회에 정식 등록된 국회의원 연구단체로, 2015년 창립 이래로 동물복지 향상을 위한 제도 및 정책개선·예산확보·입법활동 등을 펴고 있다.
동물복지국회포럼은 7월28일 여러 동물 권익 보호단체들과 함께 '동물의 법적지위와 입법적 변화 모색 국회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포럼의 공동대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회사에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선언적 내용의 입법조차 제대로 심사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 입법부의 일원으로서 부끄러운 마음”이라며 “이번 정기국회 통과를 위해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동물의 비물건화 민법 개정안 처리에 대해 국회 밖 관련 시민단체가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팀장은 스카이데일리와 통화에서 “국회에서 해당 법안 처리 현황에 관해 계속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먼저 들어온 법안 처리들 때문에 늦춰지고 있을 뿐 법안의 처리는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채 팀장은 해당 민법 개정안 뿐 아니라 후속 입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도 역설했다. 그는 “해당 민법 개정안이 ‘동물에 관한 규정이 없을 경우 물건의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했기 때문에 개정안이 선언적 의미에 머물지 않으려면 동물 권리에 관한 후속 입법이 이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동물보호단체 라이프의 심인섭 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해당 민법 개정안에 대해 “기존의 동물보호법 등에서 동물에 해를 끼치는 행위에 대한 처벌 형량이나 벌금이 좀 늘어나는 개념과 달리 동물의 사회적·법적 지위에 대한 패러다임 자체가 완전히 바뀌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동물 비물건화에 비판적 의견도… 실효적 보호 위한 다른 방안도 제시돼
이같이 동물에 대한 권리를 신장하기 위한 입법 움직임이 있는 반면, 이를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측에서는 관련 법안 개정이 실효성이 없고 동물이 재산적 가치를 갖고 소유와 거래의 대상이 되는 현실에서 관련 분쟁에 혼란을 줄 것이라는 비판적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물권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민법 체계에서 동물이 ‘물건은 아니’지만 ‘물건에 관한 규정이 준용된다’고 규정할 경우 동물에 대한 권리의 내용이 정확히 무엇인지 규정되어 있지 않게 돼, 불필요한 혼란이 발생할 소지가 있어 보인다는 얘기다.
동물의 비물건화를 법률로 규정하는 이 개정안을 통해 사법상 권리·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을 규율하지 않고 공백으로 남겨둘 경우, 사인 간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음은 물론 입법영역에서 수행하여야 할 법질서의 내용을 사법 영역에 미루는 결과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우리 국회에서의 입법 움직임에 앞서 해외에서는 동물의 법적 지위와 관련한 입법 사례가 존재한다.
오스트리아에서는 1988년 세계 최초로 동물의 법적 지위에 관한 규정을 민법에 신설, “동물은 물건이 아니며, 동물은 별도의 법률들에 의해 보호된다. 물건에 관한 규정들은 유사한 규정들이 존재하지 않는 때에 한하여 동물에 대해 적용된다”고 명시했다.
1990년 독일에서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동물은 별도의 법률에 의해 보호된다”는 내용의 민법 개정을 단행한 바 있다. 동물이 아직 권리의 객체에 머물러 있긴 하나, 일반 물건과는 다른 생명으로서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사법상 동물 지위 규정 개정 전 이미 동물보호법이나 형법에서 동물학대에 대한 별도 처벌 규정, 동물학대자에 대한 소유권 제약 규정 등을 두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동물의 비물건화 이외에도 동물의 실효적 보호를 위해 도입을 검토할 수 있는 제도로 민사상 손해배상 및 압류금지 특칙의 제정과 기타 동물학대 처벌 및 동물보호 규정 정비 등이 거론되기도 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동물의 법적 지위에 관한 입법례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오스트리아·독일·스위스 등의 국가들처럼 민사 영역에서 동물의 실효적 보호를 위해 민법상 동물의 치료비 배상 범위에 대한 특칙과 집행법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기르는 반려 동물의 압류를 제한하는 규정 등의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동물학대 처벌 및 동물보호 규정 정비의 경우 민사상 동물 지위 규정 개정과 별도로, 처벌대상이 되는 동물학대 행위의 확대,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동물학대 행위자에 대한 소유권 제한 등 제도 정비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