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이 시행되면서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정부는 ‘거래 위축’을 해소하기 위해 청약 신청 자격과 재건축 규제 등을 완화해 시장 접근성을 높였다. 서울의 노후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해 해당 지역 급매물이 사라지는 등의 효과가 나타났다. 다만, 종전처럼 거래가 활발해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제 완화 긍정적 작용… 매수 심리에 영향 끼쳐 올해 첫 상승
9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매매수급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6일까지 꾸준한 하락세이던 그래프가 갑자기 반등해 지난달 30일 기준 5주 연속 상승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매매수급지수는 매수심리를 반영하는 지수로,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시장에 집 판매를 원하는 사람이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의 하락에는 가파른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 우려의 중첩이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올해에도 금리 인상으로 인한 악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정부의 규제 완화가 그 속에서 사람들의 매수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동향을 분석해보면 지난해 1월3일을 기준으로 95.6을 기록했다. 판매자가 구매자보다 많은 형태지만 기준점인 100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아직 매매 시장의 균형이 크게 무너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매매수급동향은 조금씩 감소하며 지난해 2월28일 92.6을 기록했다. 이후 잠깐 상승하며 4월11일 94.4를 기록했으나 이후 큰 폭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올해 1월2일 기준 70.2를 기록할 때까지 하락세를 이어갔다. 70.2를 기록한 후 매매수급동향은 조금씩 상승하기 시작해 지난달 30일 기준 73으로 3주차 보합(72.1)을 제외하면 5주 연속 상승했다.
서울 지역의 아파트 매매수급동향 그래프 또한 전국 매매수급동향과 같이 오르는 모습이다. 지난해 1월3일 92.8에서 계속 하락하던 중 4~5월에 91.4로 잠깐 상승했다가 다시금 하락 그래프를 그리며 지난해 12월 63.1까지 내려갔다. 매매수급동향이 60선까지 내려온 것은 2012년 이후 10년 만이었다. 이는 올해 들어 다시 상승하기 시작해 지난달 30일 기준 66.5를 기록하며 6주 연속 상승했다.
수도권 지역 또한 지난해 12월26일을 기점으로 반등하기 시작해 올해 1월30일 기준 68.1의 매매수급동향을 기록하고 있으며 대부분 매매수급동향 지표가 지난해 12월26일을 기준으로 반등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대책의 영향이 간접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매매수급동향 그래프가 실거래로 이어지진 않아
이렇듯 전국적으로 매매수급동향이 살아나면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생기고 있다. 장기간 얼어있던 시장의 반등 소식으로 그동안의 하락 분위기 속에 나온 급매물이 사라지고 터무니없는 가격에 거래됐던 매물들이 조금씩 원래의 가격을 회복하는 모양새다.
다만 전 지역이 활기를 띠는 것은 아니다. 서울 지역이 전체적으로 상승의 기운을 보였지만 크게 강남과 강북으로 나눠보면 부동산 시장의 긍정적인 신호 속에서도 눈에 띄는 차이가 나타났다.
앞서 지난해 12월26일을 기점으로 반등한 매매수급동향 그래프에서 강북 지역은 서울의 그래프와 마찬가지로 똑같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강남 지역은 1월2일 65.9로 지난해 12월26일(65.1)에 비해 소폭 상승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다가 1월30일 기준 65.4로 서울 평균 66.5보다 낮은 모습을 보였다. 반면 꾸준히 상승한 강북 지역의 1월30일 매매수급동향은 67.7을 기록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거래량은 매매수급동향 지표와 차이를 보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강남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41건이었으며 지난달의 아파트 거래량은 48건으로 7건 상승했다. 반면 지난해 12월 강북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45건이었고, 지난달의 강북구 아파트 거래량은 19건으로 26건 감소했다. 매매수급동향 그래프는 강북이 강남보다 큰 폭의 상승을 보였지만 실제 거래는 강남 지역이 더 활발하고 강북이 강남을 따라가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그동안 부동산 시장이 생각보다 더 어려웠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 완화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며 “앞으로 더 지켜봐야하지만 당장의 상황이 조금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박 위원은 강남과 강북에서 실제 거래와 매매수급동향이 차이를 보이는 현상에 대해 “매매수급동향은 말 그대로 사람들의 구매 심리를 나타낼 뿐 직접적인 거래가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강북 지역의 구매 심리가 살아나고 있지만, 거래 자체의 활성화는 아직 부족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강북에 비해 가격 방어 이어지는 강남
강북 지역의 거래를 살펴보면 거래가 조금씩 이뤄지고 있으나 눈에 띄는 가격 회복은 아직 찾긴 어려운 상황이다. 국토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거래가 이뤄진 강북구 미아동 꿈의숲해링턴플레이스 전용면적 84㎡의 실거래가격은 8억1000만 원이었다. 부동산 플랫폼 리치고에 따르면 2021년 10억~11억 원을 유지하던 실거래가격은 지난해 8억 원대까지 내려왔으나 아직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해 금리 인상으로 젊은 층이 대거 이탈해 고심이 깊었던 강북구 창동 주공19단지는 지난해 9억5000만 원까지 상승했던 호가가 올해 1월 8억7000만 원까지 하락했다. 현재 해당 단지의 현재 호가는 8억5000만 원으로 하락 폭이 감소했다. 예상 호가 형성 그래프가 비교적 완만해졌을 뿐 상승 조짐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해 금리 인상으로 젊은 층이 대거 이탈한 것으로 알려진 강북구 창동 주공19단지는 그해 호가 9억5000만 원까지 상승했다가 올해 1월 8억7000만 원으로 하락했다. 현재 해당 단지의 호가는 8억5000만 원으로 하락 폭은 감소했다. 이 역시 예상 호가 형성 그래프의 내림세가 완만해졌을 뿐 상승으로 반전하지 못했다.
강남권의 주요 매물 거래 사례를 보면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면적 115㎡가 지난달 31억5000만 원에 손바뀜했다. 이는 2021년 10월 41억 원(최고가) 이후 15개월 만의 거래로, 직전 실거래가인 30억 원대를 회복한 모습이다.
또 다른 사례로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를 들 수 있다. 이 단지의 전용면적 85㎡는 2021년 9월의 23억8000만 원에 거래됐으나, 지난해 12월 15억 원대의 급매물로 나와 부동산 침체의 여파를 실감케 했다. 하지만 지난달 14일에는 가격이 소폭 상승한 18억 원에 2건이 거래됐다. 평균 시세와 호가 그래프도 최근 들어 약간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도곡동 인근 공인중개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급매물조차 거래가 안 될 정도로 시장의 상황이 안 좋았는데 조금씩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제는 상황을 지켜볼만 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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