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부동산 분야를 취재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부동산 침체’와 ‘얼어붙은 시장’이었다. 금리 인상과 경기의 어려움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되고 가격이 내려가는 등 부동산 시장에 크고 작은 변화가 이어졌다. 부동산 거래의 감소 또는 중단은 시장의 침체로 이어졌고, 그런 상황은 얼음처럼 얼어붙은 채 오래 지속됐다.
어느 동네엘 가도 부동산 중개인들은 하나 같이 울상을 지었다. 그나마 인근에 작은 개발 호재라도 생기면 반짝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그 덕에 손님을 맞이했지만, 그 밖에는 외부인의 흔적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기자가 중개인과 대화하는 1시간 안팎 동안 문의 전화가 한 통도, 방문객이 한 명도 없는 경우가 적잖았다.
재건축 사업 또한 마찬가지였다. 한때 관련 특별법이 발의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너도나도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일부 조합은 매번 안전진단 단계에서 좌절감을 맛봐야 했다. 재건축 사업 추진이 늦춰지자 리모델링 사업으로 전환하는 아파트도 생겼고 그 과정에서 주민 간의 갈등 또한 피할 수 없는 문제였다.
작년 한 해 동안 이런 어려움을 겪던 부동산 시장이 올해 들어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에서 제공하는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달 30일 기준 5주 연속 상승했다.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지속적으로 하향세를 나타내던 매매수급지수는 지난달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아직은 수치상으로 판매자가 더 많은 상황이지만, 수치의 상승과 지속적인 상승세 유지만으로도 충분히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이런 현상에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변화가 한몫했다고 분석된다. 세금 관련 정책의 변화와 청약의 문턱을 크게 낮춘 것, 이에 더해 재건축 안전진단 단계의 완화는 다양한 변화를 가져왔다. 시장에 나와 있던 급매물이 조금씩 들어가기 시작했으며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단지의 집값 폭락을 견인하던 매물이 들어감에 따라 기존 매매가격 선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재건축 사업의 걸림돌로 여겨지던 안전진단 기준의 완화는 서울 지역의 노후 아파트단지 대부분이 재건축을 추진하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 너도나도 안전진단을 통과하며 재건축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서울 지역이 모범사례로 안전진단을 통과하자 1기 신도시 등 수도권에서도 이에 맞춰 발빠르게 준비하고 있으며, 앞서 말한 재건축과 리모델링의 갈등 등 주민 간의 갈등도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노후 단지의 재건축 사업 시행은 부동산 시장에도 적잖은 변화를 가져왔다. 재건축이 확실하지 않은 경우, 굳이 돈을 내고 오래된 아파트에 들어갈 이유가 없어 노후 단지의 경우 기존 주민의 이탈률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재건축 사업의 시행 가능성이 열리자 기존 주민들은 매물을 다시 거두는 한편 외부에서 관심을 가지고 거래하러 찾아오는 발걸음도 늘어났다.
이런 부동산 시장의 봄바람은 분명 좋은 징조로 볼 수 있다. 고금리 현상 속에서 사람들의 꽉 막혀 있던 숨통이 정책 완화로 인해 조금씩 트여 가고 있다. 물론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시장 상황이 너무나도 어려웠기에 약간의 변화가 긍정적인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일 뿐, 현 상황이 꾸준히 좋게 이어지리라는 확신은 위험할 뿐더러 언제 다시 하향세로 돌아설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그래도 지금의 봄바람을 살짝은 즐겨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계속 시장이 활성화된다면 더한 악재가 와도 한 번은 견뎌낼 힘이 생기지 않을까. 이런 정책의 변화가 또 다른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는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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