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범죄 피의자의 사진정보 공개 수위를 놓고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는 가운데 새롭게 화두로 떠오른 ‘머그샷(mug shot·범죄자 인상착의 기록 사진)’의 양면성을 깊이 있게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머그샷은 ‘얼굴(mug)’을 뜻하는 속어에서 유래됐다. 어깨가 드러나는 상반신 사진 형태다. 미국은 법집행기관이 체포된 혐의자의 사진정보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활용한다. 법집행기관은 자치 경찰 또는 셰리프(보안관)·고속도로순찰대·연방수사국(FBI)·연방보안관(마셜)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우리의 경찰·검찰·공수처 등 수사기관이 이에 해당한다.
수사기관은 혐의 단계에서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면 인적 정보와 함께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긴다. 이렇게 확보된 머그샷은 추후 또 다른 범죄 수사에 활용된다. 형사는 머그샷을 들고 다니며 ‘이런 사람을 본 적이 있나’라고 탐문수사하고 제3의 국가기관이 요청할 때 사진·인적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체포된 혐의자의 여죄를 캐묻고 증거로 활용할 증언을 확보하는 데도 적극 활용된다. 대(對)테러 공조수사에도 효자 노릇을 한다.
이처럼 머그샷은 탁월한 범죄 억지 효과가 있다. 범죄를 짓지 말자는 심리적 자기 억제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미국은 체포 단계부터 머그샷을 공개한다. 카운티(한국 자치구 규모)는 셰리프국, 전국 범죄는 연방마셜이 촬영한다. 경찰은 체포한 용의자를 구치소(Jail)로 보내고, 구치소를 관할하는 셰리프국의 담당 요원이 머그샷을 찍는다. 피의자가 기소되며 피고인 신분으로 전환되고 교도소(Prison)로 옮기기 전 단계부터 이미 정부는 머그샷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미국 언론은 머그샷을 적극 활용한다. 혐의가 ‘소명(낮은 단계 입증)’되지 않았는데도 구치소가 특정 웹사이트에 공개하는 머그샷을 사용해 보도한다. 한국은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도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 법원에 출두하는 공인의 얼굴이 언론에 등장하는 것은 예외다. 법원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은 재판받기 훨씬 이전 시점부터 혐의자의 얼굴과 인적정보를 공개하는게 우리와 크게 다른 점이다.
당정은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중대 범죄자 신상 공개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등 2개의 신상 공개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고위당정협의회에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한덕수 국무총리·한동훈 법무부 장관·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이 머그샷 공개 추진 계획을 밝히자 세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머그샷으로 인한 인권침해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머그샷의 부작용에 대한 실무적 검토가 충분히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무엇보다 무죄로 확정되면 신상정보 공개에 따른 피해 복구의 길이 사실상 요원한 점을 우려한다.
2017년 10월 전해진 ‘괌 한국 판사 소식’이 전형적인 사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당시 미국의 영토인 괌을 여행하던 한국인 판사·변호사 부부가 자녀들을 마트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에 방치한 소식이 현지 언론에 소개됐다. 머그샷이 등장하는 현지 보도를 인용한 한국 언론들의 경마식 보도가 잇따랐다.
괌은 ‘연방애덤워시아동보호법’에 따라 아이를 감독 없이 차량에 방치하면 경범죄로 처벌한다.
우리나라 법원은 귀국한 판사에 대해 징계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국내 법규 위반 사실이 없으니 법원으로선 당연한 조치였다. 괌 검찰도 이들 부부에 대해 아동학대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고 제기했던 공소 역시 취하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머그샷이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개인 신상이 공개돼 곤욕을 치러야 했다. 아직도 피해 복구 조치는 요원한 상태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다”며 “판사 부부의 사례를 콕 짚어서 이야기할 순 없지만 머그샷이 공개됨으로써 2차 피해를 낳을 개연성이 있음을 시사한 사례로 보고 있다”고 괌 여행 판사·변호사 부부의 사례를 해석했다.
이 같은 인권 침해 우려에 대해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신상정보 공개는 검사 청구로 법원의 결정으로 이뤄지고, 내부적으로는 위원회 심의를 통해 결정하게 된다”며 “인권 침해의 측면을 막기 위한 장치는 충분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괌 사건과 관련해선 현지에 잘 알려진 공공연한 비밀도 있다. 괌은 당시 유모차 대여 문제가 심각했다.
현지 동포에 따르면 한국인 관광객들이 대형 마트에서 유모차를 구입해 여행 기간 사용한 뒤 귀국 직전에 반품하는 얌체 행동으로 악명이 높았다. 괌의 대형마트들은 한국인에게 유모차를 판매하지 않겠다며 불매에 나서기도 했다. 그 무렵 관광객들은 유모차를 구하지 못해 자녀를 주차해 둔 차 안에 있게 했던 사례들이 빈번했다고 한다. 한국에서의 관행에 따라 경범죄라는 인식조차 못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머그샷이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함으로써 범죄 억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반면 의도치 않게 2차 가해에 의한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번 공개되면 무죄 판결 여부와 관계 없이 범죄인처럼 인식되기 쉽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의 청년시절 머그샷은 아직도 인터넷에서 발견된다.
신상공개 제도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별다른 절차 없이 진행됐으나 피의자의 인권 침해 여론이 힘을 얻으면서 2005년 ‘인권 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 규칙’ 제정을 계기로 피의자의 신상을 더 보호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때부터 피의자들에게 마스크·모자를 제공하고 점퍼를 머리에 씌우는 관행이 자리잡았다.
그러다 2009년 연쇄살인마 강호순 사건 이후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요구가 커졌고 2010년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며 신상 공개를 위한 법적인 틀이 마련돼 현재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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