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 열풍이 확산되면서 그 열기가 국내 외식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K푸드의 진원지이자 뿌리라 할 수 있는 한국의 맛집 백년가게를 발굴해 알리는 ‘백년가게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편집자 주]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공업도시라고 하면 어디를 꼽을 수 있을까. 울산·포항·인천 등 다양할 것이다. 이 같은 공업도시들은 일반인은 출장을 가거나 지인을 만나러 가지 않는 한 잘 방문하지 않는 곳이다.
그렇다면 공업도시에 있는 백년가게를 한번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색다른 재미가 있을 것이다. 이에 국내 최대 공업도시라고 할 수 있는 울산을 방문해 백년가게를 찾았다. 이번에 방문한 곳은 ‘궁중삼계탕’이다.
올해 50주년 맞이한 궁중삼계탕… 나중에 합류한 김인걸·김명화 대표
‘궁중삼계탕’은 1975년에 창업한 이후 현재 김인걸·김명화 대표가 가족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김인걸 대표는 처음부터 자기가 창업한 가게는 아니라고 말했다.
“제가 형제가 6남매인데 둘째 누나가 매형과 함께 창업했어요. 당시 이곳은 울산에서 제일가는 번화가였는데 일손이 부족하니까 저보고 함께 일해 달라고 하더라구요. 처음에는 그냥 가게 일을 좀 도와줬는데 시간이 지나 본격적으로 아내(김명화 대표)와 함께 가게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고 현재 가게까지 운영하게 됐습니다.”
김인걸 대표는 1975년 당시만 하더라도 삼계탕이 고급 음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원래 삼계탕이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어요. 당시 짜장면 한 그릇도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었는데 삼계탕은 그보다 더 비쌌으니까요. 현재는 삼계탕 닭 전문 농장이 있어서 생산을 용이하게 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그런 것이 없었기 때문에 공급이 쉽지 않았죠.”
울산 시민의 많은 사랑 받는 궁중삼계탕… 신선한 재료 엄선
‘궁중삼계탕’은 영업시간이 되어 문을 열자마자 손님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만큼 울산 시민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는 뜻인데 김인걸 대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저희 가게가 50년이 다 되어 가는데 그동안 많이 찾아 주신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최선을 다해 가게를 운영하고 있지만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서비스도 중요하다고 보지만 더 우선시하는 것은 신선한 재료를 쓰는 것입니다.”
“좋은 음식은 신선한 재료에서 나오는 법이죠. 먼저 닭의 경우 항상 거래하는 곳에서 납품받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거래하면서 좋은 닭들만 골라서 가져오죠. 채소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직접 농산물시장에 가서 구매하고 있습니다. 오이무침·깍두기 등 저희 가게에서 나오는 반찬들은 모두 국내산만을 사용해 직접 무치고 담그고 있습니다. 요즘 채소값이 많이 올라 부담이 늘었지만 그래도 좋은 것을 쓰자는 것이 저의 원칙이고 양을 줄일 계획도 없습니다.”
김인걸 대표의 얘기를 듣다 보니 ‘궁중삼계탕’의 음식이 맛보고 싶어졌다. 대표 음식인 전복삼계탕과 옻삼계탕을 주문했고 이윽고 한 상이 차려졌다. 삼계탕 식당에 가면 항상 볼 수 있는 인삼주도 나왔는데 ‘궁중삼계탕’의 인삼주는 직접 인삼을 손질해 3개월 동안 일반 소주를 써서 담근다고 한다.
먼저 전복삼계탕을 맛보기 시작했다. 닭 안에는 찹쌀이 꽉 차 있었으며 인삼과 대추 등이 들어가 있었다. 특히 국물이 정말 맑고 담백했는데 김인걸 대표는 인공 조미료가 아닌 천연 조미료를 고집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삼계탕 안에 들어가는 재료 하나하나에 신경을 쓴 것이 보였다. 전복을 먹어 보니 정말 싱싱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김인걸 대표는 전북 진안에서 전복을 직송 받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몸보신에 좋다는 옻삼계탕도 맛보았다. 옻나무 육수는 직접 우려내 진하고 걸쭉했으며 마치 보약을 먹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궁중삼계탕’의 삼계탕들은 닭이 부드러워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였다.
IMF와 조류독감으로 위기 맞았던 궁중삼계탕
인기가 많은 ‘궁중삼계탕’도 두 차례의 어려움을 겪었다. 김인걸 대표는 그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아찔하다고 했다.
“이때까지 가게를 운영하면서 어려웠던 시기는 IMF사태 때와 20년 전 전국적으로 조류독감이 크게 유행했을 때예요. 먼저 IMF사태가 터지니까 실업자가 양산됐고 시장 전체가 침체 상태에 빠졌기 때문에 가게 매출에도 타격이 컸어요.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어려움을 겪었죠. 하지만 이후 조류독감이 터지면서 손님이 아예 뚝 끊겼어요. 삼계탕을 팔지 못하니까 준비해 놓은 재료들은 계속 버리고 전기세·수도세·인건비 등은 계속 지출되고 있으니 정말 피가 마를 지경이었죠.”
“당시 울산의사회에서 저희 가게를 방문해 삼계탕을 드시면서 삼계탕은 조류독감의 위험성이 없다고 현수막을 걸어 주셨죠. 그래도 시간이 약이라고 인식이 변하니 다시 손님들께서 찾아 주셨습니다.”
김인걸 대표는 ‘궁중삼계탕’을 프랜차이즈화 할 생각은 없었을까. 그는 삼계탕이라는 업종이 프랜차이즈화 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사실 프랜차이즈 생각은 많이 해 봤습니다. 서울에 올라가서 컨설팅도 여러번 받아 봤는데 삼계탕이란 업종이 프랜차이즈화가 힘든 것 같아요. 프랜차이즈가 많은 치킨과는 다르게 유통 과정이 복잡하고 일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몇 번 시도는 해 봤는데 아직까지는 한계가 있습니다. 삼계탕이 정말 오래된 가게가 많은데 아쉬울 따름이죠.”
지역사회에 나눔 실천하고 있는 김인걸·김명화 대표
‘궁중삼계탕’은 무엇보다 지역사회 공헌에 앞장서고 있다. 2017년 착한가게 2300호·2023년 효(孝)사랑 업소에 선정됐다. 착한가게에 선정되면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며 울산 중구가 선정한 효(孝)사랑 업소는 만 70세 이상 어르신에게 음식 가격의 5~10%를 할인해 주는 제도다. 이 외에도 김인걸·김명화 대표는 봉사활동을 다니며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울산 시민들이 저희에게 많은 사랑을 주신 만큼 저희도 당연히 보답을 해야죠. 노인 인구가 늘어나고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경기 회복이 되지 않아 실업자도 많이 늘어났는데 저희도 어려운 시기를 겪어 봤으니 어떻게 하면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을까 늘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눔과 봉사를 꾸준히 실천하고 있습니다.”
김인걸 대표 앞으로의 바람은…
김인걸 대표가 바라는 건 무엇일까. 그는 ‘궁중삼계탕’이 백년가게에 선정된 것처럼 100년을 맞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희 아들이 지금 가게 운영을 위한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아들한테 아버지가 50주년을 만들었으니 너는 100주년을 맞이해 달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저도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들이 제가 가게를 운영하면서 지킨 원칙들을 잘 지킨다면 100주년을 맞이하는 것이 어렵지만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