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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의 미디어와 정치] 언론의 ‘자발적 통제’가 나라 망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의 ‘거짓 사생활 폭로전’ 재연되나
야당은 100년 전 나치식 무자비한 언론 탄압 버젓이
황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2-31 00:02:55
 
▲ 황근 선문대 교수·언론학
근대 언론의 등장 시기는 대체로 17세기 전후다. 1456년 구텐베르크가 42행 성서를 발간한 이후 인쇄 활자 기술은 삽시간에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인쇄물도 책이나 리플렛 같은 비정기 간행물에서 시작해 주기성을 가진 잡지·신문으로 발전했다. 최초의 근대신문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대체로 16세기 중반에 등장한 것은 분명하다.
 
이후 신문은 미국독립전쟁과 프랑스대혁명·영국의 명예혁명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정치 발달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처럼 정치와 동반 성장한 대중매체는 라디오·텔레비전의 등장으로 본격적인 대중 정치의 시대를 열게 된다. 20세기 중반 이후 많은 나라에서 완전한 평등 선거제도가 정착된 배경에 대중매체가 있었다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로써 대중매체가 정치 과정을 지배하는 ‘미디어 정치(media politics)’ 시대가 시작되었다. 신문·방송은 유권자들에게 정치적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넘어 정치적 선택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막강한 권력자가 되었다. 입법·사법·행정부와 더불어 ‘제4부(the Fourth Estate)’라 일컬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언론이 이처럼 막강한 위력을 갖게 된 것은 대의민주주의 정치의 취약점을 보완해 주었기 때문이다. 다수의 선택으로 지도자를 선출하는 대의민주주의는 유권자들의 정책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합리적 판단, 즉 ‘현명한 시민(informed citizen)’을 전제조건으로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가 우려했던 ‘중우정치(衆愚政治·mobocracy)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유권자가 현명할 수는 없다. 도리어 대다수 사람들은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정치적 지식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이성적 판단보다 감성과 집단 압력에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정치와 유권자들 사이에 정보 비대칭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대의민주주의 선거제도는 최선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최악의 선택은 막는 것이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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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미디어는 정치와 국민을 연결하는 정보 매개자이면서 해설자 역할을 해 온 것이다. 상업 매체들이 넘쳐나도 그 중심에는 뉴스 매체들이 위치해 왔다.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인은 엘리트 지식인이었고 때로는 직접 정치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은 언론이 권력기구로서 위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기반이었다.
 
최근에 그 아성이 급속히 붕괴되고 있다. 기존 미디어들의 시장 지배력과 영향력이 급속히 약화하면서 존재감이 소멸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양방향성 같은 온라인 매체의 기술적 우월성을 탓하고 있다. 실제 그런 면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결정적인 추락 요인은 언론의 권위를 뒷받침했던 대중의 신뢰를 상실한 데 있다 할 수 있다.
 
이번 탄핵 정국에서 발단이 되었던 윤석열 대통령보다 권력 쟁취에 매몰되어 국정 마비의 추악한 행태를 시전하고 있는 야당이 더 큰 비난을 받고 있다. 이와 더불어 앞장서서 ‘돌 던지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기성 언론들도 뭇매를 맞고 있다. 언론노조가 장악하고 있던 방송은 물론이고 보수 성향 신문사들까지 말 그대로 탄핵 경쟁을 벌이고 있다.
 
스카이데일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이 계엄이 왜 일어났는지, 그것이 과연 불법인지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반응은 거의 차단되어 마치 한국 사회가 무인도에 고립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매 주말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규모 탄핵 반대 시위도 거의 보도하지 않거나 간단하게 교통 불편 원인으로 언급하고 있다. 반대로 근거 없이 쏟아지는 가짜 뉴스들은 검증조차 안 하고 내보내고 있다.
 
이를 보면 기성 언론의 결정적인 추락 원인은 언론사의 안위를 위해 벌이는 ‘자발적 통제(self-censoring)’에 의한 신뢰도 상실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아마도 시청률·구독자 하락에 봉착한 상업화 때문일 것 같다. 어쩌면 7년 전에 횡행했던 ‘거짓 사생활 폭로전’이 재연되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자발적 통제가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지금은 수많은 인터넷 매체들이 이를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리어 보수 신문들의 구독자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급기야 야당이 탄핵을 반대하는 유튜버들을 조사해 반란 선동 세력으로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100년 전 나치가 했던 무자비한 언론 탄압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21세기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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