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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나라 망칠 당쟁, 반성 없는 권성동
임금에게 직언한 호랑이도 빠진 당쟁
전쟁앞둔 당파싸움… 전쟁 준비 소홀
당쟁에 성난 대구민심 “권성동 꺼져”
이상준 논설실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5-14 00:02:40
학봉 김성일(1538~1593)은 대궐에서 호랑이(殿上虎)로 불렸다. 퇴계 이황의 수제자였던 김성일은 당시 임금의 형이었던 하원군 이정(1545~1597)조차 탄핵했다. 하원군은 조선 선조(1552~1608)에게 아픈 손가락이었다. 술과 여자를 좋아해 방탕했다지만 친형을 탄핵하라니 선조에게 김성일은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였다. 김성일은 심지어 선조에게도 쓴소리를 내뱉었다.
 
“나를 옛 제왕과 비교하면 어느 군주와 비슷한가?” 선조가 1573년 경연(經筵)에서 물었다. 경연이란 임금과 신하가 경서와 사서를 강론하고 국정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정이주가 선조에게 아뢰었다. “요순과 같은 임금이십니다.” 요(堯)임금과 순(舜)임금은 중국 고대에 태평성대를 이룬 성인들이다. 그런데 사간원 정언(正言) 김성일은 “요순이 될 수도 있고 걸주가 될 수도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걸(桀)과 주(紂)는 중국 역사에서 폭군의 대명사로 손꼽힌다.
 
낯빛이 굳어진 선조가 “요순과 걸주가 비슷하냐”고 물었다. 김성일은 “전하께서는 천품이 고명하시어 요순이 되기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위대하게 여겨 잘못을 지적하는 말을 거부하시는 병통이 있습니다”라면서 “이는 걸주가 멸망한 이유가 아닙니까”라고 되물었다. 제아무리 간관(諫官)이라지만 마치 목숨이라도 건듯 임금 앞에서 거침이 없었다. 이때 서애 류성룡(1542~1607)이 나섰다. “두 말이 다 옳습니다. 요순이란 대답은 임금을 격려하는 말이고 걸주란 말은 경계시키는 말입니다.”
 
강직한 선비였던 김성일에게도 실수가 있었다. 동인이었던 김성일은 1591년 서인 황윤길과 함께 통신사로 일본을 다녀왔다. 황윤길은 부산에 도착해서 “반드시 전쟁으로 말미암은 재난이 일어납니다(必有兵禍)”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김성일은 “그런 실정과 형상을 보지 못했습니다”라면서 “황윤길이 민심을 동요시키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선조가 일본을 지배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에 대해서 묻자 황윤길이 “눈빛이 반짝거려 대담하고 지략을 가진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김성일은 “눈이 쥐와 같아서 두려워할 사람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김성일과 황윤길의 보고가 다른 이유는 뭘까. 류성룡과 김성일의 대화가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돼 있다. “당신이 황윤길과 다르게 말했는데(君言故與黃異) 만일 전쟁이 일어나면 장차 어찌할 것인가(萬一有兵禍 將奈何)?” 류성룡 질문에 대한 김성일 대답은 임금에게 아뢴 보고와 달랐다. “내가 왜적이 쳐들어오지 않는다고 단정한 것은 아니다(吾亦豈能必倭不來). 다만 온 나라가 놀라고 의심할까 두려웠기 때문에 그것을 풀어 주려 했을 뿐이다(但恐中外驚惑故解之耳).” 평소 말과 행동이 올곧았던 선비조차 당파를 고려한 탓에 큰 실수를 저질렀다. 서인이 동인과 반대되는 당론을 만든 셈이다.  
 
임진왜란(1592~1598)이 일어나자 선조는 “경상우도 병마절도사 김성일을 체포하라”고 명령했다. 김성일은 스스로 서울로 올라가며 경상감사 김수에게 말했다. “어리석은 사람의 그릇된 판단으로 나라를 곤경에 빠뜨렸다. 당장 목숨을 끊어 속죄해야 마땅하다.” 스스로 반성한 김성일은 김수에게 “감사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오로지 왜적 토벌에 힘써 달라”고 부탁했다. 류성룡이 “김성일의 충절은 믿을 수 있다”고 말하자 화가 났던 선조는 김성일을 경상우도 초유사로 임명했다. 이에 누구보다 열심히 전쟁터를 누빈 김성일은 김시민과 함께 진주대첩을 이끌었다. 그리고 전염병에 걸린 백성을 돌보다 전염돼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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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쟁(黨爭)이란 표현은 일본 식민사관에서 비롯됐다. 국가 정책에 대한 건전한 토론을 당쟁으로 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극단적인 당파 싸움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여당인 국민의힘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당쟁은 치열했다. 선거로 권력을 차지한 국민의힘은 야당을 적대시했고 더불어민주당도 사사건건 트집을 잡았다. 정치에서 옳고 그름은 사라지고 국론은 갈라져서 갈등만 남았다. 극단적인 대립 끝에 윤석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탄핵됐고 내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든 당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싸움이 당과 당의 다툼이었다면 한덕수와 김문수의 싸움은 국민의힘 안에서 벌어진 당쟁이었다. 국민의힘은 3일 대선 후보 경선에서 김문수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권영세(비상대책위원장)와 권성동(원내대표)은 10일 새벽 김문수에게서 후보직을 박탈하고 한덕수를 사실상 단독후보로 내세웠다. 국민의힘 당원들이 ‘한덕수로 대선 후보 교체 찬반 투표’를 부결시켰지만 역사에 길이 남을 당내 파벌 싸움이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김성일과 달랐다. 죄를 뉘우치고 국가를 걱정했던 학봉 김성일과 달리 당내 반란 주역인 권성동은 원내대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죽했으면 대구 시민들이 12일 김문수 후보 유세 현장에서 “권성동 꺼져라” “권성동 꺼져”를 외쳤을까. 국민의힘 의원에게 묻고 싶다. 당권을 지키고 싶으면 당을 무법천지로 만들어도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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