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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신입 직원들은 대개 바쁘고 정신이 없다. 일머리도 없는데 해야 할 일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장이 바쁘고 정신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면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사장 혼자서만 열심히 하고 있거나, 사장이 할 일과 직원이 할 일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거나, 직원들이 미덥지 못해 전부 본인이 감당하고 있거나 중 하나일 것이다. 정말 바빠서 바쁜 게 아니라 바쁠 수밖에 없는 구조니까 바쁜 것이다.
주변에 열심히 일하는 사장님들이 많다. 쉴 새 없이 사람을 만나고 뭔지 모르지만 열심히 움직인다. 그렇게 열심인 사장들과 마주칠 때 흔히 사람들이 던지는 덕담이 있다. “열심히 사시네요. 참 보기 좋습니다.”
이는 열심히 사는 모습 자체만으로도 훌륭하다는 칭찬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열심’은 과거 노동 집약적인 시대에 통용되던 빛바랜 미덕이다. 인공지능(AI)이 등장하고 로봇이 대부분의 일상을 대신 해결해 주게 된 지금 그 미덕은 이제 수명을 다한 것 같다.
사장에게 노력상이나 개근상 같은 ‘성실’ 기준의 보상은 의미가 없다. 사장은 결과로만 승부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무턱대고 열심을 다하지 말아야 한다. 그건 회사가 고용한 직원이 가져야 할 마인드다. 사장은 가끔 열심히 일하기 전에 ‘왜 이 시간에 내가 열심을 다하고 있는가’는 질문을 두고 스스로 자문자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손자병법에 지도자가 빠지기 쉬운 다섯 가지 위험한 행동(將有五危) 중 하나로 ‘필사가살(必死可殺)’이라는 것이 있다. 전쟁터에서 장수가 죽기 살기로 싸움에 임하는 건 일종의 미덕이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만 다하다 보면 결국 죽는다는 뜻이다. 죽을 가능성을 배제하고 싸우기 때문이다. 목숨보다 목표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당연히 죽을 수밖에 없다. 회사도 그렇다. 회사 살리고 사장이 만신창이가 되면 무슨 소용인가.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2024’에도 비슷한 대사가 나온다.
“여기까지(6 구역, 즉 부자 동네) 올라 올라믄 딴 게 필요해, 무턱대고 막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녀.”
극 중 박 병장(권해효 역)이 국희(송준기 역)에게 한 말이다. ‘무턱대고’가 아니라 ‘제대로’ 열심히 하라는 뜻이다.
마라톤도 그렇다. 42.195km를 완주하기 위한 핵심 전략은 구간 관리다. 어느 지점에서 속도를 높이고 어느 지점에서 숨을 고를지 미리 계획해 둬야 한다. 무턱대고 열심히 속도만 내면 5km도 못 가서 지친다. 경영도 열정을 짊어지고 달리는 장기 레이스와 같은 것이다. 뜨거운 열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속도로 계속 유지할 수는 없다.
열정 컨트롤의 대표적인 부실이 소위 말하는 ‘작심삼일’이다. 의욕만 앞세워 시작 삼일 만에 지치거나 자기가 일할 환경을 파악하지 못해 중도에 그만두는 것이다. 열정의 완급 조절과 리듬을 제어하지 못한 결과다. 초반에 열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하다 낭비하는 이도 있고, 순간 폭발하는 열정을 참지 못해 코뿔소처럼 직진하다가 방향타를 잡지 못해 엉뚱한 곳으로 향하거나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지는 이도 있다.
리더는 뭔가에 집중해야 할 때는 시속 110km의 치타처럼 빠른 속도로 몰아붙여야 하고, 긴장을 풀어야 할 때는 시속 200m의 느릿한 나무늘보처럼 여유를 부릴 줄도 알아야 한다. 열정과 속도를 안배하고 통제하는 에너지의 지배자가 되라는 것이다. ‘제로백’ 3초의 치타는 엄청난 속도를 가지고 있지만 유지 시간은 불과 10초 정도로 300m만 달리면 지친다. 지구력 면에서는 형편없다. 치타는 본능적으로 그런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열정을 안배하여 사냥에 나서는 것이다.
리더는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열심을 필요한 곳에 쏟을 수 있는 열정 조정자가 되어야 한다. 자기의 열정을 다스리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의 열정도 통제하는 것이다. 경영은 다수의 열정으로 빚어 내는 하나의 작품이다. 좋은 경영은 단순하게 나만의 ‘열심’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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