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이석 불허에 국감장 아수라장…여야, ‘사법부 독립’ 두고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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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증언대 세우는 전대미문 사태”
국힘 “헌정사상 기괴한 국감 중단하라”
민주당 “대선 개입 의혹 해명 필요”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10-13 13:47:20

▲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추미애 법사위원장에게 조희대 대법원장 이석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가 13일 시작된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석(離席) 여부를 두고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국감장에서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라는 야당의 항의와 “사법부의 대선 개입 의혹을 밝히라”는 여당의 공세가 맞붙으며, 법사위는 한때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등을 대상으로 한 감사를 위해 출석했다.

조 대법원장은 인사말에서 “사법부가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며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국정감사 증인 출석요구는 계속 중인 재판 합의과정의 해명을 요구하는 것으로 헌법과 법원조직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삼권분립 체제를 가진 법치국가에서 재판사항에 대해 법관을 증언대에 세운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오늘은 대법원장님을 참고인으로 두고 질의를 진행하겠다”며 이석을 허가하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대법원장이 인사말 후 이석하는 것은 오랜 국회 관례”라며 “추 위원장이 질의를 강행하는 것은 헌정사상 전대미문의 기괴한 국정감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위원장의 논리대로라면 대통령과 국회의장도 상임위 국감에 출석해야 한다”며 “삼권분립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도 “참고인은 본인의 동의 없이는 질의가 불가하다”며 “지금 이석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대한 상황에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대법원의 판결은 이미 종결된 사안으로, 기속력 안에서 국회가 질의할 수 있다”고 맞섰다.

이어 열린 질의 시간에서 민주당 박균택 의원은 “한덕수 전 총리 등과의 비밀 회동이 있었느냐”고 조 대법원장에게 따졌으나, 조 대법원장은 꼼짝하지 않은 채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박 의원은 “답변해달라. 기다리겠다”고 말했지만, 조 대법원장은 눈만 끔뻑일 뿐 끝내 답변하지 않았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 역시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직선거법 파기환송 판결을 거론하며 “대법원의 정치 개입이 의심된다”고 압박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제히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 항의했다. 나경원 의원은 “이게 국정감사냐, 알아서 다 해먹느냐”며 고성을 질렀고, 추 위원장은 국회 경위를 부르며 회의가 한때 중단됐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법원행정처장까지 나서서 이석을 요청하는데도 국회가 대법원장을 감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격렬한 공방 속에 오전 11시 37분 감사가 잠시 중지되자, 조희대 대법원장은 약 2시간 만에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그는 기자들에게 “마무리할 때 필요한 부분을 이야기할 것 같다”고 짧게 말한 뒤, 추미애 위원장 허가 없이 국감장을 떠났다. 11시 53분, 국회 법사위는 조 대법원장의 빈 자리를 남겨둔 채 국정감사를 재개했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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