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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3대 여성 패션 플랫폼 중 하나인 에이블리가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며 생존의 기로에 놓였다. 중국 초저가 패션 플랫폼 쉬인(SHEIN)의 공세에 업계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지난해 알리바바의 투자를 받았던 에이블리도 뚜렷한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블리 운영사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의 지난해 매출액은 3343억 원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154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광고·마케팅비와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가 전년보다 850억 원 늘어난 2641억 원에 달하며,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특히 재무구조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됐다. 지난해 기준 결손금은 2222억 원, 자본총계는 –521억 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놓였다. 최근 3년간 결손금이 2021년 1252억 원, 2022년 2042억 원, 2023년 2222억 원으로 불어나며 손실이 누적됐다. 유동비율도 68%에 불과해, 1년 내 상환해야 할 부채(1686억 원)를 감당할 유동자산(1139억 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단기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면서 신규 투자 유치나 외부 차입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재무 악화로 창업자 지분율은 44% 수준까지 희석됐고, 경영 의존도는 외부 투자자 쪽으로 기울었다. 지난해 말에는 알리바바그룹이 총 1000억 원(구주 800억, 신주 200억)을 투자하며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가시적인 협력 성과는 없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알리바바의 자본에도 불구하고 에이블리는 여전히 동대문 사입 기반의 영세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쉬인처럼 글로벌 제조·물류 네트워크를 갖추지 못한 점이 근본적인 한계”라고 분석한다.
반면 쉬인은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며 월간활성사용자수(MAU)가 1년 새 73만 명에서 262만 명으로 258% 급증했다. 같은 기간 에이블리의 성장률은 9.7%에 그쳤다. 1인당 결제금액도 쉬인은 5만~6만 원, 에이블리는 6만~7만 원대로 유사해 주요 고객층이 겹치는 만큼 시장 잠식 우려가 크다. 쉬인의 초저가 공세는 에이블리의 핵심 고객층인 10~20대 여성층을 직접 위협하고 있다.
이에 에이블리는 최근 자체 브랜드(PB) 사업을 추진하며 수익성 개선에 나서고 있다. 뷰티·패션·잡화 등 전 카테고리에서 PB 상품 기획팀을 구성해 고마진 상품 확대를 모색 중이다. 앞서 화장품 브랜드 ‘스킨푸드’와 협업해 출시한 ‘피치뽀송 3종’의 성과를 기반으로, 기획 단계부터 브랜드 참여를 늘려 수익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가품 적발 문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오세희 의원이 한국지식재산보호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8월까지 에이블리의 위조품 적발 건수는 각각 160건과 111건으로 주요 패션 플랫폼 중 가장 많았다. 영국 패션 브랜드 ‘찰스 제프리 러버보이’가 상표권 침해로 에이블리를 고소하기도 했다. 플랫폼 신뢰도 하락은 수익 구조 개선 노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최근 패션 플랫폼 ‘브랜디’ 운영사 뉴넥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면서 업계에서는 “에이블리 역시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할 경우 비슷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에이블리는 그동안 사용자 수를 성장 지표로 내세웠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수익성과 자본 구조의 안정성”이라며 “알리바바의 자금만으로는 구조적 적자를 메우기 어렵다. 쉬인의 저가 공세가 이어질 경우 에이블리의 시장 입지가 더욱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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