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9º
습도 75%
수원 28º
습도 80%
전주 30º
습도 65%
)
시대가 바뀌고 개념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가정은 여전히 외부에서 활동하는 최고경영자(CEO)의 중요한 보루이며 베이스캠프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이 있다. 가정을 잘 돌볼 수 있어야 회사 경영도 잘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필자는 가끔 결혼식·파티·동창회 등 모임에 가면 행사 자체보다 동반한 부인들에게 관심을 많이 가진다. 부부 어느 한쪽의 표정이 밝다거나 어둡다거나 혹은 불편해 보이는가의 여부로 그들의 내밀한 가정의 명암을 가늠해 보는 것이다.
링컨은 나이 마흔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젊을 때부터 평소 마음가짐과 표정이 누적되어 마흔 정도면 얼굴이 어느 정도 완성형에 이른다는 뜻이다. 기본 얼굴형은 어쩔 수 없겠지만, 현재의 살아 움직이는 표정은 항상 변화를 동반한다. 그런 현재가 쌓이고 축적되어 미래 얼굴로 고착되는 것이다. 따라서 ‘수신제가치국평천하’에서 부인·자녀 등 가족들의 표정은 가장의 현주소이고 일종의 ‘가정 종합 생활기록부’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연기를 주업으로 하는 배우나 탤런트들만이 표정 관리를 하고 감정을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는 것처럼 알고 있다. 실제로 그들은 이성(理性)에 의해 의도적으로 표정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능력자들이다. 반면 일반인들은 연기나 표정과는 전혀 무관한 것처럼 살고 있다. 하지만 사실 우리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화를 참아 내거나 상대방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과정에서 다소의 표정 연기가 내재된다. 표정 외에도 복장·구두·향수·화장·몸매 관리 등의 수단도 큰 범주에서 이에 속한다 할 것이다.
한편, 상대의 표정에는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면서도 정작 자기자신의 표정 관리에는 의외로 관심이나 노력이 소홀한 경향이 있다. 인간의 표정은 쓰임에 따라 엄청난 희로애락의 극단과 극적인 효과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의지만 있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표정 변화가 가능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런 ‘요술 방망이’를 무심하게 방치하는 경향이 있다.
가정에서 남편은 와이프의 얼굴에 책임이 있고, 와이프는 남편의 얼굴에 책임이 있다. 부모나 가장이라면 자녀들 표정과 얼굴에 책임이 있다. 자기가 선택한 배우자이고 낳은 자식들이기 때문이다. 물질적인 의식주 해결의 부양 책임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인 생활 만족도인 표정 관리도 중요하다.
회사의 경우도 같은 맥락이다. 일하는 대가를 급여로 갈음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장도 있을 것이다. 더구나 중대재해처벌법이나 노란 봉투법 등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직원 표정까지 살피라고 하면 “책임 범위가 너무 넓지 않냐”는 볼멘소리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보좌관을 함부로 대하는 바람에 장관직에서 낙마한 국회의원을 보라. 높이 날고 싶다면 책임져야 할 날개깃도 많아진다. 리더가 자기 욕망의 궤도에만 집중하다 보면 각 구성원의 궤도를 간파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관심과 책임을 회피할 때 결과는 참혹한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다.
회사는 사장의 경영 방침과 태도에 따라 구성원들의 표정이 매 순간 축적되는 곳이다. 직원들의 표정이 곧 회사의 표정이다. 당신의 성적표가 궁금하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구성원들의 표정을 유심히 보라. 싱글벙글인지 무표정인지 찌푸리고 있는지.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