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이 계속된 지적에도 불구하고 일제 강점기 강제로 국민을 동원한 전범기업을 비롯해 야스쿠니 신사를 지원하거나 역사 왜곡을 주도한 일본 기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증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소재 국민연금공단회관. ⓒ스카이데일리
‘국민을 든든하게 연금을 튼튼하게’라는 경영슬로건을 가진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이 전범기업투자에 대한 계속된 지적에 굴하지 않고 투자규모를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9일 일본은 ‘집단자위권 법안’ 본회의 통과로 인해 70년 만에 ‘전쟁 가능 국가’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보험료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국민정서에 반하는 일본 주요 기업들에게 지속적으로 수조원의 투자를 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인재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5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국민연금의 일본 기업 투자규모는 약 16조원에 달했다. 이 중 1/3에 해당하는 4.5조원 규모의 금액이 일본 ‘군수기업’, ‘전범기업’, ‘역사왜곡기업’, ‘야스쿠니신사 지원기업’ 등에 투자된 것으로 밝혀졌다.
군수기업·전범기업만 지난 5년간 4조 이상 투자
인 의원이 일본 방위성의 ‘중앙 조달 계약자 투자 현황’을 확인한 결과, 국민연금은 지난 5년간 미쓰비시 중공업, 가와사키 중공업, 도시바, 다이킨 공업 등 21개 군수기업에 1.2조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조달품 내역은 헬기, 유도탄, 발전기, 레이더 장치 등 다양하다.
이외에도 국민연금은 지난 5년간 일본 전범기업 97개소에 3조원이 넘는 비용을 투자해왔기 때문에 국회에서 매년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국민연금 측은 국민연금 투자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투자교역 등 전 분야에서 국가적 차원의 결정이 필요한 사항이란 점을 강조하며 전범기업 투자를 계속 강행해왔다.
지난해 8월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이 경술국치 104주년을 맞아 국민연금의 일본전범기업 투자현황을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이 79개의 일본전범기업에 2011년부터 4년간 투자한 금액은 총 1조4256억원으로 밝혀졌다. 국회의원들의 지적과 여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연도별 일본 전범기업 투자 금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온 것이다.
▲ 자료: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 새정치민주연합 인재근 의원실.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이 의원은 “국민의 세금을 운용해 국민의 안정적인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의무를 가진 국민연금이 ‘민족적 자존심·역사인식·공기업의 윤리경영’이 부재하다”고 지적하며 “우리 선조들의 피눈물로 일궈진 기업에 투자해 얻은 수익으로 연금을 받는 것을 국민들은 원치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의견이 달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전범으로 분류된 기업들이 일본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약 20%인 상황에서 전범기업에 투자하지 말라는 것은 일본 시장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준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정치관, 역사관 등은 배제돼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최광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실무적으로 일본 전범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다시 한번 검토하겠다”며 “(다만) 전범기업에 투자하지 않으면 일본 투자를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어 실무적으로 어렵다는 말을 들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국민정서 반하는 ‘새역모’, ‘야스쿠니신사 지원 기업’ 투자 논란
국민연금은 군수기업과 전범기업은 물론 일본 제국주의 역사를 미화하는 데 기여하는 기업에게도 투자를 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일본의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새역모)은 1997년 결성된 일본 우익 단체이다. 이 단체가 출판한 역사교과서는 아시아태평양전쟁을 아시아해방전쟁으로 미화하고 독도를 일본 고유 영토라고 주장하며 위안부가 자유의사로 참여했다고 날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단체는 일본 제곡주의 역사에 대한 왜곡과 축소를 일삼아 중국과 한국 등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새역모는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담화의 철회를 주장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한 단체이기도 하다.
인 의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러한 새역모의 찬성자들이 경영자로 참여하고 있는 주요기업 37곳에 지난 5년간 1.5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 의원이 야스쿠니 신사 공식 참배를 추진하는 우익단체인 ‘영령에 보답하는 모임’의 공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 지원기업에 대해서 투자한 사실도 밝혀졌다.
▲ 자료: 새정치민주연합 인재근 의원실. ⓒ스카이데일리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국민연금이 총 30억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한 ‘돗판인쇄’라는 곳은 2011년 8월 15일부터 전국 전몰자 위령 대제에 헌화를 했고 2014년판 야스쿠니 달력 27만부를 제작하는 등 야스쿠니신사와 관련된 사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기업이다.
야스쿠니 신사참배 지원기업이자 전범기업인 ‘신일철주금’(구 신일본제철)은 지난 5년간 770억원 이상을 국민연금으로부터 투자받았다. ‘신일철주금’ 회장은 그동안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법정싸움을 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며 사과 한마디 없었지만 지난 2011년부터 2차 대전에 참여한 전몰자 기념비를 건립하는 모임에 참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인 의원은 “군수기업, 역사 왜곡 기업, 야스쿠니 신사 지원기업 등 평화를 위협하고 국민정서에 반하는 기업들에게 지속적으로 투자해온 것은 심각한 문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특히 일본이 70년 만에 전쟁 가능 국가로 돌아왔다는 사실에 주목해 정부는 우리가 낸 국민연금이 그동안 일본의 전쟁무기를 만드는 데 투자되어 왔다는 사실에 대해 철저하게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우리나라의 국익을 해치는 행위를 하는 기업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국민연금의 투자원칙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한편 “국민연금 투자와 관련한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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