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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종의 ‘반려동물 이야기’…거짓된 견종 전통

만들어진 전통…겨우 몇백년, 유명견의 날조된 역사

19세기 민족 자긍심 고양위해 개도 포함해 날조된 역사 만들기 시작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15-12-12 14:01:06

 ▲ 이찬종 소장(이삭애견훈련소 /이웅종 동물매개치료센터)
영국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Eric John Ernest Hobsbawm)의 책 중 ‘만들어진 전통’이란 책이 있다. 이 책을 보면, 우리가 수 백, 수 천 년에 걸쳐 이룩해 놓은 전통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전통이 전부 ‘날조’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스코틀랜드 근위병 연대는 영국 왕실의 공식 행사일 때마다 등장해 자랑스럽게 스코틀랜드 남성들이 입는 치마인 킬트(kilt)를 입고 백파이프 합주를 한다. 이를 보면서 우리는 영국의 고색창연한 역사를 한 눈에 확인하게 된다. 이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이것이 영국 왕실의 고고한 역사동안 켜켜이 쌓아왔으며, 최소한 수백에서 천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전통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사실 영국인도 그렇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킬트의 역사는 최대한 길게 봐도 채 300년이 되지 않는다. 최소로 잡는다면 100여년이 채 되지 않는다. 영국을 포함해서 유럽 각국이 내놓는 전통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1870년대에 거의 모아진다.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이 말 그대로 ‘전통사회’를 파괴하고 ‘근대사회’를 창출해가는 과정에서 ‘국민통합’의 중요한 장치로서 새로운 전통이 필요했기 때문에 이런 식의 전통을 만들었던 것이다. 아울러 반정부세력들에 대한 경고와 정권안보차원에서 이런 전통들이 꼭 필요했던 것이다.
 
덕분에 이 시기 유럽 각국은 저마다의 ‘전통’을 만들어 냈고, 이 전통들을 포장하기 시작했다. 이 포장된 전통을 지금 우리들은 자랑스럽게 ‘오래된 전통’이라며 그 역사를 수백, 수 천 년의 역사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개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애견인들끼리 모이면 저마다 자신의 개에 대한 자랑을 하기 바쁘다. 예를 들면 “우리 셰퍼드는 그 혈통을 거슬러 올라가면, 로마시대까지 올라가는 뼈대 있는 개야. 다른 개와는 피부터가 달라. 독일 역사와 함께 하는 훌륭한 혈통이지. 오죽하면, 저먼 셰퍼드라고 개 이름 앞에 국가이름을 넣었겠어?”라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틀린 주장이다. 독일에서 국견 대우를 받는 셰퍼드는 그 역사가 겨우 100년이 될까 말까하다. 히틀러가 독일 민족의 개라며 아꼈지만 그 당시의 역사는 겨우 40년도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 겨우 100년의 역사를 넘긴 셰퍼드가 양차세계대전 기간에 군견의 대명사로 활약하기 시작하면서 ‘군견의 대명사는 셰퍼드이고, 인류 역사상 전쟁이 터지는 모든 곳에는 셰퍼드가 함께 했다’는 식의 신화가 만들어졌다. 사진은 저먼 셰퍼드 [사진=필자 제공]
 
셰퍼드 역사는 19세기 말부터 시작한다. 당시 독일 육군의 퇴역 군인이던 막스 혼 스테파니츠 중위는 목양견 중에서 포로의 감시와 탄약의 운반 그리고 추적 등이 가능한 개를 만들기로 결심해 장모종과 단모종 등 두 가지 종류의 셰퍼드를 만들었다. 이후 1899년 9월 20일에 그 혈통을 고정 시킨다.
 
이후 1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셰퍼드가 맹활약을 하게 된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우리가 알고 있는 셰퍼드의 모습과는 거리가 좀 있었다. 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지금과는 달리 장모종 셰퍼드가 주로 활약했던 것이다.
 
이렇게 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마자 각국은 셰퍼드의 가능성을 확인하게 됐다. 때문에 저마다 셰퍼드를 들여와 활용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자 셰퍼드는 군견의 대명사로 인정받게 됐다. 군견에 대해서는 피아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셰퍼드를 사용했던 것이다.
 
이후 전쟁이 끝나고 나서는 군견의 대명사는 셰퍼드이고, 인류 역사상 전쟁이 터지는 모든 곳에는 셰퍼드가 함께 했다는 식의 ‘묘한’ 신화가 만들어져 각인 된 것이다. 셰퍼드의 역사는 채 100년을 겨우 넘긴 상태인데도 말이다.
 
우리의 기억 속에서는 구조견의 대명사이자 애견인들의 영원한 로망인 골든 리트리버(Golden Retriever)에 대해 예전에는 알프스 같은 산악지대에서 사람들을 구하는 구조견으로 활약했기 때문에 지금은 커다란 덩치로 안내견으로 활약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런 생각의 근저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영상매체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골든 리트리버의 정확한 역사는 아무도 모른다. 몇 개의 ‘설’이 있긴 있지만, 이 설들의 역사는 19세기에 맞춰져 있으며, 하나 같이 구조견으로 활동할 만한 역사는 없다.
 
영국에서 혈통이 완성됐다는 설이 있다. 19세기 초 뉴펀들랜드·리트리버·세터 그리고 지금은 멸종 된 원터 스파니엘 종을 교배해서 만들었다는 설이다. 그 다음으로는 러시아 개에서 연원했다는 설이다. 원래 골든 리트리버의 이름은 러시안 리트리버였는데, 1920년대에 골든 플랫 코트, 그 다음에 골든 리트리버로 이름이 바뀌어서 오늘에 이르렀다는 설이다.
 
마지막으로 19세기 중반에 영국을 순회하던 러시아 서커스단에서 재주를 부리던 개를 데려다가 혈통개량을 했다는 설도 있다. 이 3가지 설 어디에도 역사와 전통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정말 잘해봐야 혈통이 고정된 역사가 150여년이 될까 말까인 것이다.
 
▲ 골든 리트리버의 연원에는 세 가지 설이 있지만 그중 인명구조견과 관련된 설은 없다. 하지만 예전에 알프스 같은 산악지대에서 사람들을 구하는 구조견으로 활약했다는 착각의 연원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영상매체의 영향이 크다. [사진=필자제공]
 
개들의 품종 개량 역사를 보면, 우리가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전통과 역사’는 먼 나라 이야기란 걸 확인 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만화 ‘바우와우’로 잘 알려진 불 테리어이다.
 
불 테리어는 원래 ‘투견용’ 개였다. 19세기 초 영국에서 투견을 목적으로 불독과 테리어를 교배해 만들어 냈다. 당시 투견은 개들끼리의 싸움도 있었지만, 소를 괴롭히는 투견도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투견이 법적으로 금지되면서 점점 체형이 스마트하게 작아졌다는 것이다. 애초의 목적이 사라지자 이제 애완용으로 쓰일 수 있는 작은 체형이 선호받게 된다. 여기에 불을 붙인 것이 19세기 말 불었던 신 견종 만들기 신드롬이었다.
 
기존에 혈통 고정 됐던 개들도 개량 열풍으로 애완용의 작은 체형으로 개량됐고, 아예 이제까지 등장하지 않았던 신 견종들도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개가 바로 미니어처 불 테리어였다. 이 과정에서 미니어처 불 테리어들은 심각한 근친교배를 거쳐야 했다.
 
보면 알겠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개들 중에는 전통과 역사 보다는 개량과 개발로 이루어진 개들이 꽤 많다. 특히나 개들의 애초 목적에서 벗어나게 된 현대에 이르러서는 이런 경향이 더 심하다.
 
생각해보면 100여년 전 개들의 존재 목적과 지금의 존재 목적이 다를 수밖에 없다. 당시만 하더라도 투견·수렵·목축·사역 등 다양한 용도로 개들을 활용했지만,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개들이 ‘애완용’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애완용이라면 필연적으로 체구가 작아질 수밖에 없다. 1700년대까지의 포메라니안은 14~23Kg이었지만, 지금은 고작 2~3Kg인 걸 생각해 보면 거의 종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혈통, 순종이란 말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끊임없는 혈통 개량과 교배를 통해 만들어 진 ‘날조된 전통’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역사가 100년이 안 되는 개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혈통과 전통을 찾는 것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고래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뼈대 있는 혈통의 개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개의 존재 이유가 급격하게 뒤바뀐 최근 100여년 사이에 개들의 품종이 상당부분 바뀌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우리 머릿속에 들어가 있는 개의 ‘전통’ 중 상당부분은 날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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