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2호선 선릉역 7번 출구에서 가까운 선릉로93길은 전형적인 오피스 상권이다. 지난 2014년 12월 국민방송(KTV)이 세종시로 이전한 이후에도, 상인들의 우려와는 달리 상권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서울시가 제공하는 우리마을 상권리포트에 따르면 이 상권 일대에 위치한 기업체 수는 대기업 21곳, 중소기업 2754곳이다. 또 관공서 5곳에 금융시설도 21곳이나 몰려있다. 최근 불고 있는 테헤란로 공동화 현상에도 불구하고 이곳 상권만은 여전히 활력이 넘치고 있다. 불황에도 장사가 잘되는 선릉로93길의 보도블럭에는 돼지, 소, 닭 등의 그림과 함께 ‘선릉역 맛의 거리’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여전히 불이 꺼지지 않는 선릉로93길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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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릉로93길은 서울지하철 2호선 선릉역 5번출구와 7번출구 쪽에 있다. 7번출구로 나와서 선정릉쪽으로 80m쯤 가다 왼쪽으로 보면 옛 국민방송(KTV) 사옥 쪽으로 나 있는 골목이다. 테헤란로 건너편에는 진선여고가 있다. 사진은 평일 낮의 선릉로93길 모습 ⓒ스카이데일리
선릉로93길은 선릉역 맛의 거리라고도 한다. 선릉로93길을 따라 들어선 오피스 상권은 평일에도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았다. 이곳 상인들은 임대료가 비싼 만큼 장사는 잘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가 제작한 우리마을 가게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이 상권의 배후지 거주 인구는 2만2214명에 불과하지만, 직장 인구는 6만7309명에 달해 전형적인 오피스 상권으로 분류된다.
또 직장인 고객층 연령대도 높은 편이었다. 배후지 직장인구 비율을 따졌을 때 총 6만7309명 중 30대가 2만6743만명, 40대가 1만8864만명으로 30~ 40대의 비중이 전체 직장인의 67%에 달했다.
또 50대 직장인 인구도 9268명으로 20대 직장인 6218명보다 1.5배나 더 많다. 전체 직장인 연령대가 낮지 않음을 통계 수치로도 알 수 있다.
이곳에서 5년 넘게 장사를 해왔다는 ‘곤들애’의 관계자는 “이 곳은 전형적인 오피스 상권으로 특히 연령대가 높으신 분들이 많이 찾는 편이다. 10대는 찾아보기 힘들고 20대 역시 드문 편에 속한다”고 말했다.
▲ 오피스 상권의 특징에 따라 선릉로93길 상권 역시 평일 낮과 저녁에는 붐비고 오후 시간에는 한산했다. 사진 위는 오전 11시 점심 식사를 위해 무리지어 이동하는 직장인들의 모습. 사진 가운데는 오후 3~4시경 유동 인구가 적어 한산한 선릉로93길 전경. 사진 맨 아래는 저녁 7시경 안개가 짙게 낀 가운데 저녁식사 혹은 회식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직장인들 ⓒ스카이데일리
점심 시간대 매출이 전체 36%, 밤 9시~자정도 14% 넘어
그는 이어 “이곳은 오피스상권이기 때문에 점심 시간과 저녁·밤 시간에 손님이 몰리고, 주말에는 사람이 적고 주중에 붐빈다”고 전했다.
인근의 ‘동해회수산’ 관계자도 “우리 가게는 주말에는 테이블이 비는 편이지만 주중에는 꽉꽉 들어찬다”고 말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는 직장인들이 식사를 위해 우루루 몰려나오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실제 외식업종 매출 비율도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가 전체의 36.2%에 달했다.
닭을 판매하는 ‘누나홀닭’ 관계자는 “월세가 비싸서 점심 저녁 2부 영업을 하지 않으면 가게를 유지 할 수 없다”며 “저녁 영업을 메인으로 하는 가게들도 점심 대목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우리 가게 역시 낮에 한식 뷔페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점심이 끝나고 저녁 시간이 되자 길거리는 전체적으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테이블이 꽉 차 있던 점심 때와 달리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오후 2시부터 5시까지의 외식업종 평균 매출액은 전체 매출 가운데 9.2%밖에 안 된다. 점심시간의 1/3 수준이다.
맥주 전문점인 ‘모두나라 소맥’ 관계자는 “우리 가게의 경우 맥주 전문점이기 때문에 점심에 이어 저녁에 손님을 받으려면 준비시간이 필요하다”며 “2~3시쯤 점심 영업이 끝나면 잠시 가게 문을 닫고 6시쯤부터 다시 영업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의 퇴근시간이 가까워오는 저녁시간이 되자 길거리는 다시금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점심 때와 달리 옷을 다 갖춰 입고 가방을 든 퇴근길 옷차림의 직장인들이 많았다.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외식업종 평균 매출액은 전체의 15.9%이고 오후 9시부터 자정까지는 전체 매출 대비 14.2%. 둘을 합치면 점심때 매출액 비율과 비슷한 31.6%에 달한다.
해물을 판매하는 ‘오징어 청춘’ 관계자는 “선릉역 일대에는 많은 가게들이 있지만 적당한 회식 상권이라고 부를만한 먹자골목은 대치동 방면 선릉역 1번 출구와 이곳 5번 출구뿐이기 때문에 회식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주로 이쪽으로 몰려와 장사가 잘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주말에는 직장인들이 출근하지 않아 장사가 안 된다”며 “인근에 원룸촌이 있지만 직장인에 비해 수도 적고 원룸촌 안에 근린 상권이 형성돼 있어 이곳 가게를 잘 이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 통계치를 보면 이런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난다. 주중 즉, 월~금요일 모두 유동인구가 1000명이 넘는데 비해 토요일은 716명, 일요일은 449명으로 확 떨어졌다. 요일별 매출 비율도 토요일은 7.2%, 일요일은 6.5%로, 주중 10%대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 출처: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카페는 이미 포화, 골목까지 확장 중… 10평에 월세 1000만원도
선릉로 93길에 위치한 우리공인중개사 한성화 부장은 “다들 불황이니 장사가 안 되니 하지만, 이쪽 상권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장사가 잘되는 분위기”라며 “‘강남불패’라는 말이 이 상권에서도 통한다”고 말했다.
한 부장의 말은 실제 통계로도 증명됐다. 상권분석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2월부터 1년간의 월평균 일일 매출액은 점차 늘어났다. 특히 작년 하반기 들어 매출액이 급격하게 상승해 눈길을 끌었다.
부동산 관계자는 “인근 상권이 하나둘 풀이 죽어가면서 손님들이 이곳으로 더 모여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손님과 유동인구가 많은 만큼 월세는 상당히 비싼 편”이라고 전했다.
이어 카페의 경우 이미 스타벅스, 빽다방 등 웬만한 프랜차이즈 체인점들은 포화상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식당 등 다른 업종은 아직 창업할 자리가 남아있는 곳이 있다고 한다.
인근에 위치한 삼성부동산 관계자 역시 “늘어나는 오피스 고객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 기존의 원룸이 위치하던 골목 사이로 식당들이 진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공인중개사 한 부장은 “목 좋은 자리의 전용 면적 10평 가게는 임대료 1000만원, 보증금 2억원, 권리금 2억5000만원 선”이라며 “반면 1·2층 90평 크기의 점포가 권리금 없이 월세 1500만원, 보증금 5억에 나온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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