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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가락농수산물시장 현대화 사업 논란
살벌한 가락시장…7천억 공사에 ‘상인들 몸사투’
현대식 재건축 강경드라이브 강제집행 vs 차벽 없앤 청과상인 철야불침번
이성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3-20 14:41:56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가락농수산물시장은 지난 1985년 지어졌다. 같은 해 6월 청과·수산시장 개장을 시작으로 축산시장, 청과 직판시장이 차례로 문을 열었다. 당시 서울 용산구에 위치해 있던 농수산물시장 상인들을 전원 입주시켰는데, 가락시장 주변은 논으로 이뤄져 있어 상인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유동인구가 적은데다 주변 개발도 이뤄지지 않은 탓에 장사가 될 지 의문스럽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가락시장 청과직판장에서 영업을 하는 상인 김순자(70·여) 씨는 “아무 것도 없는 논바닥에서 시작해 고생을 많이 하고서야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상인들의 땀이 배어있는 가락시장은 다시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지난 2010년 확정된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은 총 사업비 7483억원을 들여 대지면적 53만1830㎡(약 16만평)을 3단계로 나눠 진행하는 계획이다. 1단계 사업은 지난 2015년 완공된 가락몰이다. 전체적인 현대화 사업 완공예정일은 오는 2025년이다. 하지만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고 있다. 기존 청과직판장 상인들이 가락몰 입주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스카이데일리가 가락시장의 현대화 사업과 이를 둘러싼 잡음 등을 취재했다.

 ▲ 가락농수산물시장이 변화를 맞고 있다. 30년 이상 시장이 자리를 지키면서 현대화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사업비는 총 7483억원이다. 지난 2015년 사업의 1단계로 가락몰이 완공됐다. 사진은 가락농수산물시장 전경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더더더, 좀더, 좀만 더”
 
트럭 차량의 뒤를 봐주며 주차를 인도하는 가락농수산물시장 직원이 시장의 적막을 깼다. 밤 12시가 넘은 시각. 소란스럽기만 할 것 같던 가락시장은 의외로 조용했다.
 
과일·채소 상자 등을 실은 전기·지게차, 트럭 등이 경적소리 한 번 내지 않고 각자의 위치를 찾아가며 상자를 실어 나르고 있었다. 상자를 실어 나르는 운송직원들의 운전 실력은 능숙했다. 소리도 지르지 않고 경적 소리도 없이 서로 양보해 가며 자리를 비켜주고 다시 제자리를 찾아 물건을 옮겼다.
 
하루 농수산물 7300톤이 거래되고 약 13만명이 이용하는 국내 최대 농수산물 시장인 가락시장의 밤은 낮보다 조용했지만 쉴틈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과일·채소 경매장을 지나 청과직판장으로 향했다.
 
가락시장 현대화사업 추진 1단계 ‘가락몰’ 완공, 지하 3층 지상 18층 규모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의 1단계인 가락몰은 지난 2011년 착공에 들어가 2015년 완공됐다. 규모만 지하 3층부터 지상 18층에 이른다. 그간 주차공간 부족, 시장의 오염 문제, 물류이동 불편 등 가락시장이 떠안고 있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추진한 사업이다.
 
 ▲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가락시장 현대화사업을 통해 그동안 문제로 제기된 주차공간 부족, 시장의 오염 문제, 물류이동 불편 등을 개선하려 하고 있다. 사진은 가락시장 현대화사업 조감도 [사진=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을 통해 ▲도매기능 정상화를 위한 도·소매 분리 ▲유통기능 효율화를 위한 노후시설 재건축 ▲새로운 유통환경에 필요한 물류시설 확충 등에 나서겠다는 것이 서울시농수산물공사 측의 설명이다.
 
가락시장 동쪽에 위치한 가락몰은 시장 전체에 흩어졌던 소규모 청과, 수산, 축산, 식자재 직판 점포 등을 모은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가락몰은 가락시장 현대화사업 첫 선을 보이는 공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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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완공된 가락몰의 경우 업무동을 제외한 판매동은 지하 2층부터 지상 3층까지다. 지하 2층에는 청과·축산 등의 창고가 마련돼 있으며 지하 1층은 채소·과일 판매점포, 지상 1층은 수산·축산 판매점포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가락시장은 채소 1·2동, 수산동, 과일동, 공동배송장 등 총 4공구로 나눠져 순환재건축을 진행할 예정이다. 상인들이 공사 중에도 임시이전 없이 계속 물류운송 및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한 공구씩 돌아가면서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가장 먼저 사업이 시작되는 곳은 채소2동이다. 이후 수산동과 채소1동이 동시에 착공되고 과일동, 배송장 순으로 순환재건축을 실시한다. 이를 통해 사업기간을 2년 이상 단축시키고 상인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향후 1공구 점포들이 가락몰로 이전한 뒤에는 2공구 공사에 들어간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다. 3공구는 2022~2024년, 4공구는 2024~2025년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총 공사비는 7400억원이 넘는 거액의 예산이 책정됐다.
 
사업이 마무리되면 가락몰은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직판점포들이 입점된다. 도매권역에는 도매상인들이 장사할 수 있는 채소동과 수산동, 과일동, 공동배송장 등이 설치될 예정이다.
 
가락몰 입주 ‘청과상인’ 330명 배수진 반발…“도저히 지하에선 장사 안된다”
 
그런데 최근 가락시장 현대화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하에 입주할 예정이었던 일부 청과직판 상인들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 가락시장 현대화사업은 현재 청과직판 상인들의 반발로 가로막혔다. 청과직판장에는 330명의 상인들이 남아 있다. 이들은 채소를 지하에서 판매하면 상권이 죽는다며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사진은 청과직판장에 걸린 상인들의 반발 현수막(위)과 가락몰 지하에 위치한 채소·과일 판매장(아래) ⓒ스카이데일리

현재 가락몰에는 이전 대상자 1138명 중 808명이 이전해 영업하고 있다. 하지만 이전 대상자인 기존 청과직판장 상인 661명 가운데 330명이 남아 있다. 이들은 수평상권 보장을 주장하며 이전을 거부하고 있다.
 
실제로 방문한 결과 가락몰 1층에는 기존 가락시장 내에서 영업을 하던 수산·축산 상인들이 모두 입주해있다. 반면 지하 1층은 곳곳에서 빈 점포가 눈에 띈다. 지하에서 영업하는 것에 대해 반발하는 상인들의 자리인 셈이다.
 
이들은 도·소매 분리, 지하 상권 거부 등의 이유를 들고 있다. 가락몰 지하 1층 점포의 경우 소매를 하기에는 적합하지만 도매업을 하는 상인들 입장에서는 장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청과직판장에서 만난 고산농산 김지훈(34) 대표는 “가락몰은 설계 자체가 잘못 돼 있어서 주차장에 트럭이 들어갈 수도 없다”며 “그곳에서 소매 장사를 하라고 하는데 그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 높였다.
 
또 다른 상인 김인식(58) 씨는 “가락몰 지하에서는 주차장이 불편하고 전동차로 상품을 운반하는데 그걸 어찌하나”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도매업의 경우 트럭을 통해 물건을 받는데 지하 1층 점포는 트럭이 들어오기 힘들어 영업하기가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어 그는 “지하에서 영업하면 상품에 먼지도 쌓이고 환기가 되지 않는다. 그곳을 찾는 손님들도 불편하다고 말하고 있다”며 “여기 남아 있는 사람들은 단지 대체 부지를 주던지 여기서 계속 장사를 할 수 있게 하던지 해 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청과직판장 상인들의 이 같은 주장은 사업 초기부터 제기돼왔다. 이에 공사 측은 그간 상인들의 불만을 받아들여 화물용 엘리베이터 2대 증설, 도매권 연결통로 1개소, 전동차 램프 1개소 등을 설치했다. 이후 전기 삼륜차 300대를 최대 50%가격까지 지원해준다는 계획이다.
 
강제집행 나서자 상인들 몸으로 막아…공사-상인 간 양보없이 사활 건 싸움
 
 ▲ 지난달 16일 밤 11시 30분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측은 강제집행을 위해 가락시장 북2문에 청소차량을 주차시켜 영업을 막아서려 했다. 당시 상인들은 북2문에 몰려나와 차량을 끌어내며 반발했다. 사진은 청과직판장 상인들이 청소차량을 맨몸으로 밀어내는 모습 [사진=가락시장 청과직판장 상인]

하지만 가락몰 입주를 둘러싸고 상인과 공사 간 갈등은 격화되고 있다. 명도소송이 진행돼 강제 집행에 들어갔지만 집단행동을 보이며 이를 막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로인해 이미 가락몰 1층과 지하 1층에 입주한 상인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우려를 사고 있다.
 
현재 이전을 거부하는 상인들 가운데 44명은 명도 판결 이후 강제집행에 들어갔다. 공사 측은 지난 2월 청과직판장으로 가는 출입문을 청소차량을 이용해 막아섰다. 하지만 상인들은 이를 밧줄을 이용해 끌어내면서 반발했다.
 
이후 상인들은 순번제로 돌아가며 출입문 앞을 24시간 지키고 있다. 공사 측의 강제집행을 막아서기 위한 투쟁이다. 가락시장 안에서 만난 상인 이진숙(가명) 씨는 점포 앞에 놓인 간이의자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었다. 이 씨는 “어제 하루종일 밤을 새며 출입문을 지키고 서 있느라 잠을 자지 못했다”며 “출입문에 청소차량이 들어설 때 난리도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상인 하명이(55·여) 씨는 “만약 가락몰 지하로 들어가게 되면 장사가 안 되는 건 불보듯 뻔한 일”이라며 “가락몰 지상 앞에 좌판을 깔고 소매로 채소를 파는 상인들도 있는데 장사가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가락몰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기존 입점한 상인들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가락몰 흥행이 실패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자신들에게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입점한 상인들 사이에서는 가락몰 입점이 이뤄지지 않아 가락몰 활성화 자체가 안 되고 있다는 성토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공사 측은 물리적 충돌은 최대한 피하면서 확고한 원칙을 갖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사 측 관계자는 “현재 입점에 반대하는 상인들이 주장하는 부분을 일부 반영해 타협점을 찾으려했지만 사업설명회 때부터 같은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아직 나가지 않은 명도집행 대상자 44명에게는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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