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로수길 이웃 세로수길에는 테마가 분명한 카페, 패션숍, 음식점, 바(Bar), 맥주집 등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임대료가 너무 올라 특색을 잃어가고 있다. 사진은 가로수길에서 신사역쪽에 가까운 세로수길(A) 메인 도로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2009년 한 이벤트 회사가 가로수길 가이드북에 세로수길이란 말을 사용하면서 일반에도 마치 동네 이름처럼 굳어졌다. 가로수길 메인도로 좌우 양측 세로수길 중에 신사역 8번 출구 쪽이 먼저 동네 골목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중반 가로수길이 전국구 핫플레이스로 떠오르자 메인도로와 맞닿은 골목 구석구석 건물 신축 붐이 일었다. 2007년 쯤에는 세로수길(A)에 특색있는 가게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메인도로에서 옮겨온 가게도 있었고 새로 오픈하는 점포들도 속속 등장했다.
그 때부터 ‘쇼핑은 가로수길에서, 휴식은 세로수길에서’라는 말이 나왔다. 가로수길을 거닐며 차마시고 쇼핑하다 세로수길로 접어들어 먹고 마시는 젊은층이 늘어났다. 세로수길 상권이 발달함에 따라 가로수길 인적은 좀 더 빨리 끊겼다. 오후 9시가 지나면 가로수길은 비교적 한산해진다.
세로수길은 테마가 분명한 카페, 패션숍, 음식점, 바(Bar), 맥주집 등이 서로 경쟁하듯 나타나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미 2007년에 임차인들이 뭉쳐 건물주들에게 급격한 임대료 인상을 자제해달라는 요청 했지만 이후 임대료 상승세는 거침이 없었다.
그로부터 10년 후 최근 세로수길의 분위기는 다시 크게 달라졌다. 세로수길 임차인들은 2차 젠트리피케이션 위기에 몰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대료 못견뎌 음식점 작년 313→225개, 소매업 208 →101개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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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 = 이미지 클릭 / [그래픽=박희라] ⓒ스카이데일리 |
음식점이 많아 평일 퇴근 시간대인 5시~6시에 유동인구가 정점을 찍는다. 특히 주말에는 인파가 더 몰린다. 금요일(19.7%)과 월요일(9.49%) 유동인구는 2배나 차이 난다. 나이스비즈맵의 NICE 지니데이타에 따르면 성별 유동인구 비율은 여자 54%, 남자 46%다. 연령대별로는 남녀 30대가 가장 많다.
최근 세로수길(A) 일대는 전체적으로 가게 숫자가 크게 줄고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다. 음식점은 지난해 313개에서 225개로 줄었다. 소매업도 208개에서 101개로 줄어 절반 이상이 떠났다.
양식·경양식은 2015년 12월까지도 증가추세를 보이다 올해 2월 34개로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한식·백반·한정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16년 6월 77개에서 올해는 50개로 감소했다.
직장인들이 퇴근 후 많이 찾는 삼겹살, 족발·보쌈, 치킨집 등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삼겹살은 지난해 7개에서 5개로, 족발·보쌈은 3개에서 2개로 각각 줄었다. 나이스비즈맵 상권분석보고서에 따르면 6개월간 평균 매출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상권 침제는 불경기 탓이기도 하지만 세로수길 임대료가 급격히 치솟은 게 결정적이라고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익명을 요구한 K부동산 실장은 “임대료 상승폭이 엄청났다. 임대료는 천차만별이라서 정확한 금액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임대료는 가로수길과 가까울수록 값이 올라가는데 대체로 50평(165㎡) 기준 보증금 1억5000만원에서 2억, 월세는 800만~1000만원까지 올라간다”며 “안쪽에 작은 가게 10평 정도라도 월세가 250만~300만원 선이다. 권리금은 1억~2억원 정도인데 장사가 안돼 무권리인 곳도 생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전문성 살려 단골 확보한 수제화 전문점, 술집 등 불황 속 호황 구가
세로수길(A) 일대는 임대료가 매우 높기 때문에 평범한 프랜차이즈 창업으로는 성공하기 힘든 곳이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평이다. 전문성을 살려 운영을 하는 일부 점포는 되레 꾸준히 매출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단골 고객’을 확보해 불황 속에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수제화 소매업을 하는 한 매장 관계자는 “요즘 세로수길도 임대료가 높아진데다 외국인 관광객 발걸음이 끊겨 다들 어려워하는 분위기다. 그래도 우리 가게는 기복은 없는 편이다. 단골손님들 위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가게의 대표는 홍대점도 함께 운영하고 있는 수제화 전문가다. 고객들은 세로수길이기 때문이 아니라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정기적으로 찾는 경우가 많다.
▲ 세로수길(A)에는 개인이 운영하는 매장 비율이 높다. 반면 신사역쪽으로는 프랜차이즈 식당이 더 많다. 사진은 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nulshop, 마망갸또, 로칼버블, 키친랩, 우프, 데일리라이크 ⓒ스카이데일리
중국인 관광객이 끊긴 상황에 대해서도 그는 “별로 영향을 받고 있지 않다. 원래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보다는 싼커(중국인 개별 관광객)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5년 1월 오픈한 ‘미술집’은 평일 저녁에도 손님들이 꽉 차 있었다. 미술작업실을 모티브로 꾸민 술집이다. 이 가게 매니저는 “세로수길에서 장사를 하기 위해서는 임대료 부담감은 무조건 안고 가야 한다. 보통 1000만원은 넘어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객들이 미술 작업실에서 술을 먹는다는 독특한 매장의 분위기를 좋아한다. 또한 우리 만의 서비스 노하우가 있어서 고객과 통하는 게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세로수길(A)에는 개인이 운영하는 매장이나 유명 체인 음식점의 본점이 자리 잡고 있다. 반대편 신사역 쪽으로 갈수록 프랜차이즈 식당 비율이 더 높아진다. 직장인이 많아 퇴근 후 비싼 값을 내고 끼니를 해결하기보다 식사를 겸해 술 한잔 할 수 있는 공간을 찾기 때문이다.
세로수길 아래쪽 신사역 방향인 압구정로 2길은 일반 역세권 상권의 색깔이 더 강하다. 생과일 주스 전문점 쥬씨, 만족오향족발, 깐부치킨, 유쾌한 접시, 고반식당, 문어치킨 등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들어서있다. 반면 가로수길 방향으로 가는 좁은 골목인 강남대로 156길~160길에는 개인 맛집들이 아직 곳곳에 숨어 있다.
술집으로는 미술집, 셰막, 가로수 브루잉컴퍼니, 로칼버블, 한 이자카야 등이 있고, 와인바 몽리 등이 있다. 카페는 키친랩, 마먕갸또, CAFE FOUR M, cafe mula, 디저트 카페 살롱드몽슈슈, 소매업은 소품샵 데일리 라이크, 아웃도어나무가 있다.
일본 가정식 그릴밥상, 함바그 밥집 오헤야 등은 확실한 테마에 전문성을 가미한 음식점이다. 유동인구 자체가 줄어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주말이나 저녁 시간대에는 꾸준히 사람들이 찾아오는 편이다.
세로수길에서 만난 김수용(39) 씨와 오선화(32) 씨는 1,2 주에 한번 그릴밥상을 찾는 단골 고객이다. 이들은 “세로수길은 날 잡아서 작고 소소한 매장들을 구경하는 재미로 왔는데 대부분 사라지지 않았나. 큰 업체들이 많아지니까 특별함이 함께 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그릴밥상에 대해서는 “백화점보다 담백하고 독특한 맛이 있다. 이런 집들이 얼마 남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불황에 임대료 계속 상승…대기업들 건물 통째 빌려 브랜드 홍보, 동네 색깔 잃어
▲ 세로수길의 임대료는 계속 상승 중이다. 성공의 꿈을 안고 들어온 세입자들은 월세 때문에 허덕이다 결국 나가고 만다. 그나마 전문성을 갖고 특색 있는 매장을 운영하는 곳들은 전국구라는 잇점을 살려 단골 손님을 끌어모으고 있다. 사진은 세로수길 곳곳에 보이는 공실 점포들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세로수길에서 25년간 부동산을 운영해온 우주공인중개사 서지현 대표는 세로수길이 참 많이 변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경기도 안 좋고 임대료가 오르고 또 오른 탓에 가게들이 불안한 상황이다”고 우려를 표혔다. 불황에 소비 심리가 위축되다 보니 굳이 세로수길까지 와서 비싸게 먹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임대료가 올라 가격도 비싸게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서 대표에 따르면 임대료가 높아도 나만의 아이템으로 도전해보겠다던 사람들은 거의 다 나갔다. 그러다보니 거리가 색깔을 잃기 시작했고 공실이 생기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는 “성공의 꿈을 안고 들어온 사람들은 장사를 시작하면 상황이 다르다는 걸 금세 알게 된다. 요즘 취업이 안 돼 젊은이들이 예전보다 창업을 많이 하고 또 폐업도 잦다”며 안타까워한다. 그나마 전문성 있는 실력파는 장사를 잘 이어가는 편이라고 평했다.
가로수길에 대기업이 들어오면서 세로수길도 색깔을 잃어갔다. 가로수길 메인도로인 도산대로 13길에는 대부분 기업형 의류·잡화 브랜드가 둥지를 틀고 있다. 기업들이 광고효과를 노려 높은 가격에 건물을 통째 임차를 하기 때문에 건물주가 선호할 수 밖에 없다.
중국인 관광객들로 인해 제2전성기를 맞았던 세로수길은 이제 새로운 난관에 부딪혔다. 대로변에는 성형외과가 많아 쇼핑, 숙박 등 ‘원스톱’ 패키지가 인기를 얻었는데 사드 여파로 지금은 유커는 물론 산커마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서지현 대표는 “가로수, 세로수길은 중국 손님이 80%였다. 관광, 성형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성형수술을 하면 최소 2~3개월은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3개월 정도 단기로 방을 얻는다”면서 “산커들은 풀옵션 계약을 많이 했었는데 재작년에는 매일 중국 손님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방찾는 중국인이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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