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명지대 앞 상권은 ‘신촌상권’(아현역, 이대역, 신촌역, 홍대입구역)과 다소 동떨어진 위치에 상권이 형성돼 있다. ‘거북골’로 불리는 이 일대 상권은 명지대학교 학생들을 주 소비층으로 삼고 있다. 사진은 남가좌동에 위치한 명지대학교 인문캠퍼스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서울 서대문구는 대학교가 유독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연세대학교, 서강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경기대학교, 명지대학교, 추계예술대학교 등이 있다. 서대문구는 아니지만 바로 옆 마포구에 위치한 홍익대학교도 동일 지역 대학군으로 분류된다.
서대문구는 한정된 공간에 많은 대학들이 몰려 있는 탓에 상권의 발달이 유독 두드러졌다. 지하철 2호선 아현역, 이대역, 신촌역, 홍대입구역, 합정역, 상수역 등의 주변에 발달한 상권은 구분 자체가 모호할 정도로 하나의 대형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 상권을 통틀어 ‘신촌상권’이라 부르기도 한다.
신촌 상권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지만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위치한 명지대 인근에도 상권이 형성돼 있다. 일명 ‘거북골’로 불린다. 이 상권은 ‘명지대 입구 교차로’부터 경의중앙선 가좌역 방향으로 난 길과 ‘시장 삼거리’부터 지하철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 방향까지 난 길의 이름인 ‘거북로’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대학가 상권이 그렇듯 ‘거북골’ 역시 명지대학교 학생들을 주 소비층으로 삼고 있다. 인근 주택단지와 아파트 단지 등의 배후수요가 있긴 하지만 경기 여파를 덜 받는 학생들을 위주로 한 점포들이 주를 이룬다.
인근 지하철을 이용하는 지역 주민들의 동선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점 또한 학생 위주의 점포 형성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다. 실제로 남가좌삼성래미안 아파트 단지, 남가좌현대아이파트 아파트 단지 등에 거주하는 이들은 거북골 상권이 위치한 북동쪽이 아닌 가좌역 혹은 디지털미디어시티역 등이 위치한 남서쪽 방향을 위주로 오가는 편이다.
명지대 상권에 주로 분포돼 있는 점포들 중에는 스타벅스·이디야 등 프랜차이즈 카페, 개인이 창업한 소형 카페 등이 상당수 존재한다.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들을 위한 저렴한 가격대의 호프집과 김밥천국·봉구스밥버거·엄마손떡볶·디델리·연희김밥 등 분식집도 다수 고루 분포돼 있다.
주 수요층 대부분 신촌·홍대로 유출…마을축제, 상권지도 제작 등에도 효과 미비
최근 거북골 상권에 위치한 점포 상인들의 시름이 날로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촌·홍대 등으로 학생은 물론 인근 지역 주민들의 수요까지 빠지는 탓에 상권이 점점 침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학 시즌에 유독 사람이 적은 대학가 상권의 특성 역시 상인들의 고충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작용했다.
▲ [그래픽=최은숙] ⓒ스카이데일리
명지고·명지대를 졸업한 고수민(가명·32·남) 씨는 “집이 가깝다보니 고등학교 시절부터 이곳에서 놀았다”며 “그러나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식당 외에 술을 마시거나 친구들을 만나 놀 때는 신촌·홍대로 가게 되더라”고 말했다.
명지대 학생들과 인근 지역 상인들이 지자체인 서대문구의 지원을 받아 마을축제 개최 및 상권 지도 제작 등 상권 활성화에 힘쓰고 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내수경기 침체의 여파로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토로하는 상인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실정이다.
정문 앞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김순영(58·가명·여) 씨는 “우리 가게는 학교 앞에 있는데다 방학 중에도 밥 먹으러 오는 학생들이 많은 편이지만 8시가 넘으면 닫는다”며 “더 오래 열어도 사람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일반 대학교 상권처럼 방학 때와 개강 때 매출 차이가 어느 정도 있긴 하지만 방학 때는 유독 사람이 없다”며 “사실 점포를 내놔도 나가질 않아 억지로 장사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일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대학생들의 지갑을 노린 카페들이 많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생각한 것만큼 매출을 내지는 못 한다”며 “인근 주민들도 이곳에서 소비생활을 하지 않는 편이라 주택가가 있어도 매출에 크게 도움 되는 것은 아니다”고 토로했다.
정문 인근에 위치한 베이커리의 점원은 “원래도 학생들에 의존하고 있는 상권이라 매출이 높지는 않지만 방학 중에는 더 떨어진다”며 “거기다가 요새 경기가 더 어려워져서 예전보다 더 힘든 느낌이다”고 하소연했다.
이 점원은 “손님은 주로 학생 반, 인근 지역주민 반 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 일대 상인들 모두 겨우 가게를 유지 중인 상태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이 동네가 유명한 맛집들이 모여 있는 먹자골목이 조성됐거나 한 상태가 아니라 주민들도 연희동으로 나가거나 불광동 쪽으로 넘어 간다”고 설명했다.
“일반 대학가 상권가 다른 특징 다수…유행 타지 않는 저렴한 메뉴로 승부수”
상권 전문가들은 “일반 대학가 상권을 생각하고 거북골 상권에 진입하면 자칫 위험할 수 있다”며 “다만 이곳만의 특성을 살린 아이템을 잘 선택한다면 어느 정도 성공할 가능성은 있다”고 입을 모았다.
▲ 전문가들은 명지대 상권에 대해 “일반 대학가 상권을 생각하고 거북골 상권에 진입하면 자칫 위험할 수 있다. 다만 이곳만의 특성을 살린 아이템을 잘 선택한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을 위한 박리다매 전략을 취하는 가게들이 오래 살아남는다”고 설명했다. ⓒ스카이데일리
거북골 인근 대명공인중개사사무소 전의권 대표에 따르면 일대 상권의 메인(A급)지역은 명지대 정문 일대의 대로변이다. 메인상권 내 점포 시세는 10평 기준에 보증금 2000~3000만원, 월세 150만~170만원, 권리금 7000만~1억원 정도 등이다.
메인상권을 제외한 다른 곳은 10평 기준으로 보증금 약 2000만원, 월세 100만~120만원, 권리금은 4000만~5000만원 등으로 메인상권과는 차이가 있는 편이다.
전 대표는 “이곳은 창업하려면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1·2학기 통틀어 6개월간 사람이 붐비기 때문에 ‘6개월 장사’를 하는 지역이라고 인식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인근 R부동산 관계자도 비슷한 견해를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사실 이곳은 소자본으로 창업하기에 좋지 못한 곳이다”며 “특히 유행에 민감한 프랜차이즈 아이템은 학생들의 기호 역시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자칫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박리다매 전략을 취하는 가게들은 오래 살아남지만 유행하는 아이템을 쫓아 창업하면 버티기 힘든 곳이다”며 “일대 지역에서 유명한 ‘엄마손 떡볶이’의 경우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손님이 많은 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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