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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롯데그룹 상암 복합쇼핑몰 개발 르포

박원순, 재벌-서민 사이 오락가락 양다리 논란

축구장 32개 초대형 상인들 결사반대…대책없는 상생·백지화 발언에 파문

길해성기자(hsgil@skyedaily.com)

기사입력 2017-04-21 00:3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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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북권 5개년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경의선 수색역과 지하철6호선·경의선·공항철도 등이 지나는 DMC(디지털미디어시티)역, 차량기지 이전구역 등에 복합단지를 개발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업부지만 20만7000㎡(약 6만2617평)에 달하는 대규모 개발 사업이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서민시장이라는 이미지를 앞세워 복지정책에 집중했던 박원순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발’의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박 시장의 야심찬 계획은 시작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서울시로부터 땅을 매입한 롯데그룹이 복합쇼핑몰 건립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인근 상인들이 거세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골목 상권 침해를 이유로 개발을 저지했고, 결국 사업은 4년째 표류 중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의 태도는 상인들의 원성을 더욱 드높이고 있다. 정작 땅을 판 서울시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사실상 수수방관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박 시장이 상인들 앞에서 내놓은 해결책에 대해 서울시가 ‘원론적인 답변이었을 뿐이다’는 해명 입장을 내비치면서 사탕발림으로 서민들을 우롱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롯데복합쇼핑몰 건립을 둘러싼 논란들에 대해 현장 취재했다.

 ▲롯데그룹은 디지털미디어시역 인근 상암동 3개 필지(사진)에 초대형복합쇼핑몰 건립을 추진 중이다. 지난 2013년 서울시로부터 1972억원을 주고 해당 부지를 매입했다. 그 규모는 축구장 32개 크기에 달한다. 하지만 사업은 골목상권 피해를 우려하는 인근 상인들의 거센 반발로 4년째 표류중이다. ⓒ스카이데일리

서민시장 박원순 시장의 행보가 물의를 빚고 있다. 상암동 일대 대형복합쇼핑몰 사업을 추진하는 롯데그룹이 인근 상인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정작 땅을 판 서울시는 ‘나몰라라’ 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박 시장에게 마땅한 대안도 없이 토지를 매각한 책임을 묻는 여론이 일고 있다.
 
특히 박 시장이 상인들에게 한 발언을 두고 서울시가 ‘원론적인 답변이었을 뿐이다’는 입장을 밝혀 사탕발림으로 서민들을 우롱했다는 비판까지 일고 있다. 일부 상인들은 “롯데그룹 임원과 사돈지간인 박 시장이 롯데그룹과 상인들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는 비판까지 쏟아내고 있다.
 
축구장 32개 크기 롯데그룹 복합쇼핑몰 건립 계획에 인근 지역상인들 집단 반발
 
20일 서울시 및 상암동 일대 상인들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하철6호선·경의선·공항철도 등의 환승역인 DMC(디지털미디어시티)역 인근 상암동 1625번지 등 3개 필지에 초대형복합쇼핑몰 건립을 추진 중이다. 지난 2013년 서울시로부터 1972억원을 주고 해당 부지를 매입했다. 3개 필지를 모두 합치면 2만3742㎡(약 7194평)에 달한다. 이는 축구장 32개 크기에 달하는 규모다.
 
롯데그룹은 해당 필지와 맞닿아 있는 디지털미디어시티역 개발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도 선정됐다. 역사와 복합쇼핑몰 개발을 연계해 ‘대규모 롯데타운’을 조성하려는 게 당초 롯데그룹의 의도였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야심찬 계획은 쇼핑몰 건립으로 인한 골목상권 피해를 우려하는 인근 상인들의 반발 여론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쇼핑몰 건립이 제 자리에 머물면서 철도공사와의 본계약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상암동 일대 상인들은 롯데복합쇼핑몰이 들어서면 인근 상권의 황폐화가 불 보듯 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현재 롯데복합쇼핑몰 입점 예정 부지 주변에는 인근 직장인 수요를 위한 상권이 형성돼 있다. 이외에도 부지에서 직선거리로 1km 내에는 마포농수산물시장, 2km 내에는 망원시장이 각각 위치해 있다. 이 밖에도 롯데복합쇼핑몰 입점 예정 부지 인근에는 크고 작은 도·소매점들이 다수 존재한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마포농수산물시장의 한 상인은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들어오면서 월 매출이 700만원에서 100만원~20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며 “100~300만원까지 하는 임대료를 내지 못해 야반도주를 하는 상인들까지 속출하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롯데복합쇼핑몰이 건립되면 사실상 상인들 전부가 길거리에 나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5월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대형 쇼핑몰 입점 관련 주변상권 영향 실태조사’에 따르면 복합쇼핑몰 주변에 점포를 보유한 중소 상인 10명 가운데 7명은 쇼핑몰이 들어서면서 매출이 줄었다.
 
서울 송파 문정, 경기도 고양·과주·김포·이천, 충남 부여, 충북 청주 등 대형 쇼핑몰과 아울렛이 있는 5개 권역 상인 300명 가운데 76.7%가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복합쇼핑몰의 영향력 범위는 대형마트보다 훨씬 드넓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암동에 건립될 롯데복합쇼핑몰 내에도 대형마트, 영화관, 백화점, 음식점, 기업형 슈퍼마켓(SSM), 업무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외부로 나갈 필요 없이 사실상 모든 활동이 쇼핑몰 내에서 가능하다. 이는 쇼핑몰 인근 상인들의 시름이 날로 깊어질 수밖에 없는 배경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일례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일대 주변상점들은 ‘영등포 타임스퀘어’가 들어선 후 매출이 반으로 줄었다. 2014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주변 상점 314곳을 조사한 결과 점포당 월평균 2898만원이던 매출액은 복합쇼핑몰 입점 후 3년 뒤 1550만원으로 하락했다. 이외에도 유동인구는 점포당 55명에서 22명으로 줄었다.
 
망원시장상인회 최태규 회장은 “예전에 도매로 장사하던 상인들이 상암동 소형 점포주들을 대상으로 한 매출이 많이 줄었는데, 결국 홈플러스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후 상암동 소상공인들이 주민 2만여명의 서명을 받은 노력 끝에 어렵게 홈플러스와 제수용품, 일부 먹거리 등의 품목제한 협의를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것도 없다”고 말했다
 
박원순 “상생대책 없을 땐 롯데 땅 재매입”…서울시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 반전

 ▲ 롯데복합쇼핑몰 입점예정부지 인근 마포농수산물시장(사진 왼쪽) 망원시장 등의 상인들과 롯데그룹은 아직까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애초 예정된 쇼핑몰 3개동 중 1개동을 비 판매시설로 하라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양측 모두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카이데일리

초대형복합쇼핑몰 건립을 두고 롯데그룹과 인근 지역 상인들과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관할 지자체인 서울시의 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땅을 판 주체로써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서다. 급기야 상인들의 원성은 박원순 시장을 향하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애초 예정된 쇼핑몰 3개동 중 1개동을 비 판매시설로 하라는 중재안을 롯데 측에 제시했다. 하지만 롯데는 30%이하만 줄일 수 있다고 서울시의 중재안을 거절했다. 그마저도 고층 쪽에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서울시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인근 상인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는 것을 막아준다고 말만 할뿐 특별한 대책이 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마포농수산물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쇼핑몰 3개동 중 1개동을 비 판매시설로 하라는 중재안은 이미 예전에 나온 사항이고, 지금까지 서울시 TF팀과 회의를 10회를 넘게 진행했지만 진전된 사항은 하나도 없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앞서 박 시장은 지난해 11월 전국상인대회 자리에서 “상인들과 상생 없는 롯데복합쇼핑몰은 서울시에 들어올 수 없다”며 “그 땅을 다시 사들일 수도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상인들은 대형마트가 아닌 복합쇼핑몰의 경우에는 상생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망원시장의 한 상인은 “롯데복합쇼핑몰의 크기는 대형마트 최고 50개, 축구장 32개 크기인데 기존의 일반 대형 마트와 차원이 다르다”며 “서울시가 내놓은 3분의 1동을 줄여도 크기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도저히 상생 개념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대한 상인들의 원성은 날로 더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토지를 매각한 서울시를 ‘갈등의 원흉’으로 보는 견해도 일고 있다. 주변 상권을 감안하고 허가를 해줘야하는데, 그런 게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가 롯데에게 해당 부지를 매각할 당시 인근에 이미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들어서 있었다는 점이 논란의 단초가 됐다.
 
한 시장 상인은 “이미 대형마트들이 들어서 있었던 상황인데, 이런 대책 하나도 없이 무작정 토지를 판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그러고 나서 롯데그룹과 상인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화가 안 날래야 안날 수가 없다”고 성토했다.
 
 ▲ 박원순(사진) 서울시장은 지난해 11월 전국상인대회 자리에서 “상인들과 상생 없는 롯데복합쇼핑몰은 서울시에 들어올 수 없다”며 “그 땅을 다시 사들일 수도 있다”고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이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 관계자도 박 시장의 발언이 원론적인 것이라고 밝혀 상인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그러면서 그는 “서북권 개발을 통해 성과를 내야 하지만 자신에게 부여된 서민시장 이미지도 챙기자니 어쩔 수 없이 양다리를 걸친 모습이 되고 말았다”며 “하지만 박원순 시장이 롯데그룹 임원과 사돈관계인 것을 생각하면 양다리가 아니라 오히려 롯데그룹 쪽으로 기울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의 태도는 논란에 부채질을 더 하고 있다. 박 시장이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발언들이 사실상 진심 없이 던진 ‘달래기용’에 가까운 정황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전에 전국상인대회 자리에서 박원순 시장이 롯데복합쇼핑몰 부지를 재매입하겠다는 발언은 사실 원론적인 이야기다”며 “서울시가 이미 매각한 부지를 롯데에게 강제로 뺏어올 순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곳은 광역중심지 중심으로 의도적으로 키울 계획이었고, 당시 부족했던 판매시설로 용도를 정한 것이다”며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될 지는 서울시도 예상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난감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결국 박 시장의 발언이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지를 다시 사들인다는 말은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다”며 “다른 해법을 마련해야지 처음부터 최후의 수단을 선택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사업을 진행하지 못한 롯데그룹 측에서 소송이 들어오면 시에서도 굉장히 부담스러운 부분이기 때문에 부지 재매입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며 “결국 박 시장의 이러한 태도는 어느 쪽 문제도 해결할 수 없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인 셈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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