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악령이 다시 살아났다.
세계 최대 우주기업 스페이스X(SpaceX)의 기업공개(IPO)는 글로벌 자본시장의 축제로 기록됐지만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이 국내 유일 글로벌 인수단으로 참여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는 최고조에 달했지만 결과는 공모주 0주 배정이었다. 글로벌 공동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한국 배정 물량을 전량 회수하면서 투자자들의 청약은 무산됐고 미래에셋증권은 공식 사과문까지 발표해야 했다.
시장의 시선은 차가웠다.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스페이스X 기대감에 힘입어 연초 2만4544원에서 지난달 6일 종가 기준 8만3800원까지 약 240% 치솟으며 일부 대형 은행 시가총액을 웃돌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기대가 현실이 되는 순간 분위기는 급변했다. 스페이스X 상장이 마무리되고 ‘0주 배정’ 사태가 겹치면서 차익실현 매물과 기관 매도세가 동시에 쏟아졌고 주가는 26일 종가 기준 4만250원까지 밀리며 고점 대비 50% 이상 하락했다.
기관투자가들의 매도세도 하락을 부추겼다. 최근 한 달 동안 미래에셋증권은 연기금 순매도 상위 3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고 순매도 규모만 3172억원에 달했다.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의 자산배분 리밸런싱이 본격화된 데다 단기간 급등에 따른 주가 부담이 겹친 결과라는 분석이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3월 기준 2.54배로 국내 주요 대형 증권사 평균인 1~1.3배를 크게 웃돌았다. 업계에서는 스페이스X 기대감이 주가에 상당 부분 선반영된 상황에서 공모주 배정 실패까지 겹치며 투자심리가 빠르게 식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의 투자 성과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회사는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약 4200억 원을 스페이스X에 투자했고 비상장 단계에서 확보한 지분 가치는 기업공개 이후 수조 원 규모로 불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증권가에서는 올 2분기에만 스페이스X 관련 평가이익이 1조 원 안팎 반영될 것으로 전망한다. 기업은 돈을 벌었지만 투자자는 투자 기회를 얻지 못한 셈이다.
이는 한국 자본시장이 반복적으로 지적받아 온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또 다른 단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글로벌 메가딜을 성사시키고도 국내 투자자가 투자 기회를 공유하지 못하는 구조, 해외에서는 성공한 금융회사로 평가받지만 정작 고객 만족도는 확보하지 못하는 현실이 다시 한번 고스란히 드러났다.
고객 자산관리 전문가
이 같은 엇갈린 성적표의 중심에는 미래에셋증권 자산관리(WM) 부문을 총괄하는 허선호 대표이사 부회장이 있다. 김미섭 부회장과 각자대표 체제를 이루고 있는 그는 WM과 연금, 디지털 플랫폼을 책임지는 고객 자산관리 전문가다. 투자 성과만큼이나 고객 신뢰가 중요한 금융회사에서 이번 스페이스X 사태는 허 부회장에게 새로운 시험대가 됐다.
1969년생인 허 부회장은 순천효천고를 졸업한 뒤 조선대학교 경제학과와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1995년 조흥증권에서 증권업계에 첫발을 뗀 그는 1999년 대우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기업금융(IB), 금융상품 법인영업, 전략기획 등 핵심 부서를 두루 거쳤다.
미래에셋과 대우증권 합병 이후에는 경영지원부문 대표와 WM총괄, WM사업부 대표를 역임하며 조직 통합과 자산관리 혁신을 이끌었다. 투자은행과 전략기획, 자산관리, 조직 운영을 경험한 전문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허 부회장이 이끄는 WM 부문은 미래에셋증권의 성장축이다. 해외주식과 연금 사업을 중심으로 고객 자산을 꾸준히 확대하며 중개수수료 중심 증권사에서 종합 자산관리 회사로 체질을 바꾸는 데 기여했다.
증권가의 관심은 이제 미래에셋증권의 2분기 실적으로 향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1조 원을 넘어서는 ‘2개 분기 연속 1조 클럽’에 입성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약 1조4000억 원, 순이익은 1조1000억 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운 증가세다. 상반기 누적 순이익도 2조 원을 웃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적 개선의 배경으로는 스페이스X 투자도 꼽힌다. 미래에셋증권은 2022년과 2023년 우주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베팅했다. 당시만 해도 우주산업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지만 미래에셋은 스페이스X를 로켓 기업이 아닌 위성통신과 데이터 인프라를 아우르는 차세대 플랫폼 기업으로 판단했다. 그 결과 투자 자산 가치는 최초 투자금의 수배 수준으로 불어나며 미래에셋증권의 대표적인 글로벌 투자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허 부회장은 미래에셋증권서 연금과 WM,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꾸준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해 왔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의 국내외 고객 자산은 2026년 1분기 말 기준 660조 원을 넘어섰고 금융상품 자산도 220조 원을 돌파했다. 퇴직연금 DC와 IRP 적립금은 36조7767억 원으로 금융권 1위를 기록하며 자산관리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는 주식 거래가 활발할 때만 실적이 좋아지는 증권사가 아니라 고객 자산이 늘어날수록 안정적인 수수료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를 구축했다는 뜻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스페이스X 공모주 ‘0주 배정’ 사태로 흔들린 고객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화려한 실적 역시 반쪽짜리 성공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투자 역량과 고객 만족을 동시에 입증하는 것이 미래에셋증권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통팔달 교통망에 서울숲 조망까지
허선호 부회장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성동구 행당동 ‘서울숲더샵’은 서울 동북권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주상복합 단지다. 서울숲과 한강을 가까이 두면서도 왕십리 생활권을 누릴 수 있는 입지 덕분에 금융권과 대기업 임원들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2014년 9월 준공된 서울숲더샵은 최고 42층, 3개 동, 495가구 규모로 조성됐다. 오피스텔 69실을 포함한 복합단지로 세대당 1.89대의 넉넉한 주차공간을 확보했고 헬스장과 사우나, 실내 골프연습장, 독서실, 국공립 어린이집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도 갖췄다.
무엇보다 입지가 강점이다. 지하철 2호선 한양대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고 2·5호선과 경의중앙선, 수인분당선이 교차하는 왕십리역도 가까워 그야말로 ‘멀티 역세권’이다. 을지로 미래에셋센터원 본사는 물론 여의도와 강남 업무지구까지 이동이 편리해 금융권 종사자들에게 인기다.
행당스카이워크가 2018년 7월 들어서면서 인근 주민들의 보행 접근성이 한층 좋아졌다. 이 보행 교량은 이웃 단지인 서울숲리버뷰자이를 경의중앙선과 수인분당선 지상 철길 위로 연결해 준다. 덕분에 인근 초·중·고등학생들의 안전한 통학로가 확보되었으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출퇴근 편의성도 크게 향상됐다.
주거환경도 장점으로 꼽힌다. 단지 바로 옆으로 중랑천 산책로가 이어지고 자전거를 이용하면 서울숲과 한강공원까지 쉽게 이동할 수 있다. 고층 세대에서는 서울숲과 한강은 물론 남산과 도심 스카이라인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조망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건물 배치가 동 간 시야가 겹치지 않도록 설계돼 개방감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건축계획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드러난다. 용적률은 392%로 도심 주상복합답게 높은 편이지만 건폐율은 34% 수준이다. 초고층 단지임에도 동 간 거리를 충분히 확보해 일조권과 개방감을 살렸다.
시세 역시 성동구 대표 랜드마크에 걸맞다. 허 부회장이 거주 중인 전용면적 101.45㎡(31평형)는 지난해 9월 26억 원에 거래됐으며 전세는 지난해 8월 10억7000만 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올해 들어서는 보증금 3억 원에 월세 400만 원를 내는 반전세 거래도 성사됐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허 부회장이 이 주택을 소유하지 않고 임차 형태로 거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고위 임원들이 고가 주택을 반드시 소유해야 한다는 인식이 점차 옅어지고 있다. 오히려 자산 운용의 효율성과 유동성을 고려해 임차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수십억 원의 자금을 부동산에 묶어두기보다 금융자산에 투자해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향후 양도소득세 등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임차를 선호하는 이유다.
자산관리 전문가인 허 부회장의 선택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고객들에게 분산투자와 포트폴리오 운용을 강조해 온 전문가답게 부동산을 자산의 전부가 아닌 하나의 투자 자산으로 바라보는 철학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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