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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 블라인드 채용 도입 논란
돈·시간·노력 물거품, 청년 희망 꺾는 깜깜이취업
“좋은 대학, 좋은 스펙 등은 인고의 산물…배려 아닌 역차별” 분분
김성욱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7-10 16:20:23
지난 2012년 교육부가 가정환경조사서를 폐지했다. 가정환경조사서는 매 학기마다 담임교사가 학생의 처지 및 상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요구했던 서류다. 기입란에는 부모의 최종학력과 출신학교, 직업, 직책, 소득수준. 주택소유 여부 등이 적혀 있었다. 기입 항목 때문에 가정환경조사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개인정보 유출은 물론 학생들 간에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지적도 상당했다. 맹점은 과연 학생을 가르치는데 이 같은 정보들이 필요한지 여부였다. 하지만 최근 이와 정반대의 상황이 발생해 여론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 방침을 두고 이번에는 정보 수집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필요한 정보들마저 누락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역차별 운운하는 목소리도 높게 일고 있다. 그동안 취업 스펙을 쌓으려고 노력한 이들에게 가혹한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스카이데일리가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시행을 둘러싼 여론의 반응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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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부처를 시작으로 공공기관, 민간기업 등으로 서서히 적용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블라인드채용 방침을 두고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명문대 진학을 위해 쏟은 노력과 더불어 스펙을 쌓기 위해 투입한 돈과 시간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정문 전경 ⓒ스카이데일리
 
정부의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 방침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역차별 운운하는 여론이 높게 일고 있다. 정부는 향후 이 같은 채용방식을 민간에까지 확대·적용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은 한 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10일 정부,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블라인드 채용’이란 입사지원서에 학력·학점·신체조건·가족관계·출신지역 등을 적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고용노동부와 행정자치부 등 관계부처는 올 하반기부터 이를 공공기관 채용에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기업, 준정부기관, 지방공사·공단,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법인·단체 등이 대상이다.
 
하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깜깜이채용’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객관적 평가지표 부재로 낙하산 채용이 더욱 활기를 띌 것이라는 주장도 일고 있다. 일반 취업준비생들은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곧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쏟아 부은 노력이 한 순간에 물거품 될 수 있다며 역차별 우려 목소리를 냈다.  
 
이력서에 주소·학력·학점 등 기입 금지…지역인재 30% 할당제와 ‘충돌’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 추진방안’에 따르면 이달 공공기관 332곳을 시작으로 모든 공공부문에 블라인드 채용이 의무화된다. 아울러 149개 지방공기업에 대해서는 인사담당자 교육을 거친 뒤 내달부터 시행된다. 앞으로 모든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의 입사지원서에는 학력·학점·신체조건·가족관계·출신지역 등의 항목들이 삭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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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 같은 채용방식을 장기적으로 민간에까지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블라인드 채용 법제화는 물론 채용 관련 가이드북까지 제작을 추진 중이다. 현행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의 개정도 추진될 전망이다. 만약 법률 개정이 이뤄지면 민간기업도 기초심사 자료에 학력·학점·신체조건·가족관계·출신지역 등의 정보 요구가 금지된다.
     
▲ 이달부터 모든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의 입사지원서에는 학력·학점·어학성적 등 소위 말하는 ‘스펙’들이 삭제된다. 정부는 이 같은 제도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어 민간기업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은 블라인드 채용 입사지원서 [사진=고용노동부]
 
블라인드 채용 법제화에 대한 민간기업의 반응은 부정적인 편이다. 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인사 채용을 진행할 때 대학 학과나 학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이를 모른 채 당일 면접만으로 뽑는 건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시험점수 비중이 일반 공무원의 경우 블라인드 채용이 가능할 수 있지만 민간 기업의 경우 현실적으로 학력·학점 등을 참고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공약으로 내세웠던 ‘지역인재 30% 할당제’와는 개념 자체가 충돌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역인재 30% 할당제는 말 그대로 채용 정원의 30%를 해당 지역소재 대학출신자 또는 지역민을 채용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 경우 이력서에 출신대학과 출신지를 밝혀야 하는데, 공교롭게도 블라인드 채용은 이를 금지하고 있다.
 
“학교 간판도 노력…열심히 산 사람만 손해”…평등 가장한 역차별 분분
 
정부의 블라인드 채용 방침에 서울 소재 대학교 출신 취업준비생들은 반발의 목소리를 높였다. 제도 자체가 역차별을 불러일으키는 모순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들은 학벌 역시 일종의 노력을 통해 보상받은 결과물임을 강조했다. 학벌을 통한 혜택을 원하는 게 아니라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합당한 보상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세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한재현(26·남) 씨는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을 위해 재수까지 감행하며 힘들게 대학에 합격했다”며 “남들보다 더 노력했기 때문에 조금 더 앞서 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블라인드 채용을 하게 되면 이러한 노력 자체가 모두 헛수고에 불과해진다”고 토로했다.
 
같은 학년에 재학 중인 김재준(27·남·가명) 씨는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고 스펙을 쌓기 위해 휴학하고 캐나다에 어학연수까지 다녀왔다”면서 “블라인드 채용 등이 활성화 될 경우 과연 누가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또는 스펙을 쌓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려 들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정부 정책을 두고 “하향평준화의 지름길이다”고 비판했다.
 
고려대학교에 재학 중인 함소희(23·여) 씨는 “재수는 필수, 3수는 선택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대학입시에 목을 매는 친구들이 한 둘이 아니다”면서 “좋은 학교에 입학해 스펙을 쌓으면 처우가 좋은 회사에 입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이를 악물고 열심히 노력한 것인데 이번 정부의 채용방식은 그간의 노고를 깡그리 무시하는 처사다”고 토로했다.
                    
▲ 서울권 대학생들을 비롯한 일부 취업준비생들은 블라인드 채용으로 인한 부작용 등에 대해 심각한 우려감을 표했다. 상당수는 학력·학점·어학성적 등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일궈낸 것이라며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는 이 같은 노력들을 무시하는 처사이자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토익학원 전경 ⓒ스카이데일리
 
함 씨는 “기업 입장에서는 더 좋은 인재를 뽑고자 할 텐데 블라인드 채용을 하면 무슨 수로 그런 인재를 선별할 것이냐”며 “인재 선별을 위해 입사 지원에 필요한 다른 과정이 생기는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부작용이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강남역 인근 토익학원에서 만난 김진솔(21·여) 씨는 “요즘 취업이 어렵다해 일찌감치 취업준비를 하고자 방학을 이용해 토익학원을 다니고 있다”며 “취업이라는 것이 스펙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지만 ‘뭐라도 해야지’ 하는 심정으로 시간과 돈을 들여 노력하는데 블라인드 채용이 보편화되면 이런 노력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고 언급했다.
 
장민성(26·남) 씨는 “기업 입장에서는 블라인드 채용을 하더라도 자신들이 인재를 뽑기 위해 다른 제도를 만들 것이 뻔하지 않냐”면서 “그렇지 않아도 요즘 취업이 어려운데 자꾸 이상한 제도를 만들어서 힘 빠지게 안 했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표했다.
 
홍은솔(24·여) 씨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은 누구나 다 있는데 목표를 위해 노력한 사람들에 대한 어느 정도의 가산점은 필요하다고 본다”며 “스펙만으로 취업 성패가 좌지우지 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스펙 자체를 내세울 수 있는 기회마저 없애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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