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화 연료(Solid Refuse Fuel·이하 SRF)란 폐플라스틱·폐목재·폐고무 등 폐기물을 이용해 만들어진 연소용 연료를 뜻한다. SRF는 주로 화력발전의 연료로 활용된다. SRF열병합발전소에서 이를 연료로 열을 발생시켜 전기와 열을 생산한다. 쓰레기를 재활용해 연료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라고 평가받기도 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SRF열병합발전소가 들어오면 거기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질소화합물 등이 미세먼지 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반대 의견이 적지 않은 SRF열병합발전소가 충남도청이 이전하면서 개발된 내포신도시에 건설된다는 소식에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특히 신설 예정인 SRF열병합발전소 인근에 주택가와 학교가 공사 중인 것으로 알려져 더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충남 예산군 내포신도시에 위치한 SRF열병합발전소 건설 예정지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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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청남도 예산군 내포신도시에 건설 중인 SRF열병합발전소는 현재 16%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이 발전소는 건설 이후 액화 천연가스 78%, SRF 22%의 비율로 연료로 사용해 전기를 생산할 예정이다. SRF는 폐기물을 이용해 만들어진 연소로 화력발전 연료 중 미세먼지 발생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은 내포신도시 SRF열병합발전소 공사 현장 ⓒ스카이데일리
[충남 예산=이경엽 기자] 최근 충남 예산군 내포신도시 SRF열병합발전소 건립 문제를 둘러싼 각종 잡음이 무성하다.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하는 SRF열병합발전소가 화력발전소 중 미세먼지 발생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 여론이 높게 일고 있다. 심지어 주민 이탈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SRF열병합발전소 건립은 미세먼지 감축을 시도하는 국민 지지율 80%에 육박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방향과도 부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특히 거세다. 대기오염 문제가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로 인해 발전소 건립은 전 국민의 우려를 사는 이슈로 부상했다. 비난의 화살은 사업을 주도하는 롯데건설에도 전가되는 분위기다.
롯데그룹 주도 미세먼지·환경호르몬 발전소 건설에 국민 여론 들썩
충남 예산군과 홍성군 사이에 걸쳐 있는 내포신도시는 지난 2012년 충남도청 등이 기존의 대전광역시에서 이전해 오면서 형성된 신도시다. 내포신도시는 오는 2020년까지 약 10만명의 인구를 수용할 수 있도록 도시가 조성되고 있다. 작년 6월 인구 2만명을 넘었고 현재는 약 2만5000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포신도시 주민들과 인근 부동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최근 들어 내포신도시를 떠나겠다는 인구가 계속 늘고 있다. 홍성에서 30년 동안 거주했다는 내포경남부동산 관계자는 “내포신도시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며 “내포신도시를 빠져나가는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내포신도시에서 타 지역에 이사를 가려는 사람들에게 이주의 원인을 물어보면 SRF열병합발전소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며 “지금 내포 신도시 주민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SRF열병합발전소다”고 강조했다.
내포신도시의 SRF열병합발전소는 작년 10월 착공돼 오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건설이 진행 중이다. 이 발전소는 완공 후 액화천연가스(이하·LNG) 78%, 고형화연료(SRF) 22% 등을 각각 연료로 이용할 예정이다.
SRF열병합발전소를 운영하는 회사는 내포그린에너지다. 지난해 말 기준 내포그린에너지의 지분 25%는 롯데건설이 소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사모펀드인 제이엔티제일차 40%, 한국남부발전 25%, 삼호개발 10%, 삼호환경기술 10% 등이 각각 가지고 있다. 발전소 시공은 대주주인 롯데건설이 맡고 있다. 사실상 롯데그룹이 발전소 건립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스카이데일리는 SRF열병합발전소 건설현장을 직접 찾았다. SRF열병합발전소는 현재 뼈대를 세우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내포그린에너지 관계자에 따르면 SRF열병합발전소는 현재 16%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SRF열병합발전소 앞을 지나는 4차선 도로 건너편은 주택단지가 들어설 예정인 주거지역이었다. SRF열병합발전소와 주거지역과의 거리는 채 100m가 되지 않았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보성초등학교와 공사를 앞둔 건설이 예정된 덕산 중·고등학교와의 거리도 약 400m 남짓했다.
이에 주민은 물론 어린 학생까지 SRF열병합발전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세먼지와 환경호르몬 등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SRF열병합발전소의 원료가 되는 SRF는 연소 시 미세먼지 발생량이 타 연료에 비해 특히 많은 것이 특징이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SRF는 폐기물이라는 재료의 불확실성 탓에 LNG는 물론 석탄보다도 위해성이 높은 물질이다”며 “SRF열병합발전소가 주거지역과 인접해 있는 경우 주민 건강에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 SRF열병합발전소 건설현장은 학교 예정지에서 약 400m, 주택가에서 약 100m 떨어져 있을 정도로 거주지와 대단히 가까웠다. 사진은 덕산중·고등학교 예정지에서 바라본 발전소 건설현장과 주택가의 주택들 ⓒ스카이데일리
SRF열병합발전소의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모임인 ‘내포신도시 쓰레기발전소 반대위원회’(이하·반대위)에 따르면 SRF열병합발전소로 인해서 피해를 보는 인구는 약 3만명에 달한다. 현재 내포신도시에 입주한 인구 2만5000명에 내포신도시 외곽에 거주하는 주민 5000명을 합친 수치다. 대기오염 특유의 확산력을 감안하면 피해는 전국으로 확대된다.
SRF열병합발전소에 대한 주민들의 공포는 상당했다. 고종민 반대위 공동위원장은 “SRF를 태우는 과정에서 미세먼지와 다이옥신 등 환경호르몬 발생 가능성이 높다”며 “주민들의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내포신도시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장기운(75) 씨는 “처음에 충청남도에서 내포신도시를 홍보 할 때 용봉산과 금마천을 끼고 있는 ‘청정도시’라고 홍보를 했었다”며 “SRF열병합발전소가 들어선다는 말은 전혀 들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마치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며 “이따위 폐기물 발전소가 위치한 동네가 어딜 봐서 청정도시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SRF열병합발전소에서 약 200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건물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홍석준(34) 대표는 “원래 예산에서 살다가 작년 여름에 이 자리에 카페를 차리고 아내와 갓 돌이 지난 아들과 함께 이곳에 정착을 하게 됐다”며 “하지만 작년 겨울 쯤 SRF열병합발전소가 이곳에 들어선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우 황당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도시가 커져야 카페를 찾는 손님들도 늘어나고 카페도 살아나게 될 텐데 SRF열병합발전소가 들어선 이후로는 인구도 더 늘어나지 않고 이쪽으로 찾아오는 손님들의 발길도 줄어들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미세먼지, 환경호르몬 등 건강 악화 우려에 발전소 측 “문제 없다” 입장 고수
▲ 내포신도시 주민들 중 상당수는 SRF열병합발전소가 완공되면 미세먼지, 환경호르몬 등으로 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주민들은 타 지역으로 이사할 생각까지 가지고 있었다. 사진은 SRF열병합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플래카드 ⓒ스카이데일리
인근 지역은 물론 전국에 걸쳐 SRF열병합발전소 건립에 심각한 우려감을 나타내는 여론이 일고 있지만 정작 사업 주체인 내포그린에너지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환경 보호를 위한 각종 설비들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미세먼지, 환경호르몬 등의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내포그린에너지 사업지원팀 관계자는 “SRF를 발전에 활용하는 것은 자원 재활용의 새로운 대안으로 유럽 쪽에서는 보편화된 발전 방식이다”며 “SRF를 만드는 과정에서 유해성 쓰레기는 제거하는 공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법정 환경 기준은 물론 선진화된 유럽 쪽 기준보다 높은 환경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내포그린에너지 측의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순태 교수는 “매번 고형연료 수백톤이 들어올 텐데 모두 친환경 고형연료인지 일일이 확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현재 인근 주민들은 유해성이 높은 SRF 대신 미세먼지 발생량이 적은 LNG 등 다른 연료를 이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종민 반대위 위원장은 “내포신도시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전기와 난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발전소 건립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현재 78%로 정해진 LNG 사용량을 100%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내포그린에너지 측은 “100% LNG를 사용하게 되면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역 주민들과 내포신도시 측의 갈등의 골이 점차 깊어지자 결국 지자체가 중재에 나섰다. 원종철 충청남도 내포신도시기획과 주무관은 “내포신도시 주민들이 SRF열병합발전소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며 “현재 주민들의 입장을 청취하고 있는 과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달 안으로 정무부지사실 직속에 ‘내포상생협력기획단’을 설치해 이 문제를 전담해서 다루도록 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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