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방송인 예정화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한 사진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사진 속 예정화가 100년 넘은 매화 와룡매를 보호하는 울타리 속에서 꺾인 꽃가지를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매화 훼손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게 일었다. 예정화 소속사는 손에 들고 있던 꽃은 매화가 아닌 촬영용 소품 ‘벚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문화재를 보호하고 있는 울타리를 넘어서 인증사진을 찍었다는 점에서 도덕적 비난을 면치 못했다. 전문가들은 SNS 열풍에 힘입어 자신의 사진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행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따른 일종의 부작용으로 평가했다. 최근 들어 예정화의 사례처럼 무리한 사진 촬영으로 인한 각종 부작용이 끊이지 않고 있다. 타인에게 불편함을 주는 것은 물론 심지어 위험한 촬영을 시도하다가 목숨을 잃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타인에게 좀 더 주목받기 위한 과욕이 불러온 결과다. 스카이데일리가 최근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한 도를 넘은 사진 촬영 행위 실태와 이에 대한 여론의 반응을 직접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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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SNS, 온라인커뮤니티 등에 게재하려는 목적으로 다소 위험하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사진 촬영을 시도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심지어 위법 행위마저 서슴지 않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급부상했다. 사진은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에서 위험하게 인증사진을 찍는 모습 ⓒ스카이데일리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SNS), 온라인커뮤니티 등에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 이른바 ‘인증사진’을 게재하는 행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자기만족 또는 타인의 관심을 끌려는 목적에서 이뤄지는 인증사진 열풍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하지만 부작용이 만만치 않아 우려감을 나타내는 여론이 높게 일고 있다. 사진을 과정에서 도를 넘은 행태를 자행하는 이들이 적지 않아서다. 타인에게 불편을 주는 것은 물론 심지어 위험하게 사진을 찍다가 목숨을 잃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진 촬영 과정에서 도를 넘은 행위가 발생하는 이유는 ‘관심’ 때문이다. 타인과 다른 사진, 좀 더 나은 사진을 찍으려는 욕심을 부리다가 결국 무리수를 두게 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유명 SNS에 사람들의 호응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좋아요, 하트)이 존재하는 점은 이런 현상을 부추기는 요소로 지목됐다.
국내에서 많이 이용되는 SNS는 대표적으로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이 있다. 닐슨코리아 클릭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이들 SNS의 월간 이용자 수(MAU)는 카카오스토리 1259만명, 페이스북 996만2952명, 인스타그램 590만8094명, 트위터 171만6578명 등이다.
아찔한 장면 연출 사진 위해 목숨 걸고 ‘찰칵’…인증사진 찍다 사망하는 사례도
최근 들어 인증사진을 찍다가 자신은 물론 타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미 외국에서는 SNS에 올리기 위한 사진 혹은 동영상을 찍다가 사망하거나 크게 다치는 이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절경이 펼쳐져 있는 산 위에서 사진을 찍다가 추락하는 사건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 지난해 북한산에서는 사진을 찍다 한 남성이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북한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최대한 주의를 주고 있음에도 등산객들이 개방되지 않는 곳까지 무리하게 들어가는 일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사진은 다소 위험해 보이는 순간을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람들 [사진=인스타그램 캡쳐화면]
실제로 지난해 북한산에서 한 중년 남성이 바위 위에서 무리하게 사진을 찍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었다. 북한산 백운대, 사모바위 등은 아찔한 인증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소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이들이 늘면서 크고 작은 사건사고도 늘고 있다는 게 이곳 관계자의 설명이다.
북한산 국립공원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현수막을 걸어놓거나 직원들이 수시로 순찰하면서 감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증사진 촬영을 위해 위험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출입 금지라고 써놓고 막아놔도 무시하고 들어가는 등산객들이 태반이다”고 하소연했다.
‘추락주의’라는 경고 문구가 곳곳에 붙어있는 서울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도 아찔한 인증사진을 찍는 이들에게 각광받는 곳이다. 사진을 찍는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단어 앞에 ‘#’모양의 해시태그를 달기도 했다. 단어는 목숨샷, 목숨걸고 등의 아찔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해시태그는 특정 게시물의 분류와 검색을 용이하도록 하는 기능이다. 특정 단어 혹은 문구 앞에 해시기호(#)을 붙이는 방식으로 이용된다.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만난 시민들 역시 위험한 인증사진을 찍는데 대해 상당한 우려감을 표출했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을 찾은 임현정(40) 씨는 “아이들은 어른들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하기 마련이다”며 “위험해 보이는 자세로 사진을 찍어서 올리면 ‘관심받고 싶어서 저러나’ 싶은 생각밖에 안 든다”고 말했다.
도 넘은 인증사진은 자신 외에 타인에게까지 피해를 입힌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성이 더해졌다. 일례로 최근 들어 차도나 철로에서 사진을 찍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사진을 찍는 사람은 물론 운전자에게도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행위나 다름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찜질방·탈의실 등 민망한 장소에서의 자기만족 인증사진 “이대로 괜찮나”

▲ 찜질방·탈의실 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어 올리는 행위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혹시나 타인의 민망한 사진이 함께 촬영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당 사진을 본 사람들은 대부분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곤 한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찜질방에 붙어 있는 경고 문구(위쪽)와 인스타그램에 탈의실에서 찍은 인증사진을 올린 사람들 [사진=인스타그램 캡쳐화면]
공공장소에서 셀프카메라(스스로 찍는 사진, 이하·셀카)를 찍는 행위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사생활 침해 우려가 높은 찜질방, 탈의실 등에서 셀카를 찍는 행위는 사회적인 문제로 지목될 만큼 심각성을 띠고 있다. 지난 2015년 한 유명 워터파크 여성 탈의실에서 한 여성이 촬영한 동영상이 노출돼 큰 파장이 일기도 했다.
실제로 유명 SNS 검색창에 탈의실, 거울샷 등의 단어를 입력하면 해당 장소에서 찍은 사진들이 여러장 노출된다. 물론 대부분 주변에 사람이 없을 때 찍은 것이긴 하지만 자칫 알몸으로 지나가는 사람이 찍혔을 경우 큰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많은 편이다.
서울시내 한 찜질방에서 만난 류지연(30) 씨는 “알몸으로 지나다니는 데 주변에서 사진을 찍으면 얼른 몸부터 가리게 된다”며 “가끔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면 ‘왜 저러나’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법률전문가 등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 자신 외에 주변 인물들의 얼굴이 함께 나온 사진을 SNS에 올린 경우 초상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 이수정 변호사는 “주변 인물들의 얼굴도 함께 나온 사진을 SNS에 공표한 것은 초상권 침해 사례에서의 공표에 해당함은 의문이 없으나, 다른 사람의 얼굴이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사진이 찍혔는지에 따라 초상권 침해 사례에 해당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탈의실에서 다른 사람의 신체 부위 사진을 찍은 경우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약칭·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 따라 본죄의 성립이 문제될 수 있다”며 “실제로 처벌 사례도 매우 많은 실정이다”고 덧붙였다.
영화관 관람 인증사진 저작권 침해 가능성 높아…투표 인증사진 잘못하면 선거법 위반
▲ 영화관 관람 인증은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SNS 인증사진 중 하나다. 하지만 상영화면을 찍었다면 저작권법 침해 소지가 있다는 충분하다는 게 법률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사진은 인스타램에 영화관 관람 인증사진을 올린 사람들 [사진=인스타그램 캡쳐화면]
아무런 거리낌 없이 SNS에 올렸던 일상 사진이 위법 소지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인증사진은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지난 5월 배우 김래원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 영화관 관람 인증샷을 올린 것이 대표적인 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영화 상영 중 불법 촬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김래원 측은 공식적으로 “진심으로 뉘우치며 반성하고 있다”고 공식 사과했다. 실제로 영화관에서 인증사진을 찍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될 수 있지만 여전히 SNS에는 영화관람 인증사진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 블로거들 역시 영화관에서 상영 도중 촬영한 사진들로 ‘영화 리뷰’를 올려 저작권법 위반 논란에 휩싸이는 경우가 많다. 저작권법 ‘영상저작물 녹화 등의 금지’ 조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영상저작물을 상영 중인 영화상영관 등에서 지적재산권자의 허락 없이 녹화기기를 이용해 녹화하거나 공중송신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이 있다.
이수정 변호사는 “영화 상영 중이든 상영 후든 저작권자의 ‘복제권’, ‘공중송신권’ 등의 권리는 침해하는 내용의 사진을 찍어 올린다면 이는 저작권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SNS의 활성화로 ‘사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열정을 쏟고 있다”며 “다양한 창작물이 나올 수 있는 창구이고 소통의 장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초상권 내지 저작권을 침해하게 된다면 응당 합당한 민·형사상의 책임을 져야한다”고 경고했다.
선거철만 되면 등장하는 선거 인증사진 관련 선거법 위반 사례도 부작용 중 하나다. 투표소에서 인증사진을 잘못 찍었다간 선거법에 위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가수 2PM 멤버였던 황찬성은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린 투표인증 사진을 올렸다가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 황찬성이 나타낸 ‘V’자가 기호 2번을 가리킨다는 지적이 일었었다.
심리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무리하게 인증사진을 찍어 올리는 행위는 심리적 요인에 의한 경우가 많다. 타인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합리적인 판단력 흐리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간은 누구나 ‘자기과시욕’을 갖고 있다”며 “남이 못하는 것을 해내야 인정해 주는 수준도 높아지다 보니 인증사진을 찍는 것도 경쟁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평범한 사진으로는 호응을 이끌어 내기 힘들기 때문에 점점 더 위험하거나 자극적인 사진을 올리는 경향이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반응을 얻기 위해 더 자극적인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이들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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