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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이슈]-연예기획사의 과도한 상술(上-팬싸인회·공식팬클럽)

엑소·방탄·트와이스 짧은 만남 수백만원 ‘막장돈벌이’

기획사 선별 공식 팬클럽 지위 부여…팬들 간 박탈감 조성 비판

이슬비기자(mistyrain@skyedaily.com)

기사입력 2018-01-12 00: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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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젝스키스·핑클·SES 등 1세대 아이돌그룹이 탄생한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아이돌그룹이 음악·엔터테인먼트 등 관련업계의 주류로 부상하면서 관련 시장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2005년 1조8000억원이던 음악 산업규모는 2015년 4조8000억원으로 커졌다. 각 기획사들은 음원·음반 외에도 아이돌그룹을 중심으로 한 각종 상품·서비스 등을 선보이며 매출처를 다변화하는 추세다. 단적으로 아이돌 캐릭터상품 시장의 경우 2009년 5조3500억원이던 시장규모가 2016년 9조원으로 단기간 내 두 배 가량 성장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성장의 원동력을 ‘팬덤’(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러한 문화현상)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과도한 상술이 동원돼 어린 10대들을 포함한 팬들의 과도한 지출을 유도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연예기획사들의 지나친 상술을 둘러싼 실태와 논란을 두 편에 걸쳐 연속 보도한다.

▲일부 연예기획사들의 과도한 잇속 챙기기 행태가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팬사인회·팬미팅·공식팬클럽 등 팬들이 직접 스타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빌미로 문화 소비자들의 과소비를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공식팬클럽 가입, 앨범 구매 등을 행사 참여의 조건으로 걸고 있어 지나친 ‘상술’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빅뱅 지드래곤의 콘서트 현장 ⓒ스카이데일리
 
선망의 대상인 스타를 지근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무기로 연예기획사들이 어린 팬들의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팬사인회·팬미팅 등 관련 행사를 기획하는 단계서부터 공식팬클럽에 가입하거나 일정수준 이상의 소비를 한 팬들에 우선권을 주는 방식을 채택해 10·20대 팬들 간 과소비 경쟁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연예기획사들의 교묘한 상술을 두고 일각에서는 아이돌을 좋아하고 만나고 싶어 하는 간절한 마음 이른바 ‘팬심’(영어단어 Fan과 한자어 마음(心)의 합성어)을 지닌 청소년들을 상대로 아이돌 가수들을 인질삼아 과도한 잇속을 챙기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아 주목된다.
 
‘1분 남친’ 만나러 앨범 100장 구매…하늘의 별 따기 팬사인회 당첨
 
팬사인회는 아이돌과 팬이 가장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일반적으로 팬사인회는 해당 아이돌이 전속모델로 활동 중인 브랜드 행사로 열리거나 앨범활동과 함께 기획사 차원에서 서울 및 지방 등을 돌며 각 지역별로 개최된다.
 
기획사는 팬사인회를 앞두고 공식 팬카페 등에 공지한다. 공지 내용을 살펴보면 특정 음반 구매처에서 앨범을 구매하면 응모기회가 주어진다고 명시돼 있다. 보통 앨범 한 장당 1회의 응모기회가 주어진다. 자연히 음반을 많이 살수록 당첨 가능성이 높아지는 구조다.
 
당첨인원은 팬사인회 한 회당 100명 안팎이다. 팬이 적은 신인그룹의 경우 한 장의 앨범구매가 당첨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엑소·방탄소년단·트와이스 등 인기 그룹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경쟁이 높아지는 만큼 음반 50장·100장 혹은 그 이상씩 대량구매하는 팬들이 생겨난다.
 
음반의 경우 내용물에 따라 가격대가 상이하지만 일반적으로 1만3000원에서 2만원 사이에 판매되고 있다. 100장을 구매할 경우 130만원에서 200만원 상당의 돈을 쏟아 붓는 셈인데 이마저도 추첨을 통해 선발되기 때문에 팬사인회 참가여부는 미지수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팬사인회 참가 자격을 부여받더라도 스타와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분 남짓이다. 이 짧은 만남의 기회에 팬들이 혈안인 이유는 대부분의 팬사인회 현장에서 스타와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팬사인회 현장의 모습은 이렇다. 기획사 스텝의 지시에 따라 1번부터 100번까지 당첨 순번대로 가수석으로 올라간다. 길게 늘어진 테이블을 따라 옆으로 조금씩 자리를 옮기며 구매한 앨범과 해당 멤버의 사진이 있는 페이지 등에 사인을 받으며 대략 1분간 대화할 수 있다. 
 
▲팬들이 스타를 직접 눈앞에서 만날 수 있는 팬사인회 참석은 팬들 사이에서 ‘하늘의 별따기’처럼 여겨진다. 팬사인회 참여티켓은 추첨을 통해 제공되며 일반적으로 앨범 한 장 당 팬사인회 응모기회 1회가 주어진다. 때문에 일부 팬들은 추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100장 이상의 앨범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린 데이식스 콘서트 현장 ⓒ스카이데일리
 
짧은 대화를 위해 팬들은 머리띠·스티커·과자 등의 선물과 질문이 적힌 메모지를 준비하기도 한다. 아이돌은 팬 앞에서 직접 선물을 착용하거나 먹기도 하고, 메모지에 답변을 적는다. 다음 순번의 팬이 오기까지 대기하느라 사인하고 있지 않은 시간에도 아이돌은 마이크를 잡고 대기석의 팬과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현장 상황은 팬사인회에 참석한 팬들에 의해 그렇지 못한 팬들에게 공유된다. ‘대포카메라’로 불리는 전문 디지털 카메라로 아이돌의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페이지 등에 게재하는 ‘홈마스터’들은 사진 미리보기를 올린다. 일반 팬들도 SNS를 통해 가수가 방금 한 말을 생중계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팬사인회에서 아이돌과의 친근감을 형성한 팬들은 다음 팬사인회도 참석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다. 현장에 가지 못한 팬들은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해당 친근감을 느끼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팬들이 간절한 마음에 무리하게라도 앨범을 수십 장씩 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기획사가 선별하는 ‘공식 팬’ 인증…박탈감 조성 논란
 
기획사가 정식으로 운영하는 공식 팬클럽은 보통 아이돌그룹의 데뷔 시점에 창설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인지도가 높아지고 팬층이 두터워지면 공식 팬클럽 회원 1기를 모집하는 게 일반적이다. 창설된 팬클럽은 대개 1년 주기로 새로 모집하기 때문에 기수 문화가 만들어진다. 가입비는 일반적으로 2만원에서 3만원대다.
 
일례로 2015년에 데뷔한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밴드그룹 데이식스는 오는 25일 공식 팬클럽 ‘마이데이’ 1기를 모집한다.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를 통해 진행되며 가입비는 2만원이다. 공식 팬클럽 회원이 될 경우 비공식 팬들에 비해 가수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기획사는 팬클럽 모집 공고를 띄우며 가입 혜택을 제시한다. △회원 굿즈(GOODS·상품) 제공 △팬미팅·콘서트 티켓 우선예매 기회 △공개음악방송 우선입장 등이 대표적이다. 공식 팬클럽 가입을 마치면 며칠 안에 기획사로부터 회원임을 인증하는 카드 등의 굿즈를 받게 된다.
 
공식 팬클럽 가입 시 팬미팅·콘서트 예매 시 치열한 티켓 예매 부담을 완화하는 사전예매도 가능하다. 이는 일반예매와 시간차를 두고 진행된다. 일례로 플레디스 소속 세븐틴은 내달 2일부터 3일까지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팬미팅 ‘세븐틴 인 캐럿랜드’의 티켓을 이달 멜론티켓에서 오픈했다. 지난 3일에는 선예매가 열려 전석 3만3000원, 5일에는 일반예매로 전석 5만5000원에 판매했다. 선예매 시 더 저렴하게 구입 가능하기도 하다.
 
▲연예기획사는 각종 혜택들을 통해 공식팬클럽 가입을 유도하기도 한다. 공식 팬클럽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보통 2~3만원의 가입비를 지불해야 한다. 팬클럽 회원에게는 콘서트·팬미팅 티켓 선예매와 공개방송 입장 우선순위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사진은 워너원 팬클럽 모집 공고(위쪽)와 세븐틴 팬미팅 티켓 예매 공고 [사진=워너원 공식 인스타그램, 멜론티켓]
 
SBS 인기가요·KBS 뮤직뱅크 등의 공중파 음악방송의 공개방송에 참관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우선입장이 가능하다. 기획사가 공식 팬카페 등에 참관 모집 공고를 게재하고 팬들은 댓글을 다는 방식 등으로 이를 신청할 수 있다. 이 때 공식 팬클럽 회원들은 모집 1순위 대상이다.
 
김진형(25·여) 씨는 트와이스의 공식 팬클럽 ‘원스’의 1기 회원이다. 그는 “가입비 2만원도 나쁘지 않았고 가입 굿즈를 준다고 해서 가입했다”며 “수도권에 살아서 각종 행사 등에 갈 기회가 많거나 가수를 직접 만나고자 하는 팬이라면 공식팬클럽에 가입하는 게 훨씬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팬클럽에 가입하면 각종 기회의 우선순위에 배치되는 점은 만족하지만 팬사인회 시스템은 확실히 기획사의 상술이라고 느껴진다”며 “앨범을 많이 살수록 갈 확률이 높아지는 시스템이 팬들이 기를 쓰고 앨범을 사도록 부추기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소속사가 자연스레 ‘돈을 쓰는 활동’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진정한 팬으로서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위해 돈을 쓰는 것은 그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양분되는 대목이지만 팬심을 빌미로 수익창출에 열을 올리는 기획사를 향한 비판만은 꾸준히 지적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획사의 교묘한 상술은 아이돌의 인기를 상징하는 ‘유형(有形)적’ 존재인 음반 판매량이 과거에 비해 줄어든 데서 기인한다고 분석한다. 팬들이 더 이상 음반 소장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팬들은 앨범 자체를 소장하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자신이 응원하는 아이돌이 ‘초도물량 완판’ 등의 각종 타이틀을 얻었으면 하는 등의 부가적인 것에 더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를 아는 기획사들은 예년에 비해 줄어든 음반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팬사인회 응모 시스템 등을 채택했고 이러한 마케팅은 엔터테인먼트 산업 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기획사가 갓 데뷔한 아이돌의 팬덤을 유입시키는 역할을 한다면 해당 팬덤이 유지되고 커지는 ‘2차 성장’은 팬들의 몫이다”며 “팬들도 본인의 아이돌을 대형 가수로 키우고 싶은 마음과 기획사의 수익구조 논리를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를 이해하더라도 팬 입장에서 100장씩 사고 말도록 만드는 팬사인회 시스템 등이 상술로 느껴지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고 덧붙였다.
 
[이슬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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