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에 위치한 ‘행복로 상권’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 대표적인 상권으로 평가된다. 인근에 들어선 신세계백화점에 맞서 행복로 상권만의 차별화된 상품과 가격으로 경기동북부 일대 젊은 층의 발길을 유도하고 있다. 의정부시의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한 활발한 지원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행복로 상권’이 포함된 의정부역 제일시장 일대 상권에는 현재 약 2400개 점포가 들어서 있다. 지난 1986년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 개통을 계기로 신흥 역세권 상권으로 부상한 제일시장 상권은 상점시설물의 현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의정부시 중심 상권으로 발돋움 했다. 이후 로데오거리(2006년), 녹색거리(2007년) 등 테마거리가 조성되면서 의정부시는 물론 양주·동두천·포천 경기 동북부지역을 아우르는 광역상권으로 성장했다.
위기가 곧 기회…유통공룡 신세계에 맞선 차별화된 상품과 영업전략 ‘적중’
‘행복로 상권’은 제일시장 상권 내에서 가장 최근 현대화 된 거리로 조성한 곳이다. 지난 2009년 의정부시는 이곳을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한데 이어 행복로에 실개천, 연못, 분수대. 금강송 등이 어우러진 도심 속 자연공간을 조성했다. 프랑스 파리의 카페거리와 같은 현대화된 모습으로 만들자는 취지였다.
의정부시는 2014년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상권 활성화 전국시범구역으로 선정된 데 이어 ‘의정부시상권활성화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의정부 역사와 행복로를 지하상가를 통해 연결시켜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접근이 용이하도록 했다. 이전에는 의정부 역사에서 대로변을 거쳐 횡단보도를 건너야만 행복로 상권에 들어설 수 있었다.
지난 2012년 의정부 역사와 곧장 연결된 신세계백화점이 문을 열고 의정부역 인근 신시가지 상권이 형성됨에 따라 행복로 상권을 찾는 인구의 감소가 예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행복로 상권만의 차별화 전략을 펼쳐 젊은층의 발길을 잡는 데 성공했다는 게 인근 부동산의 설명이다.
P부동산 관계자는 “의정부역을 중심으로 직선거리 1km 이내에 새로운 상권이 두 곳이나 생겨나 고객들의 분산이 불가피 했었다”며 “하지만 신시가지의 경우 유흥업종이 주를 이뤄 상대적으로 높은 연령층의 유동인구가 많고 백화점은 가족 단위 쇼핑객이나 대형 브랜드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주를 이루면서 젊은층 중심으로 행복로 상권의 차별화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행복로 상권 내에는 10·20대 연령층을 타깃으로 한 저렴한 가격의 의류매장이 주를 이룬다. 또 젊은 감각의 음식점과 주점들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소상공인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행복로 인근 하루 유동인구(2017년 10월 SK텔레콤 통화이용자 기준) 중 20대가 9051명, 10대가 4170명 등이었다. 젊은층의 하루 유동인구가 1만3221명에 달하는 셈이다.
의류매장의 매출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5월과 10월 행복로 인근 의류매장들의 월 매출을 비교해 보면 △일반의류 5288→6292만원 △여성의류 4657→7874만원 △남성의류 1095→3527만원 등으로 각각 나타났다.
행복로를 찾은 윤민주(20·여) 씨는 “의류매장이나 먹거리 등이 많아 10대 때부터 친구들과 함께 이곳 상권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꼭 왔다”면서 “신시가지에는 친구들끼리 쇼핑하거나 놀 곳이 없고 백화점의 경우 부모님과 함께 가지 않는 이상 가격이 비싸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의류매장에서 쇼핑을 즐기던 이수민(25·남) 씨는 “의정부시에 살면서 데이트 장소로 갈 만한 곳이 이곳 밖에 없다”며 “아예 서울로 나가지 않는 이상 행복로 인근에서 쇼핑도 하고 먹거리, 즐길 거리 등을 주로 찾는 편이다”고 전했다.
경기북부 젊은이들의 메카…시민들 휴식 공간으로도 인기 만점
행복로 상권 내에 자연미를 강조한 휴식 공간이 조성된 것 역시 유동인구를 끌어들이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 행복로 메인 거리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김지영(가명·여) 씨는 “거리에 나무가 심어지고 벤치가 설치돼 있어 시민들이 도심 산책을 다니곤 한다”며 “특히 여름에는 분수대가 작동하고 인공 실개천에 물이 흐르는 등 산책하기에 더욱 좋은 거리로 바뀌게 되기 때문에 유동인구가 더윽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행복로 상권은 태조이성계상(像)이 설치된 거리 초입에서부터 평화로542번·태평로89번길이 만나는 ‘GS25의정중앙로점’까지의 약 180m 거리가 A급 상권으로 분류된다. A급 상권 끝에서부터 행복로 시민광장까지의 약 120m 거리는 B급 상권이다. 행복로 끝 지점인 파발 교차로 방향으로 갈수록 입지 조건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A급 상권에는 대형 브랜드의 패스트푸드·뷰티매장, 중저가 브랜드 의류매장, 게임장 등 젊은 층을 겨냥한 업종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B부동산 관계자는 “신세계백화점이 들어선 후 이곳에 중저가 브랜드 의류매장 등이 많이 들어왔다”며 “비싼 임대료 탓에 개인이 운영하는 보세의류보다는 본사 직영 브랜드 의류매장들이 대다수다”고 설명했다 이어 “행복로 메인 거리에는 임대 가능한 점포를 찾기 힘들지만 행복로와 접한 골목길의 경우 임대를 내놓은 점포들이 더러 있다”고 전했다.
인근 상인들과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행복로 상권 점포의 3.3㎡(평)당 월 임대료는 A급이 50~70만원선, B급이 15~20만원선 등이다. 보증금과 권리금은 매장 위치와 크기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최근 이곳 임대료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곳 중저가 브랜드 의류매장 관계자들은 자신들만의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 단골고객 공략 등 차별화 된 영업방식으로 꾸준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의류매장인 데일리(Daily)의 박미라(43·여) 실장은 “의정부 행복로 상권은 산책로로 여겨질 만큼 잘 조성돼 있어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며 “기대했던 매출에 비해 80% 정도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20·30대 여성복을 판매하는 의류매장 루트(Root)의 김지연(가명·여) 매니저는 “이곳을 오는 손님 가운데 절반 정도는 단골이다”면서 “1년 8개월 동안 근무하면서 손님이 특별히 줄었다고 할 만한 시기는 없을 정도로 매출이 꾸준한 편이다”고 전했다.
문을 연지 2개월째인 큰옷매장 오까네(OKKANE)는 행복로 이면 골목길에 위치해 있다. ‘M사이즈부터 5XL까지, 모든 사이즈에 도전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 걸고 있다.
오까네 매니저 맹승호(39·남) 씨는 “오까네는 인터넷 쇼핑몰과 함께 다른 지역에서도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브랜드다”며 “오까네를 아는 손님들이 의정부에도 오픈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문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맹 씨가 밝힌 하루 매출은 약 100만원이며 하루 최대 300만원까지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30대 이상의 여성을 주요 타깃으로 삼은 매장도 있다. 문을 연 지 한 달 된 여성복 매장 ‘나나(nana)’의 고희원(35·여) 사장은 한 달 전 B급 상권 끝자락에 매장 문을 열었다.
고 사장은 “의정부시에 쭉 살면서 30대 이상의 여성들이 찾아갈 만한 의류매장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많아 오픈하게 됐다”며 “신세계백화점 세일 기간 중에 오픈 했는데도 하루 매출이 100만원 가까이 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을 두지 않고 혼자 운영하고 있어 수익도 괜찮은 편이다”고 덧붙였다.
행복로와 접한 대로변인 평화로에는 의류매장과 함께 음식점·주점 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음식점·주점의 고객 연령층은 다양하다. 평일과 주말 매출의 격차가 큰 편이기도 하다.
2016년 말 오픈한 맛나슈퍼는 건물 2층에 위치해 있다. 복고풍 포장마차 콘셉트인 이 주점은 20대 젊은 층을 주요 타깃으로 하고 있다. 이전에 영업했던 호프집의 단골손님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맛나슈퍼 염정우(34·남) 사장은 “처음 문을 열고 몇 달 뒤 생각해 보니 월 매출이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상황이 꾸준히 나아져 지금은 월 매출이 대략 4000만원 정도 나온다”며 “평일과 달리 주말에는 약 20개 테이블이 4, 5회전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성은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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