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위치한 ‘천호동 로데오거리’(이하·로데오거리) 상권에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기존에 자리를 지켰던 의류 매장들이 하나 둘 자취를 감추면서 상권이 점차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인근 지역에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대형 복합 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이 생겨난 게 결정적 이유로 지목됐다.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과거부터 천호동은 유동인구가 많기로 유명한 지역이었다. 지명인 ‘천호동’ 자체가 ‘1000호(千戶)의 가구가 있다’는 말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다. 많은 유동인구를 바탕으로 서울 동남부 지역의 대표상권으로 발돋움한 천호동은 인근 경기 하남·광주·구리시의 인구 증가에 힘입어 상권이 더욱 활성화 됐다.
특히 지하철 5·8호선 천호역 5번 출구 방면으로 넓게 펼쳐진 로데오거리는 서울 동남부에서 가장 큰 역세권 상권으로 알려졌다. 천호동의 대표 상권이기도 한 로데오거리는 인근 천호시장을 비롯해 현대백화점, 이마트 등이 들어서면서 더욱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최근 인근 지역에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면서 유동인구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
서울 동남부 지역 최대 상권 ‘천호동 로데오’…정용진 골목야욕에 옛 명성 자취 감춰
로데오거리를 찾는 주 연령층은 10대부터 30대까의 젊은층이다. 소상공인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로데오거리의 연령대별 유동인구 중 10~30대 비중은 전체의 44.1%에 달했다. 로데오거리의 특성 상 이곳 점포 중에는 의류매장이 비교적 많은 편이다. 의류매장은 과거에 비해 그 숫자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주로 건물 1층에 자리하고 있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로데오거리 내 1층 상점은 대부분 10평 안팎의 규모다. 식당이나 카페가 들어서기엔 비교적 작은 규모로 평가된다. 주방 공간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로데오거리 내 건물 1층 매장 대부분이 의류매장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곳 1층 매장의 경우 10평 기준 월 임대료 400만원, 권리금은 1억원 안팎이다. 보증금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로데오거리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유동인구가 크게 줄면서 이곳을 대표하던 의류매장이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곳 의류매장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주변 지역에 새롭게 생겨난 대형 쇼핑몰로 옮겨진 탓이다. 특히 하남시에 신세계그룹 대형 쇼핑몰 ‘스타필드’가 들어서면서 이러한 현상이 가속화됐다.
소상공인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로데오거리 내 유동인구는 지난 2016년 10월 7만2786명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10월 6만4952명을 나타냈다. 업종별 매출 변화도 두드러졌다. 일반의류의 경우 지난해 4월 매장 한 곳당 월 평균 2317만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같은해 9월에는 1533만원까지 떨어졌다.
현재 로데오거리 의류매장들은 ‘현금가 1만원’ 등의 가격표를 앞세워 젊은층의 발길을 유도하고 있지만 유동인구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 대해서는 마땅히 방법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류매장의 감소세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10년 간 로데오거리에서 스포츠브랜드 매장을 운영한 김진숙(가명·여) 씨는 다음 달 안으로 매장을 접을 계획이다. 이미 ‘총 폐업’ 플래카드를 매장 앞 통유리 전면에 내걸고 신상품을 포함해 제품별로 30~80% 정리 세일에 들어갔다. 제품에 따라 10% 추가 할인도 실시 중이다.
김 씨는 “다음 달까지만 영업할 계획이다”며 “영업이 안 되도 이렇게 안 된 적이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하남시에 스타필드가 생겨난 시점부터 매출이 급격히 하락한 것 같다”면서 “로데오거리 일대에 의류매장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영업의 어려움으로 자영업 대신 본사 직영점을 운영하는 상인도 있었다. 미스 펌킨(miss pumpkin)의 점주 이미영(가명·여) 씨는 과거 로데오거리 옆 골목길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해 오다 약 2년 전부터 로데오거리 메인 상권에 본사 직영 매장 문을 열었다.
이 씨는 “얼마 전까지 골목길에 위치한 6.5평 개인 매장을 직접 운영했었다”며 “유동인구가 줄면서 매출이 줄었고 결국엔 본사 직영 매장을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사에서 관리를 하고 영업을 신경 쓰니 차라리 편한 마음이 든다”고 덧붙였다.
상권분석가인 박균우 두레비즈니스 대표는 “로데오거리의 변화는 ‘스타필드 하남’의 등장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로데오거리의 유동인구의 분산이 지속적으로 일어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라지는 의류매장 속 풍부한 유동인구 기반 선방하는 서민식당들
그나마 식당은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 인근 주민들을 상대로 꾸준히 매출을 올리는 곳들이 대부분이었다. 젊은층을 위한 저렴한 메뉴를 앞세운 점포들은 영업 상황이 타 지역보다 양호한 편이었다.
일례로 한 자리에서 7년 동안 영업해 온 유가네 닭갈비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손님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가네 닭갈비 매장에서는 손님이 자주 찾는 시기를 학생들의 방학 여부를 기준으로 한다.
이곳 관계자인 양모 씨는 “학생들이 방학하는 시기를 기준으로 28개 테이블이 평일 3, 4회전을 한다”면서 “방학 시기에는 오전에 10~20대까지 젊은 층들이 주로 찾아오고 오후 시간대에는 20~30대 연령층의 손님들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로데오거리 메인 길에 위치해 건물 2·3층에서 영업을 하는 THE떡볶이도 10년 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곳 점주 민병을(40·남) 씨는 지난 2006년 처음 문을 연 후 6년여 전에는 리모델링도 시도했다. 당시 월 매출은 4000만원에 육박했으나 현재는 약 1500~2000만원 선이다. 메뉴 단가는 2인분 기준 1만2000원이다. 민 씨는 “이곳은 이제 지역상권에 가까운 성격을 띄고 있다”고 주장했다.
‘와플대학’은 로데오거리 메인 도로 건물 1층에 자리하고 있다. 손님들의 주연령층은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이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와플의 가격은 1500원에서 3000원대까지 다양한 편이다.
먹자골목에 위치한 다리미삼겹살은 약 2년 전 문을 열었다. 이곳은 천연재료를 가미해 육즙을 살린다고 강조하며 ‘웻에이징(Wet Aging)’이란 문구를 내세우고 있다. 2만원대의 2인분 세트메뉴가 주력 메뉴다.
약 2년 전 ‘다리미삼겹살’을 오픈한 점주 이재용(47·남) 씨는 “이곳에 문을 열기 전 건대·대학로·중랑구 사가정 상권 등을 알아봤지만 임대료가 높거나 마음에 들지 않아 이곳을 택하게 됐다”며 “아직까진 영업 상황이 양호한 편이다”고 말했다. 현재 이곳은 10개의 테이블이 평일 2~3회전, 주말 3~5회전을 한다고 한다.
다리미삼겹살 인근에 위치한 고기집 ‘손문열탄불’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손님들의 발길을 유도하고 있다. 1인분 기준 고기류의 평균가격은 7500원이다. 이곳 매니저 손상진(34·남) 씨는 “5년 전 오픈한 이곳의 주고객층은 20~30대다”며 “20개 테이블이 주말에는 총 3번 가량 회전한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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