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포천시 영북면 산정리에 위치한 산정호수는 병풍과 같은 웅장한 명성산을 중심으로 호수 양 옆에 망봉산과 망무봉을 끼고 있는 호수다. 포천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산속의 우물과 같은 맑은 호수’라 해서 산정호수라 불리고 있다. 이곳에서 직선거리로 약 2.7km 떨어진 곳에 승진훈련장이 위치해 있다. 승진훈련장은 대대급 전차포 사격 훈련과 전투기 등에 의한 폭격 훈련을 동시에 실시하는 국내에 몇 안 되는 공·지 합동 훈련장이다. 최근 승진훈련장 인근 마을에서 기존에 없던 잡음이 새어나와 여론의 이목을 집중 시키고 있다. 일부 주민들이 승진훈련장에서 실시되는 사격훈련으로 인한 소음피해를 호소하며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또 다른 주민들은 이미 보상을 받은 상황에서 또 돈을 요구하는 것은 국가안보를 인질삼아 배를 불리려는 것과 다름없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자체가 한 쪽의 입장만을 듣고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주민 간 갈등을 지자체가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승진훈련장 소음피해 관련 보상 문제를 둘러싼 찬·반 갈등과 이에 대한 주변의 반응 등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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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포천=이경엽 기자] 국가 안보와 직결된 중대 사안이 경제·정치 논리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사례가 포착돼 여론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경기도 포천시 산정면에 위치한 ‘승진훈련장’ 인근 소음피해 문제를 둘러싼 이야기다. 소음피해를 호소하는 주민과 이미 보상을 받은 상태라는 주민들의 주장이 팽팽히 엇갈리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한 쪽의 입장에 치우친 태도를 보여 논란은 더해지는 분위기다.
‘승진훈련장’은 5군단 휘하에 있는 폭격 훈련장이다. 지난 1952년 7월 미군 훈련장으로 개장됐지만 지난 1973년 5군단이 인수해 3군 예하부대의 사격 훈련장으로 변모했다. 한국군에 인수된 이후로만 따져도 4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승진훈련장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전·현직 모든 대통령 들이 참관한 아래 대규모 공지합동훈련을 실시돼 왔다. 특히 국내에 위치한 거의 유일한 공지 합동훈련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승진훈련장은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공군과 육군이 동일하게 화력 훈련을 할 수 있는 훈련장이라고 보면 된다”며 “만약 승진훈련장을 폐쇄하거나 이전하는 경우 국군은 전력에 있어서 매우 큰 타격을 입게 된다”고 말했다.
“승진훈련장 소음피해 보상해 달라” vs “보상금 받아 놓고 또 달라는 건 너무해”
스카이데일리는 직접 포천시 영북면 산정리 인근에 위치한 승진훈련장을 찾았다. 승진훈련장으로 올라가는 도로 왼편에는 이주자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마련된 집들이 늘어서 있었다. 승진훈련장 위병소 앞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는 19가구 가량이 거주하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대부분 화전민으로 지난 2006년 승진훈련장의 대규모 확장 당시 지금의 위치로 이전해왔다.
이날은 훈련이 없는 날이었는지 마을은 매우 조용 했다. 이곳 주민들은 훈련이 있는 날에는 상황이 달라진다고 입을 모았다. 훈련장에서 들리는 폭격소리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피해를 겪고 있다고 주장이었다.
마을주민 김한설(76·여·가명)씨는 “훈련을 한번 하면 집 앞으로 탱크 지나가는 소리와 폭탄이 터지는 소리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며 “돈이 없어서 어디로 이사를 가고 싶어도 이사를 갈 수 없는 형편이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곳 마을을 벗어나자 전혀 다른 주장이 나왔다. 승진훈련장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위병소 앞 마을 주민들의 주장이 가당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미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서 이사를 했으면서도 또 다시 지원을 바란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오히려 승진훈련장 덕분에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포천시 산정면에 거주하는 김산영(58·남) 씨는 “일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승진 훈련소 일대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소음 피해 등으로 인한 보상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인근 주민들은 과거 승진훈련장 확장 당시 한 가구당 최소 2000만원에서 최대 1억2000만원 정도의 보상금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 주민들은 일부 농민들은 제외하고는 승진훈련장에서 나오는 탄피 등 폐기물을 주워서 판매해서 생계를 유지해 왔다”며 “당장 나만 해도 학창 시절 소년단에서 활동하면서 훈련장 내부의 민간인 출입을 통제하는 일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승진훈련장 일대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포탄이 떨어지자마자 탄피를 주우려 들어가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고 증언했다.
승진훈련장 위병소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윤한식(75·남)씨는 “승진 훈련장이 확장하면서 위병소 바로 밖으로 이사를 하게 됐다”며 “정부에서 집지을 토대를 마련해주기도 했고 집을 지을 보상비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주민 해결책 고민하는 포천시…“국가 안보는 정치·경제적으로 이용하면 안 돼”
주목되는 사실은 승진훈련장 소음피해 관련 보상금 문제를 두고 주민들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한 쪽의 입장에만 치우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포천시와 포천시의회는 승진훈련장 소음피해와 관련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라는 입장이다.
박부근 포천시 창의산업과 주무관은 “승진훈련장 주변의 주민들이 소음 피해 등으로 우리 시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것을 사실이다”며 “현재는 주민들의 민원 제안을 받아들여서 해결책을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국가 안보와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시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현재는 비슷한 소음피해 문제를 겪고 있는 철원시 측과 힘을 모아서 국방부 측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원호 포천시의회 의원은 “승진훈련장이 우리 지역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민원을 많이 받고 있는 중이다”며 “실제로 소음 피해 등으로 인해 피해를 많이 받고 있는 중이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격훈련을 위해 훈련장이 필요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며 “현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승진훈련장 소음피해 주장 자체를 부정하는 주민들은 시와 시의회 대처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쪽의 이야기만 듣고 대책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일부 주민들은 시와 시의회가 오히려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반응도 보였다.
김남현(67·남)씨는 “승진훈련장을 이용해서 한창 밥벌이를 하고 정부로부터 보상금까지 다 받아서 이사까지 한 사람들이 이제 와서 소음피해를 주장하는 데 거기에 동조하는 시와 시의회의 반응이 더욱 황당하다”며 “소음이 싫었으면 보상금을 받고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이사했으면 됐을 것을 왜 그 훈련장 근처에 눌러 앉아서 이제 와서 난리고 거기에 동조하는 시와 시의회는 뭐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폭격 훈련이라는 것이 매일 있는 것도 아니고 한 달에 많이 있어 봐야 한 두 번 밖에 되지 않는다”며 “그것을 빌미로 국가 안보와 직결된 문제를 경제·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태도는 분명 잘못되도 한 참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승진훈련장은 국가안보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훈련장이기 때문에 일부 주민들의 피해를 이유로 훈련 횟수를 줄이거나 훈련 규모를 줄이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이제 와서 훈련장을 이전 한다고 해도 이만한 규모의 훈련장 부지를 새로 찾는 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익명은 요구한 한 군사 전문가는 “국방부에서 보상을 안 해줬다면 모르는데 다 해주고 이사까지 시켜줬다는 나온 상태다”며 “현재 추가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이에 대해 시와 시의회가 동조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경엽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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