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지는 미세먼지 발생지가 ‘중국’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미온적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특히 정부와 지자체가 선보이는 미세먼지 저감대책 대부분이 국내 발생요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은 비판 여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미세먼지는 1급 발암물질로 기관지를 거쳐 폐에 흡착해 호흡기 질환 등을 일으킨다. 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는 혈관으로도 흡수돼 뇌졸중·심장질환 등을 일으킨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대로라면 오는 2060년 우리나라의 대기오염 조기사망자는 100만명 당 1109명을 기록해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국민목숨 위협하는 주범 따로 있는데…애꿎은 국민 왜 쥐어짜나”
그동안 미세먼지 원인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분분했지만 최근에는 주된 원인으로 ‘중국’을 지목하는 연구결과가 여럿 등장하고 있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올 네 번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지난달 22일부터 27일까지 대기질을 분석한 결과, 중국의 영향이 최대 69%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처음으로 중국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인정한 사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우리 국민들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례로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2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도입된 후부터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초미세먼지 농도 나쁨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되면 발령되는 데 이 경우 행정·공공기관에서 차량 2부제가 실시되고 공공기관 주차장이 폐쇄된다.
주목되는 점은 차량 2부제를 일반에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는 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월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 시 차량 의무 2부제를 서울시장 특별명령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 개정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언급해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당시 대다수 시민들은 미세먼지 발생의 주된 요인이 중국에 있는데 애꿎은 시민들만 쥐어짜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임현경(여·가명·35) 씨는 “싱글맘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매일 아침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하고 퇴근해 아이를 찾아야 해 자가용 이용이 필수적이다”며 “차량 2부제가 강제될 경우 훨씬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아이와 함께 어린이집을 방문했다 직장에 가라는 말인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다”고 꼬집었다.
무상 대중교통 정책도 차량 2부제와 비슷한 사례로 지목된다. 앞서 서울시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무상 대중교통 정책을 도입했다가 시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폐지했다. 내부적인 요인보다 외재적인 요인이 큰 상황에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추진된 사업들이 죄다 시민부담으로 돌아간다는 게 시민들의 지적이었다. 직장인 김영학(31·남) 씨는 “대중교통 무료정책은 미세먼지 저감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 일회성·선심성 정책이었다”고 꼬집었다.
시민들의 부담과 노력만을 강조하는 정책들이 난무하면서 사태의 진앙지인 중국을 향해 어떠한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불만 여론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제소송을 통해서라도 중국에 미세먼지 관련 보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해당 게시물은 약 3주 만에 25만명의 공감을 얻었다.
워킹맘 박정현(여·36) 씨는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연일 미세먼지가 심각하다는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이민 가고 싶을 정도로 속상하다”면서 “말도 안 되는 얘기겠지만 중국에 비용을 청구해 국민들 마스크라도 하나씩 사야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김가경(여·65) 씨는 “미세먼지로 인해 마스크·공기청정기 등을 구입하느라 경제 부담이 커지고 있다”면서 “원인을 제공한 중국과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지길 소망한다”고 언급했다. 직장인 박정언(남·28) 씨는 “언론에서 미세먼지의 원인이 중국에 있다는 보도는 많이 봤지만 중국이 책임진다는 보도는 접하지 못했다”며 “중국 정부에 환경피해보상을 청구하고 양국 공동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세먼지 주범 중국 앞에서 작아지는 정부…국회 “청와대 직속 특위 조직 신설 필요”
미세먼지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자 정치권에서도 중국과의 협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협력의 방식에 대해선 다소 이견이 있었으나 중국에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는 여·야 모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중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은 “국민이 제일 불안해하는 것이 아무리 앞마당을 쓸어도 중국에서 날아오는 먼지가 심각하다는 것이다”며 “환경부·외교부 같은 단독 부처가 아니라 청와대(대통령)이 직접 컨트롤타워가 되는 직속 특위 수준의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은 “정부가 미세먼지 해결에 있어서 중국에 너무 저자세인 것 같다”며 “지금 중국이 유발 요인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지, 혹은 책임을 피하려고 하는 것 아닌지 등을 파악하고 우리가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관련 자료를 보면 중국발 오염물질이 유입돼서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졌다고 증명됐다”며 “공격적인 자세로 달려들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한반도 내 미세먼지의 중국 영향에 대한 자료를 종합해보면 최소 50% 정도로 귀결된다”며 “너무 중국에 저자세로 나가지 말고 기술적·외교적 측면에서 양국이 함께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 관계자는 “우리 국립환경과학원과 중국의 환경청이 중국 북부 주요 6개 도시에서 대기질을 측정하고 모델링 분석을 하는 등 공동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며 “미세먼지로 인한 구체적인 피해 입증이 어렵고 국제적인 피해 보상 사례도 없어 중국에 책임을 묻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남승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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