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호 선생님”
지하철 입구에 서서 모바일 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이번 식사 손님인 송문희(50) 고려대 정치리더십센터 교수가 계단을 오르다 중간에서 ‘박력 있는’ 목소리로 필자를 불렀다.
초면인데도 쉽게 알아보는 송 교수의 눈썰미에 놀라는 사이 어느새 계단을 다 올라와 손을 내밀었다. 트레이드마크인 짧은 커트 머리를 한 송 교수와 첫 대면은 시원시원하게 이뤄졌다.
이날은 ‘제1회 안양시 청년연설대전’ 심사위원으로 위촉돼 현장 심사를 다녀오는 길이다. 청년연설대전은 청년들의 민주적 참여 기회 증진과 바람직한 연설문화 조성을 위해 마련된 자리다. 청년들을 위한 일이라면 웬만하면 조건을 따지지 않고 달려간다는 송 교수. 이날도 감사장 한 장이 그의 수고를 보상했다.
“전날 2시간 밖에 잠을 못잔 상태에서 아침 방송 출연에 청년연설대전 심사까지 다녀오느라 바빴습니다. 게다가 밥도 한 끼 못 먹어 허기져서 정신이 혼미합니다. 방송분장 팀이 화장을 너무 강하게 해서 피부호흡도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사실 맨 얼굴이 훨씬 어려보이는 데 화장을 못 지워서 많이 불편합니다.”
청년‧소년원생 등 미래세대 위한 일이라면 불원천리 재능기부
그러면서 오늘은 칼럼 인터뷰 취지에 맞게 ‘먹방’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식당에서 앉자마자 막걸리부터 한통 시켰다. 역시 자칭 타칭 ‘막걸리대학교’인 고려대학교 출신답다. 송 교수는 경북 안동생으로 초중고를 대구에서 나왔다. 고려대 87학번으로 정치외교학과 졸업 후 같은 곳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시아연구원, 통일연구원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다. 요즘은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 정치리더십센터 연구교수와 정치평론가, 협상스킬, 갈등 및 위기관리 리더십 강의 및 컨설팅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방송가 정치평론 현장에서 ‘희소한’ 여성으로서 두각을 나타내며 MBN, TV조선, 채널A, tbs, OBS 등 방송에 종횡무진 활약을 하다가 최근에는 MBN에 고정으로 출연하고 있다. 불교 집안에 태어나 불심이 강한 송 교수는 인생 화두를 ‘자타불이 자리이타’(自他不二 自利利他)로 삼고 산다. 인연을 소중하게 여겨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기를 좋아한다.
협상전문가(1급)로 사람 사이를 잇기도 잘하지만 , 갈등관리전문가(1급) 자격도 있어 갈등 중재도 전문성을 갖고 있다. 그런 커리어에 맞게 얼마 전 ‘펭귄 날다’란 다소 생뚱한 제목의 책을 냈다. 책은 우리 사회 뿌리 깊은 편견과 젠더 문제, 특히 미투 현상을 과감하게 수면위로 끌어 올려 공론화는 물론 대안을 모색하는 기폭제가 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여성들에게는 더 이상 차별과 강압에 굴하지 않는 용기를. 남성들에게는 함께 인간다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제안하기 위해 책을 냈습니다. 제목 ‘펭귄 날다’는 펭귄에 날아오르길 바라는 마음처럼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사회를 만드는데 작은 힘이 되길 소망하는 차원서 지었습니다.”
‘미투’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대안 모색한 ‘펭귄 날다’ 펴내
책 소제목을 살펴보면 종종 송 교수의 호방하고 직선적 성격이 잘 드러난다. ‘여성은 아기 공장이 아니다!’, ‘웃으면 헤픈 여자, 안 웃으면 성질 더러운 여자’, ‘내 몸에 개 같은 짓 다 한 자식들’, ‘‘성희롱’이라 쓰고 ‘권력 갑질’이라 읽는다‘ 등 거침없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미투‘의 현장을 적나라하게 들췄다. 특히 사회구조적 문제를 여러 각도로 분석하면서 남, 녀의 시각을 균형 있게 다뤘다는 평가다.
지난 8월 29일은 철원 지방에 377.6㎜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퍼부었던 날이다. 서울도 비가 못지않게 많이 쏟아졌다. 이날 ‘펭귄 날다’ 출판기념회가 서울 마포구 합정동 다산북살롱에서 열렸다. 50여명 정도 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우중을 무릅쓰고 독자와 나중에 합류한 지인 등 140여명 송 교수를 응원하러 왔다. 다산북살롱 출판기념회 사상 최대인원이란 귀띔이다.
지난 7월에는 제5회 째를 맞는 대한민국인성교육대상·교육공헌대상·교육브랜드 대상 시상식에서 홍철호(자유한국당‧경기 김포시을), 김관영 의원(바른미래당‧전북 군산시) 등과 함께 교육공헌 부분 대상을 받았다. 이 상은 교육 백년대계를 세우기 위해 인성교육과 교육발전에 공헌한 이들에게 주는 상이다. 송 교수는 그동안 소년원 등 교정시설을 돌아다니며 재능기부로 특강을 해 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장애인가족협동조합 통해 자활시스템 만드는 게 소망
송 교수의 막내 남동생은 7살 때 뇌수막염을 앓고 난 후유증으로 지적장애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송 교수의 미래 꿈은 장애인가족협동조합을 만들어 ‘사회적 농업’이란 자활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일이다. 동생 때문에 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누구보다 남다르다는 송 교수는 장애 당사자와 가족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시스템 중 한 방법으로 사회적 농업 등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중앙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에서 만든 다정다감 100인 토크에서 송 교수는 ‘장애인을 대하는 민주시민의 자세’라는 주제로 14분짜리 짧은 동영상 강연을 했다. 이 영상에서 송 교수는 지적장애 동생 이야기를 통해 사회적 편견을 줄이고 어울려 함께 사는 사회를 호소했다. 이 영상을 보고 울었다는 독자가 있을 정도로 울림이 깊다. (동영상 바로가기 : https://youtu.be/aqqcPqfE8b8)
송 교수는 정치리더십센터 교수답게 정치 신인 양성교육기관을 만들고 싶어 한다. 체계적 교육을 통해 제대로 된 정치가를 사회에 진출시켜서 정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이다. 각 정당마다 청년정치 아카데미가 있지만 정파에 치우친 나머지 균형 감각을 잃은 정치 신인들만 양산하는 병폐를 줄여보자는 의도도 담겨 있다.
송 교수는 개인적인 꿈으로는 부탄에 가서 1년 정도 살아보기, 사람들이 편하게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힐링 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만들고도 싶다 했다. 송 교수는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중2’ 딸을 학원을 보내야하지 말지를 고민하는 이 시대 평범한 엄마이자 주부이기도 하다. 일과 가정의 양립, 양성평등을 위해 노력하는 한 민주시민이다.
#box1#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