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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죄인 취급 대기업이 일군 사상최대 수출

스카이데일리 사설(社說)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기사입력 2018-12-03 00:02:33

현 정부가 들어 선 이후 수출을 견인해 온 대기업들이 속된 말로 권력과 진보성향의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중죄인 취급을 받는 와중에서도 수출 전선을 힘겹게 지키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고 감사한 일이다. 내수경기가 전방위적으로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마저 주저앉으면 한국경제는 회복하기 힘든 심각한 구제불능 상태로 전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수출실적이 역대 세 번째로 많은데다 7개월 연속 500억 달러 돌파라는 신기록을 세우면서 올해 11개월 동안의 누적 수출액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총수출은 사상 첫 6000억 달러를 넘어서 글로벌 수출순위 6위를 지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수출호황의 중심에는 이른바 재벌로 지탄받고 있는 대기업들이 대부분 자리하고 있다. 13대 주력품들 중에서 수출 견인차는 반도체를 필두로 석유화학, 선박, 자동차, 철강 등 전통적으로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들이다. 국내에서 온갖 홀대를 받고 있는 대기업들이 사생결단 해외시장 만큼은 여전히 시장을 사수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수출기업들의 분투는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 우려스럽다. 마치 폭풍전야처럼 위기의 서막이 열린다는 느낌까지 받는다. 실제로 수출기업들이나 전문가들은 지금의 수출호황을 매우 걱정스럽게 보고 있다. 세부 수치들을 보면 불안한 징후들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표적인 것이 반도체다. 이미 많은 국민과 언론이 우려해 왔듯이 메가기둥 반도체의 수출이 떨어지면 수출 호황세는 한 순간에 꺾일 수 있다. 그 징후는 올해 들어서 분명히 보이고 있는 중이다.
 
올 들어 1월만 해도 반도체는 전년대비 수출증가율이 53.3%에 달했으나 2월 40.8%, 4월 37.0%, 6월 39.0%, 8월 31.5%, 9월 28.3%, 10월 22.1% 등으로 뚝뚝 떨어지더니 지난달에는 급기야 11.6%를 찍었다. 무역협회는 내년 반도체 수출증가율이 5%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체 수출에서 무려 20% 정도를 차지하는 반도체의 위상이 오히려 걱정되는 이유다.
 
반도체와 함께 수출을 견인하고 있는 쌍두마차 격인 석유화학·석유제품의 둔화세 또한 걱정이다. 석유화학은 10월까지 전년대비 증가율이 15%에 달했으나 11월 들어서는 3.8%로 대폭 쪼그라들었다. 석유제품도 10월까지 37.9% 성장했지만 11월에는 23.5%로 크게 둔화됐다.
 
이들 제품의 수출 역시 내년이 더 걱정이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의 내년 성장률 추계를 보면 석유화학은 5.2%, 석유제품은 1.5%에 각각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 정도면 우려할만한 수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석유화학은 한달 수출액이 40~50억 달러에 이르고 역시 30~40억 달러를 수출하는 석유제품까지 포함하면 석유관련 수출물량은 반도체 수출 물량에 근접한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땅에서 이룩한 기적같은 쾌거가 반도체와 함께 동반 하락하면 정말 최악이다.
 
무역연구원은 중국의 설비확충에 따른 경쟁심화를 내년도 주요 불안 요인으로 봤다. 우리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외면하거나 주춤하는 사이 중국은 더욱 빠른 추격을 해올 것이라는 점을 절대 쉽게 봐서는 안 된다. 우리의 석유화학 수출 중 중국 비중이 40%를 넘는다는 점에서 중국의 성장은 우리에게 치명적이다.
 
이외에 무역협회는 공포스럽게도 내년도 우리의 주력 수출 품목들에 대한 역성장을 이미 예고한 상태다. 가전은 마이너스 20.3%에 이를 정도다. 철강도 마이너스 7.4%로 뒷걸음질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동차(-0.5%), 무선통신기기(-3.2%), 디스플레이(-2.2%) 등도 일제히 후진기어를 넣을 상황에 처했다.
 
이에 산업연구원까지 걱정을 보탰다. 2019년 경제·산업 전망을 통해 한국의 13대 수출 주력품들의 증가율이 올해 5.2%에서 3.6%로 줄어들 것이라고 봤다. 산업연구원은 작년 4분기 이후 주력품목들의 수출상황을 정확히 보았다. 반도체 빼고는 나머지 품목들의 수출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내년에 반도체 수급불안과 가격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수출시장에는 이미 적색경보가 켜졌다.
 
자원이 없는 전 세계 최빈국의 나라가 연간 수출국 순위 6위를 견고히 하면서 세계 7번째 6000억 달러 고지를 넘는 것은 세계 경제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이기에 우리에게는 매우 의미가 깊다. 역대 6000억 달러 달성 국가들의 면모만 봐도 미국·중국·독일·일본·프랑스 등 그야말로 쟁쟁한 국가들이다.
 
거꾸로 영국, 이태리, 러시아, 캐나다 등 우리가 강대국으로 여겨왔던 국가들이나 북유럽의 소위 잘 사는 국가들은 수출에 관한한 우리의 발밑으로 떨어진지 오래 됐고 6000억 달러 고지도 못 넘었다. 더욱이 우리 수출이 값진 것은 흑자세까지 견고하게 유지 중에 있다는데 있다. 그 중에서도 산업경쟁력의 지표라고 할 소재·부품 흑자가 10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자긍심을 가질 만 하기에 충분한 상징성을 갖는다.
 
따라서 이제 수출에 대한 낙수효과 논란은 접어야 한다. 그나마 수출이 버텨 주면서 우리 국민들 전체 부(富)의 지표인 한국의 GDP를 강력히 떠받치고 있다. 수출기반 GDP 총량을 더욱 늘려 1인당 소득을 5~7만불까지 올려놓는다면 국민 전체의 수익이 늘어나는 자연스러운 분배효과가 이뤄진다.
 
물론 빈부차는 유지되거나 특정 부문은 더 벌어질 수 있다. 하지만 국민 전반의 경제력 향상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를 기관차처럼 이끌고 있는 선두에는 권력형 또는 인민재판식 옥죄기를 당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있다. 이들 수출기업들은 지금 목에 칼이 번뜩이는 것을 감수한 채 수출전선을 누비고 있는 처지와 다르지 않다.
 
자본시장에서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주주가치를 중시하지 않거나 소홀히 하는 삐뚤어진 노동주의 확산 경향은 우리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종심부터 약화시키고 있다. 브랜드가 없는 가운데 온갖 설움과 차별을 이겨내고 신화를 쌓은 수출 전선이라고 해도 무너지면 순식간이다. 그 수출시장은 지금 공룡들 간의 싸움이 일반적이다.
 
독점에 관한 문제는 소위 재벌기업 숫자를 더 늘려야 하는 역설이 통한다. 대기업 간 경쟁의 격화가 독점 억제 효과가 있다는 것은 많은 사례에서 증명돼 왔다. 오히려 인위적인 대기업 옥죄기는 독점을 부추기고 시장질서를 왜곡시켜 왔다. 독일 같은 기반기술 국가, 네덜란드 같은 낙농국가 등의 사례를 우리의 중소기업 정책에 적용하면 잘못이다.
 
강소기업 육성과 동시에 이들 기업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전향적인 정책이 진정한 중소기업 육성정책으로 바라 볼 필요가 있다. 미래 한국의 강대국 기반은 개도국들이 인정하고 따라 하고 있는 한국형의 규모경제에 기반한 수출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그 최전선에 있는 대기업들을 마치 해체가 정의인냥 하는 식의 옥죄기는 차라리 죄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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