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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골적 패싱에 한반도 힘의 공백 온다

스카이데일리 사설(社說)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1-07 00:02:35

한-일 간에 치열하게 벌어진 이른바 ‘레이더 갈등’ 사건은 누가 봐도 일본의 전략적 꼼수가 담긴 아베의 자국용 이슈임에 틀림없다. 일본이 공개한 동영상은 부실하기 짝이 없지만 우리 국방부가 조목조목 반박한 동영상은 자명하다. 아베까지 나서 마치 전쟁 분위기라도 난 것인 냥 갈등을 키웠던 일본은 이후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미국의 태도를 명확히 보았다. 한-일 간 갈등국면이 있을 때마다 미국은 한-미-일 3각 동맹의 좌장 격으로 직·간접 중재를 해 왔지만 이번 만큼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달아도 방치한 트럼프 행정부의 속내가 일본의 전략적 꼼수보다 훨씬 공포감으로 다가온다.
 
군사·외교 전문가들은 이미 미국의 동북아시아 전략 수정론을 꺼내들고 있다. 6·25 전쟁의 도화선이 됐던 애치슨라인까지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한반도가 미국의 극동 방어선에서 제외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한반도를 전초기지 성격의 전투지역전단(FEBA) 개념으로 전환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초기지는 완전한 철군이 아니라고 해도 사실상 배수진을 쳐야 할 방어선의 후퇴이기 때문에 더 위험한 지대가 된다. 전초기지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최선의 방어가 아닌 탓이다. 방어선을 사수하기 위한 전진기지 정도로만 활용된다면 더욱 극심한 화약고가 될 우려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보통국가로 가기 위한 아베의 정치적 행보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보통국가는 제2차대전 전승국 미국에 의해 칭칭 동여매진 중범죄국 일본의 포승줄(평화헌법)이 풀리는 결말로 가는 그림이다. 일본은 이미 누구보다 끈끈해진 미-일 군사동맹을 통해 미국의 포승줄을 묵시적으로 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은 일본을 이이제이(以夷制夷)로, 일본은 미국을 호가호위(狐假虎威)로 상호 활용하면서 이해관계가 딱 맞아 떨어졌다.
 
아베는 이제 자국 내 정치적 입지만 구축하면 온전한 보통국가 지위를 확보할 마지막 단추를 끼울 수 있다. 구랍 18일 일본 정부는 주변국을 가공할만하게 위협할 공격형 체제의 ‘방위대강 계획’을 의결하고 발표했다. 이 내용은 5년간 무려 274조원을 투입해 육해공에서 최첨단 무기로 군사력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실행계획이다. 이는 중국을 제압하고자 하는 전쟁준비에 다름 아니다.
 
일본이 향후 5년 내 이 같은 군사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먼저 평화헌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자위대는 군이 아니고 공격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헌법개정을 통해 국민들의 지지를 획득하면 아베는 정치적 입지까지 확보하게 된다. 문제는 일본 국민들이 핵전쟁의 참화를 직접 겪은 트라우마 때문에 전쟁에 대한 공포감을 온전히 씻어내지 못했다는데 있다.
 
이에 쐐기를 박고자 하는 아베 정부는 결국 정면돌파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명분을 얻고자 한 기획적 도발이 레이더 사건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일단의 군사전문가들은 이를 확신하고 있다. 방위대강 발표 직후 레이더 사건이 터진데다 올해 4월 지방선거, 7월 참의원 선거가 연달아 있기 때문이다. 이들 선거가 아베의 보통국가 노선에 너무나 중요한 징검다리인 것은 명확하다. 이 다리를 건너는 로드맵을 모를 리 없는 트럼프 행정부가 완전히 눈감았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미-일 간 사전 교감설까지 제기되는 마당이다. 한국을 한-미-일 군사동맹 축에서 빼고 미-일을 축으로 한 호주·영국이 동참하는 극동 방어선이다. 사실 미국의 묵인을 등에 엎지 않고서는 일본의 군사적 긴장 고조 행위는 나올 수 없다. 결국 그 증거는 일본 해상 자위대에서 노골화 돼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안보 패싱이 굳어졌다는 징후로 이번에 드러났다.
 
때마침 나온 해상 자위대 최고 지휘관의 신년사는 또 지금까지 미국의 감시를 받아 온 중범죄국의 태도를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무라카와 유타카 해상막료장은 충격적인 ‘게임 체인저’를 언급했다. 전쟁에서 상대를 완전히 제압할 구체적인 밑그림을 제시한 것이기에 사실상 동북아를 상대로 한 선전포고로 느껴질 정도다.
 
그는 게임 체인저 개발에 ‘철저하게 다른 속도로 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단기간 무장능력을 중국 이상으로 가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4척의 헬기 항공모함을 운용 중인 일본은 이를 개조시 미국으로부터 들여오는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인 F-35B를 20대 탑재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24대의 함재기 젠-15를 실을 수 있는 중국의 랴오님함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일본은 특히 우주와 사이버 등의 용어를 방위대강에 심을 만큼 미국 수준의 정보정찰능력을 확보하는 한편 미국으로부터 상식 이상의 가격으로 들여오는 육상형 탄도미사일 요격시스템 ‘이지스 어쇼’ 레이더를 2023년 배치·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전은 상대국보다 더 멀리 그리고 더 먼저 보는 눈을 갖게 되면 이미 승패가 갈린다. 만의 하나 못 보는 부분이 있어도 완벽한 방공망을 구성하면 된다. 일본은 그 행보를 시작했다.
 
일본은 더욱이 소형 핵개발 능력을 갖추고 있어 언제든 핵잠수함 건조까지 가능하다. 육해공 모두에서 일본은 벌써 미국 다음의 군사강국이라는 수순으로 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전쟁의 끝판왕이라고 하는 핵무기 이격능력도 미국의 묵인만 있다면 얼마든지 중국 이상의 대항능력을 갖춘다.
 
미국은 일본의 재무장을 통해 최소한의 자금과 물자만 갖고도 일본 열도를 축으로 한 드넓은 태평양 방어선을 강력하게 다질 수 있다. 미국에게는 대륙별로 잠재적 1등이 항상 주적이다. 지금 아시아에서는 중국이란 이야기다. 하지만 트럼프는 명분보다 효율을 중시한다.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속속 철군하거나 철군 준비를 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글로벌 전략과 일본의 방위력 향상은 딱 맞아떨어지는 이해관계란 점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미국이 글로벌 질서를 좌지우지한 이후로 철군이 이뤄지거나 무관심한 지역은 전쟁이 일어났든지 아니면 반미국가들의 세력권으로 변했다. 이들 지역은 대부분 빈국으로 추락하거나 세계질서의 변방으로 멀어져 갔다. 미국의 트럼프가 자신하면서 주시하는 대목도 이 부분이다. 미국의 일방적 희생만으로 더이상 과실을 줄 수 없다는 방향선회다.
 
우리는 미국 국익주의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사업가로 잔뼈가 굵은 트럼프의 실용적인 계산방식을 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의 행보를 보면 그는 정치적인 잣대에서 이익을 먼저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금 글로벌 질서자로 군림하는 것에 대한 실용성을 따지면서 속된말로 철저히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더욱이 한반도의 이익게임에서 한국은 트럼프의 눈 밖에 난지 오래됐다.
 
또 하나 주시해야 할 것은 미국이 전승국이지만 일본에 대해 왠지 모를 응어리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최초로 핵무기를 사용해 수십만 인명을 무참하게 살상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기반으로 세계의 질서자로 군림해 온 측면을 부인하기 어렵다. 미국은 이제 일본의 전범국 지위를 사실상 벗겨주었고 일본은 이를 틈타 아시아에서 과거의 맹주 자리를 되찾으려 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의 뒷짐, 일본의 재무장, 시진핑의 중국굴기, 푸틴의 러시아 재건야망이 걸쳐져 있는 세력권 종심(縱深)에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팽팽했던 한-미-일, 북-중-러 대립구도가 아이러니컬하게 전쟁을 막아주는 든든한 방패역할을 했다. 따라서 미국의 뒷짐은 필연적으로 공포스러운 힘의 공백을 야기해 가장 위험하다. 이를 대비할 두가지 길은 트럼프 국익에 맞추는 다양한 외교전략과 단기에 완성할 우리의 국방력 강화다. 한해 수백조원씩 정치적 비용으로 낭비하는 포퓰리즘 혈세가 이를 충분히 대체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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