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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코드=1인칭 기자가 뛴다]-<25>롯데 없이 살아보기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미 우리 영혼은 롯데에 뺏겼다

의식주 전반에 뻗친 롯데 영향력…무심결 손댄 제품 웬만하면 롯데

강주현기자(jhkang@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3-13 00: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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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은 국내 재계서열 5위에 올라와있는 대기업 집단이다. ‘껌장사’로 깃발을 내건 후 식품, 유통, 생활용품, 주거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진출하며 영향력을 넓혀왔다. 덕분에 현재 내수시장에서 롯데그룹은 실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식품, 유통, 생활용품 등의 시장을 과점하는 수준까지 성장해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뒤집어 말하면 우리 국민들의 생활 깊숙이 롯데그룹의 영향력이 미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사실상 우리나라 국민들은 롯데그룹을 거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생활을 영위하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국적논란, 무리한 가격인상,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 한 태도 등으로 롯데그룹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적지 않음에도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진행될 수 없던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에 롯데그룹 불매운동에 대한 가능성을 점검해 보고 롯데그룹이 우리 생활을 얼마나 지배하고 있는지 등을 직접 체감하고 확인해보기로 했다. 스카이데일리가 롯데그룹 없이 사는 생활을 직접 체험해보며 롯데그룹이 영위하는 사업과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상당한 사회적 책임이 뒤따르는 배경 등을 취재했다.

▲ 롯데그룹은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생활에 필요한 의·식·주 부문에 진출한 덕분에 롯데 제품만을 이용해 일상생활을 영위해도 큰 어려움이 없을 정도다. 기자는 직접 롯데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력을 체감해 보기 위해 롯데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3일 간 생활해 보기로 했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본점 ⓒ스카이데일리
 
롯데그룹은 유통, 식품, 건설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산업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수출 보다는 내수 비중이 유독 높다. 생활에 꼭 필요한 의·식·주 분야 전반에 모두 진출한 덕에 국민들과 가장 밀접한 기업으로 평가된다. 국민먹거리 혹은 국민의류 등으로 불리는 인기 제품도 여럿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국민들의 영혼 깊숙이 침투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롯데제과와 롯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이 내놓는 과자, 음료, 반찬 등은 전 국민이 애용하는 상품으로 자리한지 오래다. 롯데가 유통을 담당하는 유니클로, 자라 등 의류브랜드도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으며 롯데캐슬이란 아파트도 익숙한 이름이다. 생필품을 살 때면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등을 찾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롯데시네마에서 문화생활을 영위한다. 이 밖에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도 롯데는 자연스레 자리하고 있다.
 
이쯤 되니 문득 ‘국민들의 생활 깊숙이 들어와 오랜 기간 함께 해 온 롯데그룹의 영향력이 과연 어느 정도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과연 롯데그룹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호기심은 곧장 증명으로 이어졌다. 딱 3일만 롯데그룹을 생활에서 지우고 살아보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실패’ 였다.
 
1일차롯데그룹 제품 리스트 작성과 도전 시작, 무심결에 입에 댄 롯데 먹거리
 
롯데 없는 삶을 준비하기 위해 먼저 브랜드, 제품 등의 리스트를 정리했다. 단순히 리스트만 정리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생각보다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리스트 정리 작업을 마무리할 때 쯤 처음부터 패배감에 휩싸였다. 셔츠 안에 입은 내의가 유니클로의 ‘히트텍’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패배감은 얼마 지나지 않아 좌절감으로 바뀌었다. 동시에 3일 간 롯데 없이 살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들었다. 리스트 작성 내내 마시던 음료가 롯데칠성음료의 ‘칠성사이다’라는 사실이 문뜩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나마 위안되는 사실은 이번 도전은 ‘실패냐 성공이냐’ 보다는 롯데가 우리 생활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치는 지 아는 과정이었다는 점이다. 롯데그룹 제품가격 인상의 여파가 국민 생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확인과정이기도 했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박희라] ⓒ스카이데일리
 
일단 사무실에 앉아있으면 적어도 롯데가 내 삶에 들어올 일은 없다고 판단했다. 히트텍을 벗고 사이다를 동료 기자에게 준 뒤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고 방비를 단단히 했다. 출입처 방문과 현장취재, 기사작성 등으로 이어지는 시간 동안 롯데와 만날 일이 있겠느냐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오판이었다. 평소 즐기던 탄산음료를 멀리한다는 생각에 종이컵에 녹차티백을 넣는 순간 ‘아뿔싸’하는 감정이 들었다. 녹차티백에 알파벳 ‘L’이 또렷하게 적혀 있었다. 포털사이트에 해당 제품을 부랴부랴 검색해봤다. 해당 제품은 ‘초이스엘’이란 롯데마트 자체브랜드 제품이었다. 공교롭게도 녹차를 탄 종이컵도 초이스엘 제품이었다.
 
탕비실에서 음료 등을 꺼내먹을 때 그토록 롯데 제품을 멀리하려고 그렇게나 조심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손 댄 점에 헛웃음이 났다. 롯데 없이 사는 도전을 멈춰야하나 싶기도 했지만 얼마나 더 많은 부분에 롯데가 들어와 있는지 궁금했기에 도전은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동시에 진정한 의미의 롯데 없이 살아보기는 3시간도 안 돼서 실패했다는 사실은 인정하기로 했다.
 
집에 돌아가는 길 가볍게 주전부리나 몇 개 사갈까 생각이 들어 집 근처 편의점을 들렀다. 집 근처에 세븐일레븐이 없는 건 참 다행이었다. 편의점에서도 주전부리 선택에 신중을 기했다. 평소 즐겨먹었던 빼빼로, 고깔콘, 치토스 등의 과자 제품은 모두 롯데 제품이니 우선적으로 배제했다.
 
다만 맥주를 선택하는 과정에선 곤란함이 뒤따랐다. 평소 즐겨 마시던 클라우드와 아사히 등은 모두 롯데를 통해 유통·판매되는 제품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타사 맥주를 손에 든 채 귀가했다.
 
집에 돌아온 뒤엔 롯데 없이 사는 게 훨씬 쉬울 거라 생각했는데 이 역시 오판이었다. 평소 집에서 입던 간편복은 모두 유니클로 제품이었다. 여기에 속옷 중 몇 벌도 유니클로와 무인양품 제품이었다. 주변에 매장이 많아 손쉽게 살 수 있다는 이유로 산 옷들 대부분 롯데의 손을 거쳤다는 점이 새삼 놀라웠다. 롯데 없이 사는 삶은 자는 순간까지도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기자는 뭘 입고 잤을까. 이건 상상에 맡기겠다.
 
2일차…생각해보니 평소 주변에서 손쉽게 구매하던 제품은 온통 롯데를 거쳤다
 
▲ 롯데는 의식주 전반에 걸쳐 우리 국민의 삶 속에 들어와 있었다.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거의 모든 품이 롯데의 손을 거쳤다. 사진은 유니클로 매장 앞에 줄서 있는 사람들(위)과 손님으로 북적이는 롯데리아 매장 ⓒ스카이데일리
 
롯데 없는 삶에 도전한지 2일차가 되던 날 출근 준비를 하며 알게 된 사실은 평소 주변에서 손쉽게 구하던 제품은 모두 롯데였다는 점이다. 양말부터 셔츠, 바지 등의 절반 이상은 롯데백화점이나 롯데마트, 유니클로 등에서 구매한 제품이었다. 결국 기억을 되살려 롯데의 유통채널을 거치지 않은 옷들을 골라 입었다. 아직 날이 쌀쌀했지만 히트텍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새삼 롯데가 담배까지는 만들지 않는다는 사실에 ‘참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롯데마트, 세븐일레븐 등 롯데의 유통 채널을 거치긴 하지만 말이다. 대부분의 제품이 롯데 유통 채널을 거친다는 생각을 하니 집에 있는 가구와 식품류 등을 다시 한 번 둘러보게 됐다. 공교롭게도 대부분 롯데백화점이나 롯데마트 등에서 구매한 것들이었다. 결국 산속으로 들어가 자연인 생활을 해야 진정한 의미의 롯데 없이 살기가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지만 그곳도 롯데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고민은 접기로 했다.
 
다행히 2일차에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됐는지 점심 때 먹은 음식 중 롯데푸드의 식재료가 들어간 게 아닌 이상 출근 후 퇴근까지는 ‘거의’ 완벽하게 롯데 없는 생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나도 모르는 새 롯데를 거친 제품을 손에 댔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완벽하다’는 확신이 들진 않았다.
 
퇴근 후 귀가 도중 우연히 집근처 롯데몰을 지나게 됐다. 몰 입구에는 수많은 인파가 오고갔다. 우리 생활에 롯데가 얼마나 깊숙이 자리매김하고 있는지 새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롯데몰 인근 대로변에는 롯데의 드럭스토어 브랜드 롭스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곳 역시 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대부분 제품을 사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집에 오는 내내 롯데 없이 생활하려면 상당히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단한 생필품 하나를 구매하려 해도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롯데란 기업이 어느새 우리 국민들의 삶을 잠식했다는 생각에 두려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과연 롯데가 이러한 점을 알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곤 있을까’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3일차…말로만 떠들어댔던 롯데 없이 살아보기, 결론은 한국에선 롯데 없이 살 수 없다
 
▲ 롯데는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계속 나타나 일상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술자리에서 먹는 주류도 롯데 계열사의 제품인 경우가 많다. 롯데가 이곳저곳에서 나타나는 바람에 롯데 없이 살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사진은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소주가 놓인 술자리 ⓒ스카이데일리
 
심적 피로가 상당했던 롯데 없이 살아보기 대망의 3일차. 현장취재 도중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몇 일전 인터넷으로 주문한 택배가 도착한다는 알림 문자였다. 아뿔싸. 하필 택배사가 롯데택배였다. 내 의지와 무관하게 일상생활에서 롯데는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거대한 산과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점심시간이 가까운 시간 마침 근처에 롯데리아가 있어 외부에서 매장 안쪽을 살펴봤다. 개인적으로 롯데리아 제품을 선호하지 않아 평소 잘 들르지 않았는데 막상 보니 많은 이들로 매장 내부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롯데리아가 오랜 기간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 온 패스트푸드 브랜드라는 사실이 실감나는 대목이었다.
 
일과를 마치고 예정돼 있던 회식장소로 향했다. 회사 동료, 선후배 등이 어우러져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시간은 늦어졌고 수많은 소주병과 맥주병이 테이블에 쌓였다. 그 순간 또 한 번 좌절을 맛봐야 했다. 소주병엔 ‘처음처럼’이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쓰여져 있었다. 처음처럼은 롯데칠성음료가 제조·생산하는 소주다. 그나마 맥주는 타사 제품이란 점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결국 마지막 날 밤까지 롯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생각에 허탈한 감정마저 들었다.
 
도전 아닌 도전을 마치고 나니 롯데란 기업이 정말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 롯데 없는 삶은 사실상 불가능 했다. 이미 실패라는 결론을 내놓고 시작한 도전이었지만 다시 한 번 롯데의 막강한 권력을 느끼게 됐다. 과거 ‘껌팔던 회사’에 불과했던 롯데가 반세기만에 국민 생활, 나아가 국민 영혼에까지 깊숙이 침투한 것이다.
 
그동안 국적논란, 국정농단 연루의혹, 형제의 난 등 각종 논란과 의혹 속에서도 꿋꿋하게 롯데가 재계 최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도 새삼 깨닫게 됐다. 꾸준히 가격 인상을 단행할 때 마다 왜 국민들의 원성이 유독 높았는지도 알게 됐다. 롯데는 더 이상 하나의 기업이 아닌 국민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절대적 위치에 올라 있었다. 두렵게도 한국인들은 롯데에 삶을 잠식당했고 반대로 롯데는 한국인들의 생활을 지배했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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