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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이슈]-경제자유지역 실효성 논란
정치권 표몰이 도구 전락…무늬만 외자유치 경제특구
인천 제외한 나머지 지역 실효성 의문…전문가들 “구조조정 시급”
김진강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3-20 00:05:52
▲ 외국의 자본과 기업 유치를 목적으로 운영 중인 경제자유구역 7곳 중 인천을 제외한 6곳의 유치실적이 미미해 구조조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해 경제자유구역 7곳의 전체 FDI(외국인직접투자) 실적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인천경제자유구역 역시 세계 경제성장율 하락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의 영향으로 외자유치 전망이 밝지는 않다. 사진은 송도G타워에서 바라 본 인천경제자유구역 모습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인천경제자유구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경제자유구역으로서의 실효성이 의문시 된다. 외자유치 활동이 보이지 않는 등 유명무실한데가 너무 많다”
 
우리나라 경제자유구역 제도를 바라본 한 국책연구소 연구원의 말이다. 정부가 외국 자본과 기술유치를 위해 운영 중인 경제자유구역의 저조한 외자유치 실적이 계속되면서 전시행정이란 비판과 함께 무용론마저 대두되고 있다. 해외 경제특구와의 경쟁력을 상실했을 뿐 아니라 외자유치 견인요소가 한계에 부딪히면서 회생가능성이 어려운 식물구역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외자·해외기업 유치 취지 퇴색…7곳 중 6곳 제구실 못해
 
경제자유구역은 지난 2002년 세제혜택·자금지원·규제완화 등 외국인투자기업의 경영환경을 조성하고 생활인프라를 구축해 외국인투자를 촉진한다는 내용의 ‘경제자유구역법’에 근거해 만들어졌다. 2003년 인천·부산진해·광양만권을 시작으로 2008년 황해·대구경북, 2013년 충북·동해안권 등 현재 모두 7곳이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경제자유구역을 두고 실효성에 의구심을 품는 여론이 일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지난 2006년~2011년 우리나라의 평균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국인직접투자(FDI) 비율은 0.22%에 불과해 영국 5.04%, 중국 2.06%, 미국 1.67%, 멕시코 1.55% 등에 크게 뒤졌다. 지난 2017년 GDP 대비 외국인투자비율은 15%로 OECD 36개 회원국 중 35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보다 GDP가 낮은 △스페인(49.1%) △호주(46.5%) △멕시코(42.5%) △네덜란드(118.2%) 등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을 보였다. 외자유치를 위해 국가예산과 인력을 쏟아 부었지만 경제자유구역이 사실상 제 구실을 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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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자유구역 7곳의 외국자본과 기업 유치 실적은 인천 1곳을 제외하면 모두 기대에 못 미치거나 실적이 전무했다. 경제자유구역기획단에 따르면 지난해(12월기준) 경제자유지역 7곳의 FDI 총 금액 11억9000만달러(도착분 기준) 중 인천이 10억6000만달러로 전체의 91.4%를 차지했다.
 
이어 △부산진해 8000만달러 △대구·경북 2000만달러 △광양만권 1000만달러 △충북 300만달러 △황해 60만달러 드의 순이었다. 동해안권은 투자유치 실적이 전무했다. 특히 부산진해는 2016년(3억4000만 달러)에 비해 2년 새 4분에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광양만권 역시 3분의 1로 줄었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박희라 기자] ⓒ스카이데일리
 
외국인직접투자(FDI) 금액의 신고액 대비 도착액 비율이 저조한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2004년~2018년 경제자유구역 8곳(2018년 4월 지정해제 된 새만금군산 경제자유지역 포함)의 누적 신고액 대비 도착액 비율은 47.1%에 그쳤다. 투자를 약속한 100원 중 실제 투자된 금액은 47원에 불과한 셈이다. 특히 광양만권은 29.7%, 황해와 동해안권 등은 각각 3.9%, 3.3%에 불과했다. 2008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황해의 경우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신고액이 전무했다.
 
어기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FDI는 신고한 당해연도에 투자액이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몇 년에 걸쳐 순차로 자금이 들어오는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일부 경제자유구역의 신고액과 도착액을 비교해 보면 신고액이 과대포장 돼 있다”며 “FDI 신고액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투자기업의 유치실적도 형편없는 실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지난해 11월 발표 자료를 보면 황해를 제외한 경제자유구역 6곳의 입주업체는 총 4729곳으로 이 중 외국인투자기업은 6.9%인 331곳에 불과했다. 충북과 대구·경북 등도 각각 4.3%, 4.1% 등에 불과했다. 동해안권은 외국투자기업이 한 곳도 없었다.
 
수요예측 무시한 사업추진, 정치권 입김 등이 유명무실 경제자유구역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외국자본과 기업의 투자유치 실적이 저조한 이유로 수요예측이 고려되지 않은 입지선정, 국내 전문 인력과 전문성 부족, 생활 인프라 미비 등을 꼽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그동안 해외로 빠져나가는 투자금액은 증가세인 반면 외국인직접투자는 정체된 상황이 지속돼 왔다”며 “이에 대한 타개책의 일환으로 조성된 경제자유구역 역시 인천 1곳을 빼고는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요예측을 무시한 채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무분별하게 추진된 데다 지정과정에서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는 등 첫 단추부터 잘못 꿰인 게 결정적 요인으로 보인다”며 “지금이라도 실적이 부진한 지역은 지정을 해제하고 인근 지역과의 통폐합 등 전반적인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국회 고위관계자는 “수도권과의 거리, 인력수급 문제, 병원·교육기관의 생활 인프라 조성 등을 고려해 외국투자기업들의 산업별 특성에 맞는 경제자유구역 입지 선정이 됐어야 했다”며 “지난해 정부의 자체 평가에서도 경제자유구역과 배후도시의 경영환경·생활여건 조성 등이 미약한 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송영관 박사는 “경제자유구역과 관련한 문제의 핵심은 기업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공급자(정부) 위주의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 박사는 “외국기업이 들어오려는 입지조건과 경영환경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정책 추진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자유구역에 글로벌 기업과 우수한 인력을 유치하려면 주거환경 등의 여건들과 함께 외자유치 전략을 주도적으로 수행할 전문 인력이 필요하지만 이 점에서 우리는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며 “병원이나 대학을 유치하더라도 우수한 의료인력과 교수를 유치하는 것이 핵심인데 (지금 여건으로는) 이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고 피력했다.
 
송 박사에 따르면 싱가포르 경제개발청·홍콩 투자청 등은 MIT·하버드·UC버클리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출신들과 전·현직 기업체 종사자들을 산업별 전문가를 양성해 투자안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제자유구역에는 단기 파견 공무원들이 실무를 맡고 있다.
 
▲ 경제자유구역은 지난 2003년 인천·부산진해·광양만권을 시작으로 2008년 황해·대구경북, 2013년 충북·동해안권 등 현재 모두 7곳이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수요예측이 고려되지 않은 입지선정, 국내 전문인력과 전문성 부족, 생활 인프라 미비 등의 원인이 겹치면서 저조한 실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부산진해·광양만권·대구경북·동해안권·충북·황해·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 [사진=경제자유구역추진단]
 
정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제2차 경제자유구역 기본계획’을 통해 투자유치 확대 뿐 아니라 국내외 기업과 우수한 인재 유치를 위해 교육·연구기관의 집적 강화 계획을 내놨다. 외국인투자기업 근로자 등 외국인 정주여건 조성의 일환으로 국내외 우수 의료기관을 유치하고 외국인 전용 임대주택 공급 등 주거 시설을 확충해 나가기로 했다.
 
경제특구 정책수립·지정·지정해제·변경·성과 평가 등 주요사항을 경자구역위원회를 통해 심의·의결하는 통합 거버넌스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개발이 지지부진한 구역의 지정 해제 등 총량관리제를 도입해 구조조정을 지속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7개 경제자유지역의 면적은 281㎢로 지정당시 총면적 512㎢에 비해 54.9% 감소한 상태다. 사업초기 무리한 목표설정과 현재의 사업부진 상황을 인정하고 궤도를 수정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실적이 부진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을 해제하는 한편 지역 내 첨단산업단지들과의 통합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7곳의 경제자유구역 모두를 안고 가기에는 국가예산 투입 등 출혈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자유구역 구조조정 과정에서 벌어지는 정치권의 압력을 차단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정형곤 박사는 “우리나라는 경제자유구역 뿐 아니라 첨단산업과 연구개발 관련 특구도 많을 뿐 아니라 관련 정부부처가 각각의 특구들을 관리하고 있다”며 “이를 중앙차원에서 전체적으로 조정하고 관리하는 방안이 만들어져 집행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박사는 “예를 들어 미래 산업과 관련해 과학기술정책을 펼친다고 했을 때 과기부, 산업부, 교육부, 국토부, 고용노동부 등의 부처에서 각각의 할일이 있게 마련이다”며 “이를 하나의 틀로 진행해야 하는데 각 부처가 각각 하다 보니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차원의 거브넌스를 만들어 특구를 운영 해야된다”고 설명했다.
 
국회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의 경우 선거철이 되면 정치적 요청들이 많이 들어온다”며 “경제자유구역 등이 유치되면 주변 지역의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는 만큼 지역주민들이 요구가 빗발치는데다 의원 자신도 치적이 필요한 만큼 정치적 고려에 의해 사업이 지연되는 등 정부 정책이 휘둘리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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