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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삼성전자 ‘반도체 비전 2030’

사업보국 삼성 미래비전 3대철학 ‘일자리·신기술·상생’

이재용 부회장 “확실한 1등 할 것”…국가 차원 반도체 생태계 구축 선도

나광국기자(kkna@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5-02 16:4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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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12년 간 총 133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메모리반도체 치중 현상을 극복하고 진정한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을 완성하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70%를 차지하는 시스템반도체 분야는 사실상 다른 나라 기업들의 독무대나 다름없는 형태다. 스마트폰의 두뇌인 모바일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5G(5세대 이동통신) 모뎀칩 등은 미국 퀄컴, CPU(중앙처리장치)는 미국 인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는 대만 TSMC, 이미지센서(빛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반도체)는 일본 소니, 차량용 반도체는 네덜란드 NXP 등이 각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이들 분야에서 모두 세계 1위에 올라서 시스템반도체 매출만으로 인텔을 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삼성전자의 중대 발표에 산업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까지 들뜬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가 조선·철강·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위축과 경쟁력 하락 등으로 활력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결정은 기존 주력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미래먹거리 창출 등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특효약이나 다름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스카이데일리가 한국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삼성전자의 ‘2030 반도체 비전’에 대한 산업계 반응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분야 육성을 통해 종합반도체 기업으로의 재도약을 모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비메모리 분야 점유율을 끌어올려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제조업 위기로 위축된 한국경제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삼성전자 서초사옥 ⓒ스카이데일리
 
1983년 2월 세계 반도체의 중심 일본 도쿄에서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은 “반도체 산업에 본격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전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는 ‘무모하고 잘못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삼성그룹 수뇌부들도 극렬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36년이 지난 현재 이 창업주의 ‘2·8 도쿄선언’은 한국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역사적인 결정으로 꼽힌다.
 
2009년 11월에도 삼성그룹은 중대한 결단을 내린다. 창립 40주년을 맞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초일류 기업 100년’을 향한 새로운 도전을 담은 ‘비전 2020: 미래 사회에 대한 영감, 새로운 미래 창조’를 발표했다. 2020년까지 한 해 매출 4000억달러(당시 기준 약 473조원)로 전 세계 IT업계에서 압도적 1위에 올라서는 동시에 글로벌 10대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9년 4월 삼성그룹은 세 번째 도전을 발표했다. 창업주의 손자이자 오너 3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확하게 한 세대에 한 번씩 그룹의 도약을 꿰하는 셈이다.
 
이 부회장은 글로벌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이어 시스템반도체 시장까지 석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2030년까지 국내 연구개발(R&D)분야에 73조원, 최첨단 생산 인프라에 60조원을 투자하고 연구개발(R&D) 및 제조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한다는 ‘2030 반도체 비전’을 발표했다.
 
이병철DNA 이재용의 결단…“전체 반도체 시장 70% 비메모리 분야 1위 목표”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육성 방안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설계) 등 비메모리 분야에 총 133조원을 투자해 오는 2030년 업계 1위에 오르겠다는 ‘삼성전자의 성장 로드맵’이다. 다른 하나는 팹리스(설계전문업체) 지원 등을 통해 반도체 생태계를 한 차원 높이려는 ‘대·중소기업 상생대책’이다.
 
삼성전자는 부족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R&D 및 제조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분야 전체 임직원(약 5만명)의 30%에 해당되는 규모다. 신규 투자 및 생산량 증가에 따라 42만명의 간접 고용유발 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김해인] ⓒ스카이데일리
 
반도체산업은 크게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와 비메모리반도체로 나뉜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반도체와 위탁생산을 뜻하는 파운드리 등을 포함한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투자 계획 중 인프라투자 대부분은 파운드리 분야에 집중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화성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용 신규 극자외선(EUV) 공장을 올해 완공할 뿐 아니라 신규 파운드리 생산 라인을 추가로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신규라인은 평택에 지어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삼성전자가 이미 확보한 평택고덕산업단지는 전체 부지가 축구장 400개(289만㎡) 크기로 2017년 7월부터 가동 중인 1라인을 포함해 총 4개 라인을 지을 수 있는 규모다. 현재 삼성전자는 30조원을 투입해 평택 2라인을 건설 중이다. 내년 2라인 가동 후 추가적으로 3~4라인에 대한 계획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신규 파운드리 생산 기지를 확보하면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의 아성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올해 파운드리 시장은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업계 1위 TSMC가 공정 오염 사고로 인해 시장점유율이 대폭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TSMC 점유율은 56.1%였지만 올해 1분기 48.1%로 줄었다. 빈자리는 삼성전자 몫으로 채워졌다. 삼성전자는 19.1% 점유율로 2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TSMC를 제치고 EUV 7㎚(나노) 제품을 세계 최초로 이달 중 출하할 예정이며 5나노 개발도 마친 상황이다. 5나노 공정은 반도체 소자에 들어가는 회로 선폭이 5㎚급(머리카락 굵기의 2만4000분의 1 수준)임을 의미한다. 나노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칩 크기를 줄일 수 있고 전력 효율도 높일 수 있다.
 
시스템반도체 사업의 양대 축인 시스템반도체에는 R&D 투자 위주로 진행된다. 시스템반도체 사업부에서는 모바일 프로세서, 이미지 센서, 차량용 반도체 등을 생산한다. 현재 삼성전자는 자사 갤럭시에 들어가는 모바일 프로세서(4위), 이미지 센서(2위) 등에서 일부 선전하고 있다.
 
▲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2030년까지 국내 R&D 분야에 73조원, 최첨단 생산 인프라에 60조원을 투자한다.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시스템 반도체 R&D와 제조 전문 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사진은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삼성전자]
    
특히 AP와 이미징센서 분야는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삼은 5G, 차량용 전장부품에서도 필수 반도체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5G 모뎀, 최신 프로세서 및 이미지센서 등을 갤럭시S10 모델에 먼저 탑재해 기술력을 증명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엔 자동차용 AP인 ‘엑시노스 오토’를 출시해 아우디 등의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납품도 시작했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삼성전자 ‘2030 반도체 비전’에 대해 “대규모 선제 투자로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세계 1위로 끌어올린 성공 방정식을 파운드리와 같은 시스템 반도체에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며 “삼성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캐치업(1위 따라잡기) 전략이다”고 평가했다.
 
한국경제 기둥 삼성전자,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 진입장벽 낮춰 생태계 강화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 업계의 적극적인 육성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실제로 국내 팹리스 업계의 경쟁력은 매우 미진한 수준이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가 발표한 ‘2018년 팹리스 기업 순위’(매출 기준)에 따르면 상위 50개 기업 가운데 국내기업은 실리콘웍스가 유일하다. 반면 ‘반도체 굴기’를 내걸고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중국은 하이실리콘, 유니그룹 등 10곳이나 된다.
 
특히 중국은 지난 2010년 팹리스 시장에서 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는데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점유율을 13%까지 끌어 올렸다. ‘반도체 굴기’라는 이름 아래 중국 정부가 반도체 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 게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퀄컴이나 애플, 엔비디아 등이 대표적인 팹리스 기업이다”며 “삼성전자가 지난 24일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에 팹리스 분야에 73조원을 투자키로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경희] ⓒ스카이데일리
 
다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에서 팹리스 지원 방안은 단연 돋보인다. 삼성전자는 인터페이스 설계자산(IP), 아날로그 IP, 시큐리티 IP 등을 팹리스에 개방하기로 했다. 쉽게 설명하면 삼성전자가 만들 수 있는 분야를 미리 기업에 알려주고 이를 반영해 제품을 설계하도록 유인한다는 뜻이다. 중소 팹리스 입장에서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한편 삼성전자와의 파트너쉽 구축이 쉬워진다.
 
구용서 단국대 교수는 “7나노, 5나노와 같은 미세공정 기술도 중요하지만 결국 파운드리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IP를 보유하고 있느냐에 달렸다”며 “이제 수요가 높은 자율주행이나 AI 분야에서 팹리스들이 많이 등장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위탁생산물량 기준을 완화하기로 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으로 꼽힌다. 중소형 팹리스는 퀄컴·애플 등 메이저 업체와는 달리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을 택하고 있다. 물량 기준을 넘기 힘든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대만 파운드리 업체, DB하이텍 등에 물량을 맡겨왔던 국내 중소형 업체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됐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국내 업체가 삼성전자와 거래할 수 있는 문턱이 한층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이 팹리스 생태계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데 대해 업계는 크게 환영하고 있고 관련 시장이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메모리 쪽으로의 인재 유입도 기대된다. 구용서 교수는 “삼성그룹의 이번 발표로 대학에서부터 비메모리 인재 양성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지는 셈이다”며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자회사인 시스템IC가 중국으로 생산설비를 이전하는 것도 중국에 팹리스가 많아 물량을 따기 쉽기 때문이다”고 진단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삼성전자가 3%에 그치는 비메모리 시장에 적극 투자할 경우 반도체 산업 전체의 경쟁력 강화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며 “메모리에서 쌓은 노하우와 기술력을 활용할 경우 삼성전자가 제시한 비전은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말했다.
 
[나광국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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