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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초]-개그맨 황기순

“‘인생 패자부활전’성공한 뒤 긍정의 힘 전파하죠”

도박으로 모든 것 잃은 뒤 재기…도박 중독 강연·봉사활동에 전념

이한빛기자(hblee@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5-06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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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맨 황기순씨는 유명 개그맨으로 인기를 구사하던 중 도박으로 큰 실패를 맛봐야 했다. 하지만 불굴의 의지로 ‘인생 패자부활전’을 보여주며 재기에 성공했다. 그는 강연과 봉사활동을 통해 세상에 도움되는 일을 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인생에서 패자부활전이란 기회를 얻는 것은 쉽지 않다. 대부분 눈앞에 펼쳐진 현실에 좌절하는 것은 물론 실패한 존재라는 사회적 시선 때문에 쉽게 주저앉기 마련이다. 하지만 실패를 극복하고 당당히 세상 밖으로 나와 긍정의 힘을 보여주는 사람들도 있다.
 
개그맨 황기순(56·) 씨는 과거에 인기 개그맨으로서 유명세를 누렸지만, 도박이라는 잘못된 길로 빠져들어 삶의 밑바닥까지 추락했었다. 벼랑 끝까지 갔었던 그는 당시의 경험을 자양분 삼아 성실하게 활동하며 재기에 성공,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인기 개그맨에서 도박으로 추락주변 도움에 재기 성공
 
황기순 씨는 1982MBC개그콘테스트를 통해 데뷔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만 19세였으며 말 그대로 얼떨결에 상을 받았으며 바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제 고향이 대전인데 80년대에만 해도 연예계나 방송계에 진출하는 건 상상도 못하던 때였어요. 저도 한때 많이 까불고 다녔지만 꿈을 이룰 방법을 몰랐죠. 그런데 1982년에 제2MBC 개그콘테스트가 열린다고 해서 무심코 지원했죠. 얼떨결에 예선을 거쳐 본선까지 올라갔고 결국 상을 받으며 데뷔하게 됐어요
 
황 씨는 군복무를 마친 1987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MBC의 간판 프로그램이었던 청춘만만세일요일밤의 대행진등에 출연해 척 보면 앱니다란 유행어를 통해 인기를 끌었다. 두 번의 방송 만에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고 장난삼아 그의 집 초인종을 누르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상당했다.
 
당시엔 두 개의 지상파 채널만이 있던 시기여서 방송으로 인한 파급력이 컸어요. 방송을 따라하는 사람도 많았고 일정도 많아 눈코 뜰 새가 없었죠. 하지만 제가 인기의 파급을 느낄 나이는 아니었어요. 사람들이 많이 관심 가져줘도 이게 뭐지하고는 정해진 일정대로 방송하고 그랬죠. 좋긴 좋았지만 얼떨떨한 느낌이었어요. 당시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난 후 되돌아보니 그게 부작용이더라고요
 
이처럼 탄탄대로를 달리던 그의 인생에 위기가 찾아왔다. 도박에 중독되면서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놀이, 내기 차원으로 시작했던 도박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놀이를 넘어서게 됐고, 결국 그를 옭아매는 도구가 됐다.
 
처음엔 동료들과 즐기던 단순한 놀이였어요. 그렇게 즐기다 보니 제 주변에 소위 말하는 들이 저를 둘러싸고 있더라고요. 벗어날 수 없게끔 환경이 조성됐죠. 저는 일 말고는 다른 곳에 신경쓸 겨를도 없이 집중했기 때문에 더 거기서 벗어나기 쉽지 않았죠. 도박을 하면서 간이 오그라든다는 말을 실제로 느낄 수 있었어요. 절박함을 알면서도 빠져나오지 못했고 머리로는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몸은 도박을 했죠
 
▲ 황기순 씨는 1982년 만 19세의 나이로 코미디언에 데뷔해 인기 개그맨으로 이름을 날렸다. 1990년대 후반 해외원정 도박으로 도피생활을 했던 그는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아픈 과거를 극복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더 강해졌다고 회고했다. ⓒ스카이데일리
 
필리핀에서 원정도박을 했다는 사실이 전해진 이후 황 씨는 절망과 자책이 섞이면서 2년 동안 도피생활을 했다. 그때를 회상하던 황 씨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왔구나, 내 인생이 이렇게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절망 그 이상이었어요. 자책은 물론이고 후회는 더할 나위 없었고 반성도 하면서 이게 꿈이었으면 하는 터무니없는 바람도 가졌을 정도로 많이 힘들었어요. 성격적으로 누군가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할 용기도 없었고 필리핀에선 한국 분들을 만날까 두려워 일부러 피해 다녔어요. 죄의식도 있고 눈에 띄면 잡혀가는 게 아니냐는 강박관념도 있었죠. 괴로움과 두려움 속에 2년의 시간을 보냈어요
 
벼랑 끝에 섰던 그는 여러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귀국 후, 1년 동안은 사람을 피해 은둔 생활을 했다. 하지만 동료 선후배들은 그를 무대에 세워 용기를 주었다.
 
당시 솔로몬이란 이름을 쓰는 교민 분이 많은 도움을 줬어요. 그분 덕분에 한국에 돌아갈 용기를 냈죠. 돌아온 뒤 1년은 사람들이 나만 쳐다볼까 무서워 돌아다니지 않고 TV만 보면서 모르는 사람을 인터넷으로 찾는데 집중했어요. 하지만 동료, 선후배들이 저를 억지로 끌고 가서 무대에서 인사하게 준비를 해줬죠. 그렇게 반복하다보니 기피증이 사라졌어요. 이후 주병진 선배가 제작한 연극에 캐스팅돼 몇 달 동안 공연을 했고 경인방송(ITV)에서 하던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무대에 조금씩 적응하고 단련될 수 있었어요
 
재기 성공 이후 강연·봉사 통해 긍정 에너지 전파해
 
재기에 성공한 황 씨는 각종 방송에서 패널과 게스트로 출연하고 공중파와 민방, 케이블 방송에서 MC를 보는 등 활발하게 방송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 도박 중독 관련 강연과 긍정의 힘을 전파하는 내용의 강연을 하고 있다. 그는 도박은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중독인 만큼, 도박에 빠질 경우 꼭 주위에 고백하라고 당부했다.
 
도박은 중독성이 강해요. 마약보다 더 빠져나오기 힘든 게 도박이라고 생각해요. 사회적으로 보면 도박이 각종 범죄의 단초가 되기도 하죠. 잃은 돈을 찾기 위해 알면서도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셈이죠. 그래서 저는 도박을 감추지 말고 커밍아웃해야 주변의 유혹에서 멀어지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항상 강조하고 있어요
 
“또한권영찬닷컴에서 긍정과 관련된 강의도 하고 있는데 언젠가부터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생활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예전에는 저도 감정적이고 몸으로 표현하는 대응을 했는데. 이젠 이성적으로 생각하면서 긍정적으로 접근하려고 하다 보니 불미스런 일이 생길 소지가 많이 줄어들더군요. 그래서 제가 겪은 것을 예로 들면서 웃음이 주는, 긍정적인 것이 힘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 황기순씨는 현재 방송활동 뿐만 아니라 도박 중독 관련 강연, 긍정 관련 강연 등으로 자신의 경험을 전달하고 있다. 또한 휠체어 보내기 운동 등 17년째 봉사활동에도 집중하며 장관상, 대통령상 등을 수상했다. ⓒ스카이데일리
 
황 씨는 17년째 휠체어 보내기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처음에는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봉사활동이 주는 보람을 깨달은 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다. 그동안 약 2500여대의 휠체어를 기증한 그는 2005년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2014년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처음엔 보잘 것 없는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장애인 시설에서 저를 초대하더라고요. 별게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 정말 큰 감동으로 되돌아왔어요. 봉사를 이어가면서 어렸을 때 누님이 해주시던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나를 기준으로 보면 남한테 주는 행동이 내게 더 큰 것으로 되돌아온다는 이야기였죠. 실제로 모르는 사람들이 좋은 일 많이 한다고 말할 때마다 내가 헛된 일을 한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황 씨의 이러한 노력에 고()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패자부활전에 성공한 인생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이 사회가 패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환경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패자가 패자로 끝나는 사회가 아니라, 부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제도나 환경이 필요해요. 사회든 조직이든 패자에 대해 매몰차게 하는 의식보다는 잘못됐지만, 저 친구에게도 뭔가 바뀔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재활용해 다시 쓸 수 있도록 했으면 해요. 저도 열심히 노력해서 그렇게 됐으니까요
 
그는 실패로 좌절하는 사람들에게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또한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노력하라고 당부했다.
 
내가 가진 능력보다 더 많은 부담이 오면 불가능하다고 포기하곤 하는데 사실 다 되더라고요. 저도 빚을 처음 갚을 때 2만원부터 송금했어요. 처음 할 때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할 수 있다는 신념이 뒷받침 되다보니 어느덧 다 갚게 되더라고요. 이뤄질 수 없는 일, 현실이랑 동떨어진 일이라고 생각하고 내려놨는데 실제로 체험하니까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어요
 
절망 끝에서 재기에 성공하며 인생 패자부활전에 성공한 황기순 씨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성실하게 활동하며 열심히 일에 열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멋모르고 시작해서 운이 좋아 평생 직업으로 삼고 시작했는데, 다 내려놔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로 인해 끝났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계속 한 우물을 파며 가면서도 돌다리를 많이 두들겨 보려고 해요. 크거나 거창한 계획은 없어요. 내가 일을 찾아서 만들자는 것 하나에요. 재주는 부족하지만 성실이 무기라는 마음으로 일하다 보면 어느 시기가 됐을 때 좋은 평가를 받은 황기순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한빛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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