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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의 성경&정치·경제

文의 ‘공정(公正)’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총선 앞두고 예산 살포…박근혜 실패 타산지석 삼아야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0-01-11 11:07:14

“어리석은 자의 퇴보는 자기를 죽이며 미련한 자의 안일은 자기를 멸망시키려니와 오직 내 말을 듣는 자는 평안히 살며 재앙의 두려움이 없이 안전하리라”<잠언 1 : 32 ~ 33>
 
▲ 深頌(심송) 안호원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한국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얼굴을 마주 대하는 것과 머리를 마주 대하는 건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한국말로는 별 차이를 말하기 어렵지만 영어에서의 얼굴(face)과 머리(head)는 의미가 다소 다르게 해석된다. ‘face to face’는 둘 뿐 아니라 셋 이상 여럿이 대면하는 상황에서 쓰이는 말이라면 ‘head to head’는 두 사람, 혹은 두 그룹이 대결하는 상황에서 쓰인다.
 
최근 핫 이슈가 되고 있는 청와대, 여권, 법무부, 검찰청 간의 사투(死鬪)를 보면서 face to face와 head to head 어떤 것에 의미를 둘지 망설여진다. 직접 얼굴을 맞대고 하는 만남은 face to face meeting, 그렇게 만나서 나누는 대화는face to face conversation이다. 그러나 적대적인 상황에서 승부를 내야하는 두 사람의 만남을 말 할 땐 face to face 대신에 head to head를 쓴다. 경쟁(competition) 이나 대결(battle)과 어울리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을 향해 ‘이쯤 되면 막 자는 거지요’라고 말했던 것처럼 문재인 정부가 막 가자는 건지, 추미애 법무부장관 말처럼 이 정권이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인지 도대체 분간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이 말로는 공정(公正)을 강조하는 데 과연 무엇이 공정인지 이해 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럽기만 하다.
 
지난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고 하면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모두를 섬기겠다”고 말했다. 또 공정을 수차 강조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4년차를 맞아 방향 전환보다 주마가편에 방점을 찍은 국정 청사진을 내놨다.
 
지난 7일 신년사를 통해 정부가 추진해 왔던 노동시간 단축, 고교무상교육, 부동산 투기 퇴치 등을 지속할 것임을 밝혔다. 권력기관 개혁도 빠뜨리지 않았다. 북한의 비난으로 북미 중재자 역할이 힘을 잃었음에도 불구, 북한 김정은 답방을 재언급하며 남북관계에서 독자 행보가능성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거론했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언급했다. 또 스포츠 협력과 함께 남북 간 철도, 도로 연결 사업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의 실현을 위해 관계부서에 준비 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조만간 정부가 행동으로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신년사 어디에도 검찰이라는 두 글자는 없었지만 검찰에 대한 압박과 반감의 표현으로 느낄 수 있는 문구들이 많았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와 관련해 “누구나 법 앞에서 특권을 누리지 못하고 평등하고 공정하게 법이 적용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라며 “공수처 설치로 ”더욱 공정한 사회가 되고 더욱 강한 사회적 신뢰가 형성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년사 전반에 등장하는 권력기관이 검찰을 지칭한 것임은 쉽게 짐작 할 수 있다.
 
신년사를 뒤집어보면 현재의 검찰 수사 및 기소 독점 체제에서는 법 적용이 평등 또는 공정하지 않으며 수사기관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약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검찰에서는 “현재 공정의 기치를 바로 잡기위해 가장 크게 노력하는 기관이 검찰인데 검찰이 마치 반(反)공정의 대명사인 것처럼 언급돼 있어 씁쓸하다“고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공정을 12번이나 언급 한 것도 주목을 받았다. 특히 교육·채용·직장·사회·문화 전반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게 공정이 새롭게 구축돼야 하고 공정에 대한 국민의 높은 요구를 절감했고 정부는 반드시 이에 부응 할 것이라고 밝힌 것을 두고 조국 사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조국 사태가 절정으로 치달았던 지난해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이와 비슷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해야 하는 국내적 변수도 신년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있다. 이를 의식하듯 노선 변화 대신 지금까지 했던 대로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예산 풀기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엊그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상반기 재정 조기 집행 목표를 역대 최고 수준인 62%로 설정하고 일자리 사업은 1분기 안에 37%를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 여당의 예산 조기 집행 계획은 그 규모와 내용에서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이라는 의심을 사기엔 충분했다. 62% 집행시기가 상반기라고 했지만 총선을 앞둔 1분기에 지출 계획이 집중돼 있다. 지난해처럼 또 적자 국책을 발행해 추경을 편성하면 된다는 꼼수를 둔 것 아닌가.
 
조기 집행 내역에서 선심성 현금 살포가 주를 이루는 것도 문제다. 한 겨울에 60세 이상 단기 일자리사업으로 1조원을 쓰고 설 전후에는 소상공인 중소기업 자금 지원과 만기 연장 등으로 90조원을 풀 계획이다. 근로·자녀·장려금 1200억원도 설 전에 풀고 국민 생명 지키기 관련 예산의 81%도 1분기에 집행하기로 했다.
 
최근 새해 첫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속도전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총선 전 예산 배정과 집행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예산이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일단 풀고 보자는 식의 분위기에선 예산 집행에 대한 효과적인 감사와 견제가 제대로 작동하기가 힘든다는 게 아쉽다.
 
문 대통령과 여권이 초조하기는 한가 보다. 그래서 이처럼 공수처를 만들고 예산집행을 서두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난해 말 여당과 범여 군소정당이 결집해 512조의 2020년 예산안,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나라의 형사시스템을 뿌리째 바꾸는 공수처법을 강행 처리했다. 의석 뒷거래로 권력을 남용하고 민주주의를 일탈한 폭거는 반드시 국민의 분노와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올 예산안에는 가뜩이나 선심성 현금 살포 성격의 복지 항목이 가득하다. 예산 512조원 중 복지 예산이 180조원이나 된다. 25조원이 넘는 대규모 일자리 예산이 잡혀있지만 정부 정책이 노인용 단기 일자리만 늘렸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특히 생산성 없는 공무원을 증원하면서 일자리 수치를 높이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경기 악화로 세수가 줄어들면서 예산 마련을 위해 올해도 별 수 없이 적자 국채 60조원을 발행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총선용 매표(買票)행위라는 정권의 사(邪)까지 끼어선 나라 살림은 꼴이 아니게 된다. 유권자인 국민들이 이런 현혹에 빠져들어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경제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국민들이 아우성인데도 문 대통령은 여전히 경기 회복세를 강조한다.
 
대통령이 잘못된 사고를 갖고 있는 건지 가신(家臣)들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잘못된 보고를 하는건지 몰라도 대통령을 거짓말쟁이로 만들고 있다. 특히 현실 경제 오독(誤讀)-자화자찬–소득주도성장 기조 유지의 행태가 이어지는 것이 문제다.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규모가 훨씬 큰 미국보다 성장률이 낮은 점만 봐도 한국 경제에는 이미 빨간 불이 켜진 상황”이라며 “보고 싶은 것만 보지 말고, 믿고 싶은 것만 믿지 말고 제대로 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어느 경제학자는 “소득부양 정책은 복지 정책으로 의미가 있지만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경제 주체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민간 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경제 정책의 패러다임을 확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 국회의 부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지난해 국회 협치는 사라졌고 민생은 뒷전이었다. 극렬한 정치 갈등 속 그 기회비용은 소외된 이웃의 삶이었다. 문 대통령이 강조하는 공정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신뢰감도 없다. 그런대도 청와대 비서관, 행정관을 지낸 대통령 참모들의 총선 출마가 줄을 잇고 있다. 어림잡아 7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단지 청와대 경력을 앞세운 대통령 참모들이 문심을 등에 업고 후보 경선에서 불공정경쟁을 펼친다면 그 피해는 부메랑이 되어 민주당 전체로 돌아갈 것이다.
 
지난 시절 총선 당시 진박 감별사 논란을 감수하면서도 자신에게 우호적인 후보들을 내보냈지만 결국 선거에 참패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문 정권은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하고 선동하지 말라. 권력은 영원하지 않다.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베드로전서 5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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