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세대와 빠 결합으로 한국 민주주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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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원로 최장집, 서울대 연구소 발간 논문서 비판

"빠는 강고한 결속력·공격성으로 이견·비판 공격하며 언론자유 제약
정당과 시민운동, 특혜와 지원을 대가로 정치적 지지 교환하는 관계
공수처법, 대통령에 엄청난 권력 줘… 진보 정치인들 도덕성에 문제"

오주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7-20 13:01:00

▲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민중가수 안치환에 이어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까지 진보진영에 속한 인사들이 잇따라 문재인정부를 비롯한 집권세력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 ⓒ스카이데일리

진보 성향의 원로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문재인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 교수는 지난달 말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가 발행하는 ‘한국정치연구’에 기고한 ‘다시 한국 민주주의를 생각한다’ 는 제하의 논문에서 “촛불시위 후 문재인정부의 등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새 단계에 들어가는 전환점으로 기대됐다”며 “그러나 지금 한국 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위기는 학생 운동권 세대의 엘리트 그룹 및 이른바 ‘빠(극성지지자)’의 결합에 따른 정치적 실패에서 왔다”며 “‘빠’ 현상은 강고한 결속력·공격성을 핵심으로 한 정치운동이다. 가상(인터넷)으로 조직된 다수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론을 주도하고 이견·비판을 공격하면서 사실상 언론자유를 제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이들은 정당 지도자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고 실제 공천·선거과정에서 집단을 동원해 영향력을 발휘한다”며 “결과적으로 정당정치·선거 과정에서 부정적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언급한 ‘빠’는 문 대통령 열성지지층으로 해석됐다.

최 교수는 시민단체 출신 정치인들도 비판했다. “특정 시민운동 출신들이 선거를 위해 급조된 정당 후보로 선거에 나서고 국회의원으로 선출되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시민운동이 곧 정당이고, 정당이 곧 시민운동인 현상이 현실화됐다. ‘특혜와 지원을 대가로 정치적 지지를 교환하는 관계’가 자리잡았다”고 했다.

‘빠’와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 커넥션으로 얽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급조된 정당’은 열린민주당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최 교수는 운동권·열성지지층 결합과 커넥션으로 인한 폐해도 문제시했다. 그는 “대통령·집권세력이 각종 개혁 요구를 정치적 다원주의 방법으로 수용하고 통합하기보다는 독점적이고 일방적으로 대응했다”며 “촛불시위가 중도는 물론 합리적 보수를 아우르는 사회적 대연정, 탄핵정치 동맹 성격을 가졌다는 게 부정됐다”고 일갈했다.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에 대해 ‘지극히 위험한 법’으로 규정했다. 그는 대통령이 공수처장 임명권을 갖는 것을 두고 “강력한 대통령에게 또 다른 엄청난 권력을 부여하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며 “검찰개혁이 왜 최우선 개혁 어젠다가 돼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설득력 있는 답이 없다”고 했다.

집권세력의 도덕성도 언급했다. 최 교수는 “개혁을 주창하는 진보 정치가들이 스스로 도덕적 개혁자를 자임하더라도 실제 현실은 그들이 설정한 높은 도덕적 기준에 비슷하게라도 다가가지 못 한다”며 “새 정치계급이 된 학생운동 세력 그 자체가 문제가 됐다”고 했다.

[오주한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오주한 기자 jh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