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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국민건강보험공단 근로 환경

국민건강 내세운 건보공단, 상담직원 곡소리 나몰라라

위탁업체 소속 고객센터 상담 직원, 건보공단 동일 업무에도 임금·환경 차별

‘건보공단-하청업체-상담 직원’ 구조…처우 개선 외면 직원 쥐어짜기 급급

하청업체, 매출액=건보공단 도급비…수익 내세워 직원에 갑질·인권 침해 만연

오창영기자(cyoh@skyedaily.com)

기사입력 2021-02-03 14: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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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간접 고용된 고객센터 상담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로 환경을 지적하며 처우 개선을 위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공단은 상담 노동자들의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건보공단과 하도급 계약을 맺은 민간 위탁 업체들이 상담 노동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도 부지기수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지역본부. ⓒ스카이데일리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에 간접 고용된 고객센터 상담 직원들이 열악한 근로 환경을 지적하며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건보공단 직원들과 똑같은 업무를 담당하는데도 민간 위탁 업체에 소속됐다는 이유로 부족한 임금과 취약한 근로 환경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건보공단과 하도급 계약을 맺은 민간위탁업체들이 상담 직원들의 인권마저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건보공단이 하청업체에 고객센터 콜 수를 더 늘리라며 압박하다보니 민간위탁업체가 노동자를 쥐어짜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담 직원들 사이에선 건보공단이 처우 개선 책임은 외면한 채 근로 환경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임금·처우·근로 환경 개선 요구…건보공단·하청업체 책임 떠넘기기 급급
 
고객센터에서 전화상담 업무를 맡는 민간위탁업체 소속 콜센터 직원 800여명이 공단 측에 직접 고용을 주장하면서 이틀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공단은 콜센터 직원의 민간위탁업체 정규직 전환은 협의기구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당장 직접 고용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2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조합원은 지난 1일부터 전국 6개 지역 11개 고객센터에서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전체 상담사 인력 1600명 중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은 절반 수준으로 알려졌다. 건보공단이 고객센터 업무를 위탁한 11개 업체 중 10곳이 파업에 참여했다. 콜센터 직원은 위탁업체 소속 정직원이다.
 
건보노조가 총파업 카드를 꺼내 든 건 지난해 9월부터 벌여 온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각 민간 위탁 업체들과 수차례 임단협 교섭을 진행해 왔으나 노사 간 이견이 커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됐다.
 
노조는 임단협 교섭에서 2020년 서울시 생활 임금 1만523원을 기준으로 산정한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각 하청업체들은 건보공단의 승인이 있기 전에는 노조의 요구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노조는 사측이 어떠한 수정안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건보노조는 “‘건보공단-하청업체-상담 노동자’로 이어지는 하도급 구조에서 상담 노동자들의 임금과 처우, 근로 환경 등을 개선할 여지가 없다”며 “이러한 구조적 원인 때문에 노조는 건보공단에 대화를 촉구하기 위해 총 파업 카드를 꺼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는 현재 하청업체를 통해 운영 중인 고객센터를 건보공단 소속으로 직영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상담 노동자들이 수행하고 있는 업무가 건보공단 근로자들의 업무는 물론이고 건보공단이 담당하지 못하는 영역의 업무까지 추가로 처리하고 있어서다. 
 
▲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가 이달 1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민간 위탁 업체에 도급을 줘 운영 중인 고객센터를 직영화하라며 공단 이사장에게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사진은 총파업에 돌입한 노조가 공단 이사장에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모습. [사진=공공운수노조]
 
건보노조에 따르면 상담 노동자들은 건강보험 자격, 보험료, 보험 급여, 건강검진, 노인 장기요양보험, 4대 사회보험 징수 통합 등 1060여개의 핵심 업무를 숙지하고 민원 상담을 한다. 또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우즈베키스탄어 등 외국어 상담뿐만 아니라 청각 언어 장애인을 위한 수어 상담, IT 상담, 장기요양 청구 등의 업무까지 맡고 있다.
 
이들 상담 노동자들의 민원 업무 영역이 대폭 확대되면서 노동자 한명 당 매일 최소 120건 이상의 상담 민원을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00여명이 넘는 상담 노동자들이 처리하는 상담 민원은 연간 총 3500만건에 이른다.
 
게다가 민간 위탁 업체 소속 상담 노동자들은 건강보험 가입자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연락처 등 기본적인 개인 정보뿐만 아니라 가족관계, 출입국 이력, 장애 정보, 재산 상황, 소득, 병원 검진 기록, 임신·분만 예정일, 시설 수용 이력 등 매우 민감한 개인 정보까지 열람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보노조는 “과연 국민들이 하청업체 소속 상담 노동자들이 민감한 개인 정보를 모두 열람하는 것에 동의하는지 묻고 싶다”며 “노동자들이 전문성을 쌓는 숙련 과정이나 민감한 개인정보를 유출 없이 관리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제도 운영 당사자인 건보공단이 관련 업무를 하청업체에 넘겨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고객센터가 없는 건보공단은 존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불구하고 공단은 민간 위탁이라는 이유로 상담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결정을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건보공단에서 열악한 근로 환경에 놓인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숙영 건보노조 지부장은 “국민연금공단과 근로복지공단은 이미 민간 위탁 업체 운영의 폐해를 인식하고 공공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 고객센터 직영화를 결정하고 상담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했다”며 “그러나 이들 기관과 달리 건보공단은 공공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저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청업체, 건보공단 도급비로 매출 올려…상담 콜 수 압박에 인권 침해 부지기수
 
상담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민간 위탁 업체들은 건보공단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건보공단과 하도급 계약을 맺은 이상 하청업체로서 원청이 요구하는 상담 민원을 최대한 처리해야 해서다.
 
실제로 민간 위탁 업체들은 상담 노동자들이 처리하는 콜 수에 따라 수익이 좌우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건보공단의 고객센터를 운영 중인 서울 소재 하청업체 3개사의 2019년 용역 수익은 △메타넷엠플랫폼 2734억원 △유니에스 3802억원 △효성ITX 2975억원 등이다.
 
이들 업체들 중 메타넷엠플랫폼은 용역 수익으로만 100%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니에스의 경우 2019년 매출액 3820억원 중 용역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99.5%에 달했고 효성ITX는 2019년 매출액 3781억원 중 78.7%가 용역 수익이었다. 민간 위탁 업체들이 건보공단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 상담 노동자들은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민간 위탁 업체들이 공단으로부터 상담 노동자들이 처리하는 상담 민원 콜 수로 업체의 유능함을 평가받는 탓에 콜 수를 늘리기 위해 노동자들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해 2월 공단 고객센터 내 직장 갑질에 대해 규탄하는 모습.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하청업체들이 용역 수익을 통해 대부분의 매출을 올리는 탓에 고객센터 상담 콜 수를 얼마나 처리하는지 여부가 한 해 실적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많은 상담 노동자들은 업체로부터 과도한 양의 상담 민원을 처리하도록 강요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건보노조는 “민간 위탁 업체들은 건보공단으로부터 상담 노동자들이 처리하는 상담 민원 콜 수로 업체의 유능함을 평가 받는다”며 “이에 하청업체들은 콜 수를 늘리기 위해 노동자들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콜 수 압박에 화장실에 갈 시간조차 없어 기저귀를 차고 상담하는 노동자가 있는가 하면 생리휴가를 요구하는 노동자에게 생리대 제출을 운운하는 등 상담 노동자의 인권이 크게 침해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건보노조 광주지회는 “인권 모욕적인 일이 건보공단 고객센터 모든 지회에서 만연하고 있다”며 “건보공단이 상담 업무를 하청업체에 오롯이 떠넘긴 상황에서 보건휴가에 대한 도급비를 제공하지 않으니 업체들은 도급비로 청구하지 못하는 휴가를 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민간 위탁 업체들이 매출 올리기에 혈안이 돼 상담 노동자에 과중한 업무를 부여하고 성과 위주 평가를 일삼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노동자가 업무를 숙지했는지 여부를 상시 모니터링 및 녹취·감시를 통해 점검하는 하청업체의 태도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또 상담 노동자들의 인권이 공연하게 침해되고 있는데도 원청인 건보공단은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보노조는 “상담 노동자들은 인간이기 보다는 기계 취급을 받는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국민의 건강과 복지를 책임진다는 건보공단이 상담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와 근로 환경을 방치하고 있는 가운데 이 땅의 국민이자 공단의 업무를 수행하는 동료인 노동자들은 민간 위탁 업체들의 부당한 횡포와 직장 갑질에 시달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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