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회의, 압도적 다수로 불기소 결정

/朴, 이번엔 ‘합동감찰’ 카드로 강경대응

/여권의 과거 사건 뒤집기, 실패만 계속

/인디언 기우제식 불복, 이제는 멈춰야

 

 

지난 한 주도 한국은 법조 관련 뉴스로 온 나라가 들끓었다. 소위 ‘한명숙 모해위증 교사’ 사건이다. 사건의 실체는 이렇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건설업자로부터 9억원의 뇌물을 받은 죄로 기소됐는데 재판 당시에 해당 건설업자가 처음에는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가 나중에는 안 줬다고 번복을 했다. 그러자 담당 검사가 한명숙을 유죄로 만들기 위해 건설업자와 한방을 썼던 동료 재소자를 다그쳐서 건설업자가 평소에 한명숙에게 돈을 줬다고 떠들고 다녔다는 증언을 하도록 교사했다는 것이다. 박범계 법무장관은 헌정사상 네 번째, 이 정부 들어 세 번째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이 사건 기소 여부를 논의하라고 검찰총장(대행)에게 지시했다. 그러나 대검 회의에서 찬성 2표의 민망한 결과로 부결되어 버렸다.

 

비록 부결되었지만 전 정권에서 한명숙에 대한 기소는 무리한 면이 없지 않았다. 총리 재직 시절 총리 공관에서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인사 청탁 명목으로 5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었다. 5만달러면 100달러 지폐로 해도 500장이라서 매우 두툼할 텐데 그런 현찰 뭉치를 총리 공관에서 버젓이 주고받았다는 것을 믿기 어려웠고 결국 무죄가 나왔다. 그러자 검찰은 건설업자로부터 무려 9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또 기소했다. 이번에도 1심에서 무죄가 나왔다. 그러나 2심에서는 유죄로 뒤집혀 버렸다. 대법원은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배당했지만 결과는 유죄 확정이었다. 한명숙과 지지자들은 매우 억울해했지만 주목할 것은 9억원 중에 특히 3억원 부분은 대법관 전원 일치로 유죄가 확정되었다는 점이다. 건설업자의 3억원 수표가 한명숙 여동생의 전세자금으로 흘러 들어간 소위 ‘빼박’ 증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한명숙 측은 항변했다. 그 3억원은 한명숙의 보좌관이 건설업자로부터 빌린 돈인데 마침 전세자금이 부족했던 한명숙의 여동생이 그 돈을 빌려서 전세자금을 치렀을 뿐이라고. 그러나 이런 변명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역 건설업자가 3000만원도 아닌 3억원이라는 큰돈을 한명숙도 아닌 그의 보좌관에게 빌려주고 이 큰돈을 마침 전세자금이 부족했다는 한명숙의 여동생이 운 좋게 빌렸다는 것은 소설에나 존재할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하여튼 움직일 수 없는 증거로 유죄가 확정된 이상 한명숙은 승복하고 정치 무대에서 퇴장했어야 했다. 그러나 한명숙은 성경책에 손을 얹고 역사의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승복을 거부했던 것이다.

 

한명숙의 기도가 통했는지 정권이 바뀌자 반전이 일어났다. 그것이 바로 이번 모해위증교사 사건이다. 만약 출세욕에 불탄 검사가 한명숙을 죄인으로 만들려고 증언을 조작하려 했다면 이는 도저히 묵과될 수 없는 범죄이다. 철저한 진상 규명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이에 법무부 장관은 이 사건을 자체적으로 조사했던 대검 감찰부 임은정 검사의 의견을 들어보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라는 지시를 검찰총장(대행)에게 내렸다. 이에 대검부장들과 고등검사장들이 모여서 무려 13시간 회의를 하면서 임은정 검사에게 발표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기소 의견은 단 2표에 그치고 말았다. 7명의 대검부장 전원이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는데도 기소 의견이 겨우 2표라는 것은 임은정 검사의 기소 논리가 그만큼 무리였다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그러나 임은정 검사와 그의 상관인 대검 감찰부장은 이 결정에 승복하지 않았다. 특히 임은정 검사는 자신의 SNS에 만장일치가 아님에 감사한다는 소회를 밝혔다고 하는데 이런 태도는 마치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1명의 무죄 소수 의견을 구실로 영원히 무죄를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임은정 검사는 위증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검사에게 질문할 기회를 부여받았음에도 이를 사양했다고 한다. 임은정의 의견대로 기소를 할 경우 장차 법정에서 임은정과 기소를 당한 검사가 치열한 법적 공방을 펼쳐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임은정은 반드시 상대 검사를 날카롭게 추궁했어야만 했다. 자기 논리의 정당성을 입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고사했다는 점에서 임은정이 과연 검사가 맞는지조차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자신이 궁색했는지 임은정은 대검 회의장을 모래바람이 거센 광야에 비유하며 내일의 태양을 기다리겠다는 감상적인 표현을 쏟아냈다. 형법과 형사소송법에 의거하여 죄인을 법정에 세워야 할 검사가 그만 멀리 은하계로 떠나 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임은정에게 환호를 보낼 대중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법치주의를 부정하지 않는 한 원하는 결과가 나올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검찰과 법원을 탓하며 이들이 진실 발견을 막고 있다는 거짓 신화가 어느새 생겨 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신화가 생겨난 데에는 사실 대통령의 책임도 컸다. 대통령이 집권 초기에 장자연 사건과 김학의 전 법무차관 사건을 콕 찍어서 재수사를 지시하면서 검찰이 자기 식구와 유력 언론사 사주를 봐줬다는 의혹을 공식화해 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지지자들은 환호했지만 굳이 대통령이 직접 진상규명을 거론할만한 사건은 전혀 아니었다고 본다. 제주 4.3 양민 학살 같은 국가적 차원의 범죄도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결과는 어떠한가. 장자연 씨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전직 기자는 대법원에서 무죄가 나왔고 오히려 장자연 사건 전모를 아는 것처럼 행세해 의인 대접을 받았던 윤지오는 캐나다에 숨어서 나타나지를 않고 있다.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은 대통령의 지시를 따르기 위해서 가짜 서류로 그의 출국을 막은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되어 담당 검사와 법무부 출입국본부장이 법정에 설지도 모를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이쯤되면 대체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도 헷갈릴 지경인데 여전히 검찰이 진실을 숨겼다는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조국 사건 때 ‘인디언 기우제’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인디언처럼 검찰이 죄가 나올 때까지 조국 일가를 수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한명숙 사건으로 처지가 바뀔지도 모르겠다. 여당 의원 출신 법무장관이 한명숙 무죄가 나올 때까지 감찰권과 수사지휘권으로 인디언 기우제를 지내고 있다고 말이다. 실제로 박범계 법무장관이 22일 대검 회의의 불기소 결정을 수용하면서도 당시 수사 절차에 대한 합동 감찰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기우제를 쉽게 끝내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이 벌이는 과거사건 뒤집기 시도는 안타깝지만 인디언 기우제가 될 수 없는 운명이다. 인디언들의 기우제는 무조건 성공이 보장되어 있었다. 왜냐하면 자연법칙상 비는 언젠가 오고야 말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심 사유 없는 과거 사건 뒤집기, 증거 없이 유죄 만들기는 법원칙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정부와 여당이 벌이는 과거 사건 뒤집기라는 인디언 기우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제 기우제를 멈춰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