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의 동료는 서울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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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우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4-14 00:02:47

축구 경기를 보다가 답답함을 느끼는 팬들이 많을 것이다. 응원하는 팀이 좀처럼 전진하지 못하고 상대편에게 공을 빼앗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채널을 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때 한 선수가 상대 수비수들을 벗겨내고 상대 골문을 향해 달려가거나 동료 선수들에게 그림 같은 패스를 연결할 때 축구팬들은 환호성을 지르곤 한다. 그리고 그의 발끝을 떠난 공이 골문으로 빨려 들어갈 때 가장 큰 전율을 느낄 것이다.

공을 소유한 상태에서 압박이 들어오는 상대 수비수를 벗어나는 능력을 가리켜 ‘탈압박’이라고 한다. 탈압박은 현대 축구에서 중요시 여겨지는 능력 중 하나다. 공을 지켜내고 전진해야만 골을 기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탈압박은 선수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조직력이 뒷받침돼야만 성공할 수 있다. 온전히 개인의 능력으로 다수의 상대 수비수를 벗겨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공을 가지지 않은 선수들의 움직임과 연계 플레이 등을 통해 기회를 창출해야 하는 것이다.

탈압박이라는 단어는 축구 등 구기 종목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불리한 지형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탈압박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현재 오세훈 서울시장이 탈압박을 시도하고 있는 모양새다. 4·7재보궐선거(재보선)에서 57.50%의 득표율을 기록해 10년 만의 귀환에 성공한 오 시장이 시정이라는 공을 잡았지만 좀처럼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 시장을 둘러싼 이들은 서울시의회 109석 중 101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오 시장 당선 확정 직후부터 축하로 포장된 경고장을 날리고 있다.

서울시의회 민주당은 재보선이 끝난 직후인 8일 “권토중래해 돌아온 만큼 과거의 실패에서 반면교사할 때 서울시가 진정한 발전을 이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간 보여왔던 불통과 아집은 넣어두고 시의회와의 소통과 협력에 기반한 동반자적 자세를 가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과거 오 시장의 행보를 실패로 규정한 것이며 소통·협력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오 시장을 견제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최선·한기영 서울시의회 대변인도 같은 날 “‘시민행복’이라는 철학이 담긴 사업들이 전임시장의 사업이라는 이유로 유야무야되지 않도록 의회가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사업에 제동을 걸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다.

특히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오 시장의 35층 이상 건축 제한 해제 등을 시장 전결로 처리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으며 광화문 광장 공사 중단, TBS의 예산 지원 문제 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아무리 대선주자급 정치인이자 시정 경험을 갖춘 오 시장이라지만 단독으로 민주당의 두터운 수비를 벗겨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라고는 하지만 시의회의 지지 없이는 자신이 목표로 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자신과 함께 연계해 민주당의 빗장 수비를 뚫을 동료도 부족한 상황이다.

오 시장이 탈압박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공을 넘겨 준 서울시민들과 연계해야 한다. 자신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서울시민들이 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시민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터운 수비를 자랑하는 민주당 역시 오 시장과 연계 플레이를 전개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서울시의 주인이자 민주당을 따끔하게 질책한 시민들의 의견을 묵살할 경우 큰 비판에 직면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101명 대 1명의 대결처럼 보이지만 서울시민 57.50%과 101명의 대결이라는 사실을 오 시장도, 민주당도 잊지 말아야 한다.

[조성우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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