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3일 검찰총장 후보자로 김오수 전 법무차관을 지명했다. 야권에서는 추천 후보 중에 제일 꼴찌인 김오수를 지명한 것을 두고 “검찰 장악 선언”, “정권 호위 무사 선택”이라며 맹비난을 했지만 여당은 “사법개혁의 완수”라며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김오수 지명자는 소위 친정부 성향 인사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에 정치권의 이런 논란은 충분히 예견됐지만 필자의 눈길을 끄는 것은 전관예우(前官禮遇) 논란이다.

 

김오수 씨가 법무차관을 퇴직한 것은 작년 4월 27일인데, 9월부터 한 법무법인에 고문으로 취직하여 매달 1900만원을, 올해 1월부터는 매달 2900만원의 고액 보수를 받은 것이 이 정부 최장수 법무차관을 지낸 전관으로서의 후광 효과 아니냐는 논란이다. 법조계에서는 ‘사건 수임도 안 하는 변호사에게 로펌이 고문료로 8개월간 2억원이나 준 것은 전형적인 전관예우 케이스’라는 반응이고 혹시 사건 선임계도 내지 않고 소위 ‘몰래 변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의혹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김오수 지명자는 검찰 퇴직자 중에서는 현재까지 윤석열 전 총장을 제외하고는 최고위직이고 호남 출신에 법무차관을 2년 가까이 역임했으므로 검찰뿐아니라 법무부, 청와대까지 고르게 인적 네트워크를 가졌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은 많은데 형사 사건으로 다급한 처지에 몰린 이들에게는 법조 시장에서 가장 ‘핫한’ 변호사가 김오수 지명자일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런 의혹에 대한 김오수 지명자 측의 반응이다. 가장 문제되는 ‘몰래 변론’ 의혹에 대해서는 직접 반박하지 않고 ‘정식 고문 계약 후 매일 법무법인 출근해 업무를 수행하고 급여를 받았다’는 선문답같은 입장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매일 출근해서 일했는지가 아니라 구체적인 사건에서 전관으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가로 돈을 받았는지 여부이기 때문이다. 사실 김오수 지명자가 재직했던 것으로 알려진 법무법인은 변호사가 25명에 불과하여 소위 대형 로펌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공직자윤리법상 판검사는 퇴직일로부터 3년간은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의 법무법인 취업 시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 법무법인은 작년부터 이 기준에 포함되었을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접 사건 선임계를 내고 법정에 서거나 변호인 의견서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 고문에게 매월 2900만원이라는 거액의 월급을 지급할 여력이 될지에 대해서는 서초동 변호사라면 누구나 의문을 품어 볼 여지가 없지 않다. 그래서 외형은 자문이지만 사실은 검찰 단계 사건에 대해서 선임계를 안 내고 여기저기 수사 라인에 전화를 해서 사건을 축소하거나 무마시켜 주는 대가로 자문료를 받지 않았겠냐는, 검찰 전관예우에 관한 아주 오래되고 전형적인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몰래 변론’은 아직은 의혹에 불과하기 때문에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다. 그래서 ‘몰래 변론’ 의혹을 배제한다면 김오수 지명자측이 변명할 여지도 없지 않다고 본다. 그의 월급 2900만원을 연봉으로 환산하면 3억4800만원으로 거액이긴 하지만 2020년 3월 31일자 한국닷컴의 기사(“대기업 등기임원 평균연봉, 직원의 10배, 공기업은 2배”)에 의하면, 10대 그룹 상장사 미등기 임원의 평균 연봉 4억1200만원보다도 작고 등기임원 평균연봉 11억4400만원에 비교하면 훨씬 작기 때문이다.

 

김오수 지명자는 1994년부터 26년간,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가 모인 검찰이라는 직장에서 법무차관 반열에까지 올랐는데 이를 대기업에 적용하면 등기임원급에도 충분히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이전 정부에서 전관예우 고액 연봉 때문에 낙마했던 검찰 고위직 출신 정동기 전 감사원장 지명자, 안대희 전 국무총리 지명자, 나아가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로펌 재직 시 월급도 거의 1억원이었다. 그래서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김오수 지명자의 시장 가격은 재벌기업 등기임원급인 월 1억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2900만원으로 매도당하는 것은 매우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능력 있는 사람이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은 하나도 이상할 것은 없다. 검찰 고위직 출신이 처리했던 방대한 사건의 양과 질을 고려한다면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곧바로 변호사만 했던 이들이 따라잡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법조계 전관예우를 막기 위한 법적 장치도 이제는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법조계의 아주 고전적인 전관예우가 퇴직 직전에 몸담았던 법원이나 검찰청 앞에 바로 개업해서 어제까지 한솥밥 먹던 선후배, 동료 판ㆍ검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거액의 수임료를 챙기는 유형이었는데, 2011년 이후로는 퇴직 시 관할지에서는 1년간 개업이 금지되고 있다. 탈세의 온상이기도 했던 선임계 미제출 변론, 즉 ‘몰래 변론’도 2007년부터 형사처벌이 부과되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상 퇴직 판검사는 연매출 100억 이상 법무법인 취업 시 심사를 받아야 하고 퇴직 전 5년간 취급했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업무는 2년간 취급이 제한되고 있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방지법에 의하면 모든 변호사와 판검사 간에는 직무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판검사에게 사건 처리를 청탁하거나 1회 100만원 이상 접대를 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청탁이나 접대는 곧바로 뇌물죄와 연결될 수도 있지만 김영란법의 영향으로 사건을 떠나 단지 친분 관계가 있는 변호사와 판검사들 간에 술자리를 하고 변호사가 비용을 내는 문화도 이제는 거의 사라졌다. LH 사건으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이 지난 달 국회를 통과하여 1년 뒤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그야말로 전관예우를 막는 입법은 이제 아주 촘촘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위에 정책이 있으면 아래에는 대책이 있다’는 말이 있듯이 규제를 빠져 나가는 요령은 다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입법 장치를 떠나서도 시간이 흐를수록 전관예우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보는데 그 이유는 여성 법조인 배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전관예우라는 것은 사실 남성 중심의 소위 ‘마초 문화’와도 관계가 있는데 형님, 동생하며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고 나중에 선배가 술밥을 사주거나 골프 초대를 하고 인사철에 힘을 써주는 문화가 알게 모르게 전관예우를 뒷받침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성 법조인들에게는 이런 것이 별로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젊은 남성 법조인들 사이에서도 적당히 하다가 옷 벗고 선배처럼 전관예우 받아 돈 벌겠다는 신화는 이제 옛 얘기가 되었고 될 수 있는 한 오랫동안 판검사를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런 법조인들 입장에서는 굳이 퇴직한 선배의 부탁이라고 사건을 잘 봐줄 이유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래서 소위 ‘전관빨’이 여전히 통하는지에 대해서는 변호사인 필자도 의문이다. 오히려 전관 선임했다가 돈만 날리고 망친 사건을 돌고 돌아 연수원 출신 변호사에게 수임을 부탁하는 사례도 종종 들려온다.

 

그러나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고 전관예우가 꼭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보는데 전관예우 신화가 국민들 인식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즉, 국민들이 먼저 전관을 찾고 있다는 말인데 예를 들어 수임료를 많이 낼 형편이 안 되는 의뢰인들도 변호사를 고를 때 전관인지를 꼭 따지는 문화가 상당히 보편화되었고 설령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지라도 전관까지 선임해서 안 되면 어쩔 수 없으니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의 위안용’으로 전관을 찾는 수요도 상당히 있기 때문이다. 전관예우를 비판하지만 막상 자기에게 사건이 생기면 전관을 찾는 위선적인 문화인데, 이런 문화가 지속된다면 법조 시장이 왜곡되고 사법에 대한 불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보건대, 뿌리 깊은 전관예우 관행과 성공 신화를 근절시키는 방법은 결국 ‘전관’이 아예 배출되지 않게 하는 것밖에는 없다고 본다. 예컨대 프랑스의 경우는 판검사와 변호사의 배출 통로가 아예 달라서 판검사를 퇴직해도 변호사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앞으로 프랑스와 같은 제도적 개혁을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도 판사의 정년은 65세, 검사의 정년은 63세로 다른 공무원에 비해 길고 급여도 출발부터 많은 편이긴 하지만 더 과감하게 정년과 급여를 늘려주는 대신 변호사 개업을 아예 금지하는 입법이 절실하다고 본다. 예산이 들겠지만 사법에 대한 신뢰가 강화되고 법률 시장이 정화됨으로써 국민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더 크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 정부가 고등부장판사 승진 제도 폐지, 검사장 자리 축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등 법원과 검찰의 기득권을 축소시키는 여러 조치를 취했지만 전관예우 근절에는 별다른 성과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검찰이나 법원이 권력자의 편에 섰다고 한다면 그 이유는 이를 통해 고위직으로 출세해야 나중에 변호사 개업해서 전관예우로 돈을 많이 벌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변호사 개업을 금지시킨다면 더 이상 권력자의 눈치를 보는 일이 사라질 것으로 확신한다. 그래서 차기 정부에서는 이 문제가 반드시 논의되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