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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휘락의 안보정론

“북한 적화통일 포기”… 책임질 수 있는가

공존 제안 않는 북한, 비핵화 관련 노력도 없어…신뢰 가능한지 의구심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6-08 10:15:43

▲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
최근 일부 언론에서 북한이 노동당 규약에서 적화통일문구를 삭제하였다면서 이것을 남한과 공존을 모색하겠다는 북한의 변화로 해석하고 있다. 북한은 20211월 제8차 당대회에서 노동당 규약을 수정하면서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 과업 수행을 삭제하는 등 통일에 관한 문구를 대폭 축소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도 북한의 통일담론이 사실상 소멸됐다면서 북한의 대남전략이 변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이미 이를 계기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방의 문서상 글귀 몇 개가 달라졌다고 지금까지 추진해오던 대남적화전략을 포기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 성급할 뿐만 아니라 무책임하다. 개인 간의 싸움에서 상대방이 아무리 화해의 약속을 해도 행동의 변화가 있기 전에는 안심할 수 없는데 하물며 국가의 일을 이렇게 경솔하게 판단해서야 되겠는가? 그렇다면 도대체 북한은 핵무기를 왜 만들고 있는가? 국제사회의 온갖 경제제재를 무릅쓰면서도 방어적 목적을 훨씬 초과하는 수소폭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핵잠수함, 그리고 남한 공격용일 수밖에 없는 전술핵무기를 만드는 이유가 남한과의 공존을 위해서라는 것인가? 상대방이 총칼을 계속 사들이고 있는데, 글이 부드러워졌다고 믿으라는 것인가? 더군다나 북한은 남한에 대하여 말로도 공존을 하자고 제안한 적이 없다.
 
더군다나 이번 당규약이 개정되던 지난 1월에 북한의 노동신문은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해 조선반도의 안정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는데, 이것은 강위력(强威力)한 국방력에 의거해 조선반도의 영원한 평화적 안정을 보장하고 조국 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앞당기려는 우리 당의 확고부동한 입장의 반영이라고 주장한 바가 있다. 조지 테닛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지난 26일 미 상원 정보위에 출석하여 평양 당국이 한반도를 북한의 통제 하에 영구히 통일하겠다는 목표를 포기했다는 증거를 아직까지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북한문제 전문가인 양무진 교수도 북한이 공산주의로의 통일 의지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면서, 현재의 당규약 내용은 오히려 군사적 힘의 우위에 따라 자신들의 통일을 주도하겠다는 것으로서 이데올로기적 성향이 강한 통일전선보다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북한이 적화통일 목표를 포기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묻고자 한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을 때 책임질 것인가? 노동당 규약의 변화만으로 그렇게 추정하는 것이 학자다운 방식인가? 그러면 북한이 남한과의 대화와 협력을 모두 차단하고, 핵무력 증강에만 몰두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일본에 이런 말이 전해져 내려온다고 한다. “세상에 적의 말을 믿는 바보가 어디 있느냐? 적장의 말을 믿는 바보는 죽어 마땅하다.” 중국의 전국시대에 정()나라는 공주를 시집보내고 공격하려는 신하를 죽이면서까지 호()를 안심시킨 다음 일거에 공격하여 정벌했다. 1991년 남북은 비핵화 공동선언을 통하여 핵무기의 시험·제조·생산·보유·접수·저장·사용 금지에 약속하였지만, 북한은 그 동안 꾸준히 핵무기를 개발하여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되었고, 이로써 한국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다. 2018년부터 지속된 비핵화 회담에서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하여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위하여 이행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북한을 믿는다는 것인가?
 
개인이 건강을 잃고 나서 후회해봐야 소용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도 안보를 훼손한 다음에 후회해봐야 소용없다. 따라서 모든 국가는 적이 있든 없든 적지 않은 군대를 보유하게 되고, 적에 관해서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여 대비하는 것이다. ‘안전여유(safety margin)’라고 하여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태세보다 조금 더 강화하여 또다시 만전을 기한다. 그리고 그렇게 철저히 대비했던 국가들은 지금까지 강건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고, 이를 소홀히 했던 조선시대 우리 조상들은 일본, 중국으로부터 침략을 받았다. 대한민국도 북한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하다가 1950년에 기습남침까지 당하여 국가가 망할 뻔 했다. 기습적인 핵공격을 당하면 한국과 한국 국민들의 존속 여부가 위태로워질 것이다. 그런데도 문구 하나로 북한에 대한 경계심을 허물고자 하는가?
 
나름대로 북한을 잘 안다는 인사들에게 부탁하고자 한다. 그렇게 잘 알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북한을 설득해보라. 실질적으로 입증하지 못할 것 같으면 침묵하라. 북핵에 대한 억제와 대비 노력에 동참하지 못하겠거든 방해하지는 말라. 최소한 자식을 외국으로 도피시키지는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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