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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초]-김연경 현대 장신구 작가

“세상에 둘도 없는 빛을 담은 보석을 만들죠”

“보석은 빛… 내 손 거쳐 탄생한 빛이 누군가에게 단 하나뿐인 위로될 때 가장 행복”

오창영기자(cyoh@skyedaily.com)

기사입력 2021-06-29 00: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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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석은 자연에서 얻은 원석을 수없이 갈고 닦아야 비로소 탄생한다. ‘예쁘다’라는 수식어가 붙기까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투입돼야 하는 것이다. 여기 눈부시게 빛나는 보석의 매력에 빠져 원석을 통해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빛을 만들고 싶다는 이가 있다. 자신에게 보석은 빛과 같다고 말하는 김연경 현대 장신구 작가(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보석은 제겐 빛과 같아요. 저를 지금에 자리에 오르게 만들어 준 것은 보석이었고 아마도 앞으로도 저를 이끌어 갈 것 역시 빛일 거예요. 이렇듯 빛을 찾은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항상 감사히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탄생시킨 빛이 누군가에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위로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아요.”
 
보석은 전 세계 여성이 선망하는 아이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이 보석에 매료되는 이유야 많겠지만 그 중에서도 섬세하고 정교하게 연마된 보석에서 발현되는 영롱한 빛이 단연 으뜸일 것이다.
 
보석은 자연에서 얻은 원석을 수없이 연마해야 비로소 탄생한다. ‘예쁘다’라는 수식어가 붙기까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투입돼야 한다. 여기 눈부시게 빛나는 보석의 매력에 빠져 원석을 통해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빛을 만들고 싶다는 이가 있다. 김연경 현대 장신구 작가(47)가 그 주인공이다.
 
보석 가공 기술 배우려 과감히 독일 유학… 언어 장벽에도 삼고초려해 가르침 받아  
 
“둔탁한 원석을 디자인하고 연마해 세상에 하나뿐인 보석을 만들어요. 제 손으로 만든 보석이 사람들을 한층 빛내 준다고 생각할 때 그 뿌듯함은 이루 형언할 수 없죠. 그 때문일까요. 세상에 없던 새로운 보석을 매일매일 만들어 낸다는 데 큰 보람을 느껴요.”
 
김 작가는 아름다움의 근원을 빛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빛을 담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늘 고민해 왔다. 금속 공예를 전공했으나 투명한 소재나 재질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마음에 자리했던 것이다.
 
그러던 중 김 작가는 보석이야말로 빛을 담을 수 있는 최고의 작품이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커팅 방향이나 방식, 연마 정도 등에 따라 뿜어져 나오는 빛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게다가 어떤 원석을 사용하느냐에 따라서도 각자 다른 매력의 빛을 뽐내는 만큼 보석을 통해 빛을 담는 게 가장 좋겠다고 판단했다.
 
“원석은 가공 전의 원래 상태, 나석은 커팅이 된 상태를 말해요. 통상적으로 보석이라고 칭하는 것들은 나석이죠. 저는 원석 단계부터 제가 원하는 대로 직접 커팅을 하고 원하는 대로 조합해요. 그래서인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보석 작품’이라는 평을 듣곤 하죠.”
 
“그런데 국내에서는 보석과 관련된 영역이 세밀하게 나눠져 있지 않아요. 그래서 의외로 많은 사람이 제 작품에 대해 보통의 보석 디자인 제품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어요. 보석 디자인 제품은 이미 가공이 끝난 나석으로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러나 저는 원석을 직접 연마해 새로운 나석을 만들고 이를 활용해 보석 작품을 만들죠. 제 보석 작품에 독특하면서도 영롱한 빛이 담길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 덕분이에요.”
 
▲ 김 작가는 독일에 있는 유럽 정통 은기공예학교를 방문하면서 선진화된 유럽 보석 가공 기술에 놀랐다고 했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고 선진 기술을 배우기 위해 독일 포르츠하임 조형대학에 입학했다. 그러나 독일에서의 유학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독일어가 서툴렀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독일어를 100% 알아들을 수 없었기에 남들보다 배 이상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스카이데일리
 
 
이같은 철학을 토대로 보석 작품을 만드는 김 작가의 신념이 통했던 것인지 그는 지난해 ‘2020 KCDF 공예·디자인 공모전시’ 개인 작가 부문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어 자신의 이름을 딴 ‘김연경 보석장신구전: Natural Phenomena’ 전시를 열고 다양한 보석 작품을 선보였다. 또 매년 2명의 국내 공예작가들에게 주어지는 최고 권위의 상인 ‘2020 올해의 금속공예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쉽지 않은 길을 걸었다.
 
“처음부터 보석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제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기회가 찾아왔어요. 금속 공예를 전공하던 중 대학교 4학년 여름 방학 때 독일로 유학을 떠나게 된 거죠. 독일 유학 당시 귀금속 세공 등 보석과 관련된 강의를 듣게 됐는데 마치 신세계를 경험하는 것 같았어요. 보석의 매력을 깨닫는 순간이었죠. 더구나 한국과 다른 독일의 폭넓은 인프라에 감동 받아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는 욕구가 치솟는 걸 느꼈어요.”
 
김 작가는 독일에 있는 유럽 정통 은기공예학교를 방문하면서 선진화된 유럽 보석 가공 기술에 놀랐다고 했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고 선진 기술을 배우기 위해 독일 포르츠하임 조형대학에 입학했다.
 
“새로운 기법과 적용 기술을 배우고 싶어서 독일 유학을 떠났어요. 독일은 기존 형식을 파괴하거나 전복시키는 아방가르드한 현대 장신구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의 땅이었어요. 혁신적인 디자인을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독일 업계의 분위기는 저만의 작가적 시각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됐죠.”
 
“지금은 고인이 된 어머니께서는 제가 유학하는 걸 몇 날 며칠을 울며 반대하셨어요. 제 앞에서 우시는 어머니를 보니 유학을 가는 게 과연 맞는 일인가 고민되기도 했죠. 그러나 아버지께서 6·25 한국전쟁 때도 유학 간 사람들이 있었다며 어머니를 설득해주셨어요. 당시 IMF 외환위기로 집안 사정이 넉넉지 않았는데도 아버지의 든든한 지원 덕분에 독일 유학을 갈 수 있었어요.”
 
그러나 독일에서의 유학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김 작가의 발목을 잡은 것은 언어였다. 그는 당시 독일어를 100% 알아들을 수 없었기에 남들보다 배 이상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김 작가는 꿈을 위해 스스로를 더욱 채찍질했다. 현 시대 최고의 장신구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일면식 없는 세계적인 원석 가공 전문가를 무작정 찾아가기에 이르렀다.
 
“포르츠하임 조형대학 마지막 학기 때 이다오버슈타인 조형대학에서 교환학기 형식으로 강의를 들었어요. 보석 가공 기술에 대해 배우고 싶어서였죠. 때마침 해당 도시 근교에 현대 보석의 거장으로 불리는 베른트 문슈타이너(Bernd Munsteiner) 선생님께서 살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어요. 평소 그의 책을 읽고 존경하던 터라 무작정 그가 있는 학교로 찾아 갔죠.”
 
“문슈타이너 선생님은 현대 장신구 분야에서 마치 ‘피카소’ 같이 대단한 분이에요. 17세기 말 발명된 브릴리언트 컷(Brilliant Cut)이 수세기가 지난 오늘날까지도 사용되고 있는데 이 같은 관념화된 커팅 방식이 아닌 새로운 커팅 방식을 시도한 인물이 바로 문슈타이너 선생님이죠. 처음에 문슈타이너 선생님께서는 거절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다소 부족한 독일어 실력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수차례 찾아가 가르침을 부탁드렸어요.”
 
김 작가의 열정은 결국 거장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는 존경하는 스승의 지도를 받으며 직접 보석 가공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
 
▲ 김 작가는 대다수의 보석 작업이 몇 년이 소요될지 모르는 만큼 때론 지칠 때도 있지만 자신만의 빛을 담은 보석을 세상에 선보일 수 있다는 믿음에 기꺼이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작품 활동을 통해 한국 보석 디자인 분야를 이끄는 현대 장신구 작가로서 더욱 발전하고 싶다는 소망도 밝혔다. ⓒ스카이데일리
 
“1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그때를 되돌아보면 문슈타이너 선생과의 만남을 통해서 저만의 보석 디자인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할 수 있어요. 그때 제가 선생님께 가르침을 수없이 부탁드리지 않았다면 지금의 저는 어떤 모습일지 모르겠어요. 그래서일까요. 인생을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점을 깨우치게 됐죠.”
 
정형화된 보석의 형식·규칙 넘어 작가적 관점 제시 목표… “묵묵히 연구하는 작가 될 것”
 
한국에 돌아 온 김 작가는 독일에서 체득한 선진 기술을 바탕으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성북동에 위치한 갤러리 엘(Gallery EL)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이곳에서 원석을 디자인하고 연마해 작품을 만든다. 기자가 갤러리 엘에 방문했을 때도 김 작가는 다음 작품을 위해 원석을 연마하고 있었다.
 
그는 대다수의 작업이 몇 년이 소요될 지 모르는 만큼 때론 지칠 때도 있지만 자신만의 빛을 담은 보석을 세상에 선보일 수 있다는 믿음에 기꺼이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저는 금속과 더불어 보석을 직접 연마해요. 상업적으로 정형화된 보석에 기존의 형식과 규칙을 넘어 작가적 관점을 제시하고자 하죠.”
 
“제 보석 작품들은 원석의 특성에 따라 두 가지 작업 경향을 보여요. 투명한 원석은 비정형으로 연마해 빛의 반사 또는 굴절되는 시각적 효과를 다양하게 보여주죠. 반면 불투명한 원석은 빗면으로 커팅을 시도해 원석의 정면과 빗면이 동시에 보여주는 방식으로 새로운 공간감을 표현하고자 해요. 이로써 세상에 단 하나뿐인 보석을 만들어 내죠.”
 
“제 보석 작업에는 한정된 원석을 소모하고 있다는, 즉 자연에 대한 부채 의식도 담겨 있어요. 그래서 한 작품, 한 작품이 늘 두렵고 설레고 감사할 뿐이에요.”
 
김 작가는 현재 한양대 ERICA 주얼리∙패션디자인학과 겸임교수를 맡는 등 후학 양성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 보석 디자인 분야를 이끄는 현대 장신구 작가로서 더욱 발전하고 싶다는 소망도 밝혔다.
 
“과거에는 내면의 심상을 표출하기 위한 아트 주얼리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제 작품을 찾아주는 고객과 소통하는 데도 신경 쓰고 있어요. 기회가 된다면 점진적인 자기 발전을 통해 해외 진출도 욕심내고 싶어요.”
 
“저는 동시대적인 창의성을 금속과 보석 작업에 구현하는 것을 작가의 덕목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종국엔 보석 미학과 관련한 기록을 남기는 등 묵묵히 연구하는 현대 장신구 작가가 되는 것이 저의 목표죠.”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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